[안재형 기자의 트렌드가 된 브랜드 ] 오비맥주 ‘카스’ | 28살 청년 ‘카스’, 10년간 맥주 시장 1위 지킨 이유 “아줌마~ 카스 주세요!”
안재형 기자
입력 : 2022.08.05 14:14:13
수정 : 2022.08.05 14:14:37
오랜만에 모인 옛 동료 서너 명과 허름한 골목길에 들어섰다. 열대야 무더운 한여름 밤, 야근이라도 할라치면 집에 가기 전 꼭 들르던 바로 그 길이다. 오늘도 여전한 열대야 무더운 밤. 골목길 모퉁이에 자리한 할머니집에 들어서니 매캐하고 고소한 노가리 냄새가 진하다. 그리고 들려오는 주인 할머니의 첫 마디….
“왔어? 카스랑 노가리 줄까?”
이번엔 핀잔 들을 각오하고 질문을 던졌다.
“근데 왜 꼭 카스예요. 다른 건 없어요?”
“없긴 왜 없어. 젤 많이 찾으니까 물어본 거지. 싫으면 네가 갖다 먹던가.”
▶올 1분기도 순위 지킨 카스
개인적인 경험담이지만 이미 트렌드가 된 브랜드 ‘카스(CASS)’의 인기가 올해도 여전하다.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확연한 홈술 맥주 시장에서도 올 1분기에 여지없이 승리를 거뒀다. 오비맥주가 생산하는 카스는 올 1분기 국내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전 유통채널을 통틀어 1위에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가 편의점, 개인슈퍼, 대형마트 등 가정 시장에서 집계한 조사 결과 점유율이 약 40.4%에 달했다. 2위와의 점유율 격차는 두 배를 넘었다. 제조사별 순위에서도 오비맥주는 점유율 53%로 1위에 올랐다. 가정 시장은 팬데믹 이후 새롭게 떠오른 주류사들의 격전지다. 업계에서 추정한 가정 시장과 유흥 시장의 매출 비중은 7:3, 팬데믹 이전엔 5:5였다. 오비맥주는 이 시장에서 2020년 39.5%, 2021년 38.6%, 2022년 1분기 40.4%로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오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사적모임 인원 제한, 영업시간 단축 등 거리두기 조치 강화로 가정 시장의 비중이 확대됐다”며 “국산, 수입, 수제맥주 등 수백여 종의 맥주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최근 맥주 시장의 판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과연 맥주 하면 카스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스가 왜?
1994년 출시된 카스는 28년간 국민맥주로 사랑받아왔다. 올해 스물여덟 살 된 청년인 셈이다. 오비맥주 측에 “도대체 왜 카스냐”고 물으니 정제된 답이 돌아왔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축적된 고유의 맛과 레시피는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맞춰 지속적으로 제품과 마케팅 혁신을 시도했습니다. 카스는 트렌드에 민감한 식음료 업계에선 지난 10년간 국내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답변에 맞춰 찬찬히 살펴보면, 우선 오비맥주는 카스 개발 당시 20~30대를 주요 소비자로 설정하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신선함과 청량감을 바탕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생명을 길게 보고 이들이 40~50대가 됐을 때도 카스의 오랜 친구이자 팬으로 남을 수 있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기획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또한 카스는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의 목소리, 즉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다. ‘내가 살아 있는 소리’ ‘부딪쳐라 짜릿하게’ 등 젊은 세대의 문화와 가치관을 담은 카스의 슬로건과 광고는 당대 소비자들에게 회자됐고, 오랫동안 그들의 기억에 남는 카피로 자리 잡았다.
맥주병의 라벨과 병 모양 디자인도 시대상과 콘셉트에 맞춰 변화를 시도했다. 2016년에는 은색 라벨을 블루 색상으로 변경하며 역동성과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2017년에는 세련미와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병의 어깨 위치에 ‘CASS’ 로고를 양각으로 새기고 병의 몸통 부분을 안으로 살짝 굴곡지게 ‘V’자 형태로 만들었다. 병 디자인이 달라진 건 1994년 카스 출시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해 카스는 투명한 병이라는 새로운 혁신을 단행해 병 디자인뿐 아니라 맛도 업그레이드했다. MZ세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심플함’과 ‘투명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시각적으로 제품의 청량감과 신선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카스의 시그니처 레시피는 유지하면서 몇 가지 요소를 개선했다. ‘올 뉴 카스’는 0℃에서 72시간의 저온 숙성을 통한 ‘품질 안정화’ 과정을 거쳐 양조장에서 갓 생산된 듯한 신선한 맛을 제공한다. 변온 잉크를 활용한 ‘쿨 타이머’도 적용했다. 맥주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온도가 되면 육각형 모양 온도센서가 밝은 파란색으로 변하며 하얀 눈꽃송이 모양이 나타난다. 동시에 ‘FRESH’ 문구가 밝은 파란색으로 바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러한 노력을 거듭한 끝에 카스는 국내외 주요 대회에서 우수한 제품력과 마케팅 등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으며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며 “카스 프레시와 라이트는 올해 ‘국제식음료품평원(International Taste Institute)’이 주최한 ‘2022 iTi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각각 ‘국제 우수 미각상(Superior Taste Award)’을 수상했고,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선 3년 연속 ‘국제 우수 미각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상은 국내 맥주 브랜드 중에선 유일한 수상”이라고 콕 짚어 덧붙였다.
올 2월 산업정책연구원(IPS)이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 대한민국 브랜드 명예의 전당에선 맥주 부문 3년 연속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카스가 뭐?
카스는 올여름 리오프닝 시기를 맞아 다시금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가정 시장의 경우 다양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밀맥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올 4월에 라거 스타일의 하이브리드 밀맥주 ‘카스 화이트’를 출시했다.
팝아티스트 홍원표 작가와 함께 여의도 IFC몰에서 ‘그냥 있는 그대로 즐기는 거야’란 슬로건으로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혼술, 홈술 문화가 자리 잡은 데 착안해 2020년 10월 비알코올 음료 ‘카스 0.0’를 출시하기도 했다.
오리지널 맥주에서 알코올만을 추출한 논알코올 음료 카스 0.0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올 5월 말까지 온라인 누적판매량 600만 캔을 돌파했다. 오비맥주 측은 온라인을 포함한 전 채널 판매량에서 약 30%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스 0.0의 온라인 매출은 2022년 상반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했다.
거리두기가 전면 완화된 올여름엔 다양한 대면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초에 진행된 ‘청춘페스티벌 2022’ ‘2022 대구 치맥 페스티벌’ ‘S2O 송크란 뮤직 페스티벌’의 공식 후원사로 참가한 오비맥주는 최근 소비자들의 즐거운 순간을 담아주는 ‘진짜 여름 스냅’ 캠페인을 통해 전국 휴양지에서 전문 사진작가가 직접 촬영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맥주는 카스’란 공식은 제조사가 나서서 회자되도록 만들 수 있는 슬로건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맥주를 제조하는 제조사의 노하우와 계절마다 다른 마케팅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브랜드 관리가 어우러진 결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