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맛과 향, 다구(茶具)의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에 집중하며 자신과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차의 공간 다섯 곳을 소개한다.
차의 본질에 집중하고 싶을 때
#무심헌
보이차는 테루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차종이다. 좋은 토양과 더불어 지역의 자연 환경과 기후가 맛과 향을 결정한다. 보이차의 종주국, 중국에서도 고품질의 보이차 산지로 이름 높은 곳은 운남성이다. 더불어 ‘좋은 보이차’는 고목의 찻잎이라는 조건도 갖춰야 한다. 차의 세계에선 이를 ‘고수(古樹)’라고 부른다.
‘무심헌’의 온라인 공간으로 들어가는 첫 창구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운남성의 품질 좋은 보이차를 다양한 산지와 품종별로 제작하는 고수차(古樹茶) 전문 브랜드입니다.” 차 전문가도 식별하기 힘든 고품질의 보이차를 믿고 살 수 있는 곳이란 뜻이다.
중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고수 보이차’를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무심헌의 티 마스터가 가진 역사 덕이다. 아버지가 1998년부터 운영하던 중국 차 유통 업체를 이어 받아 2015년 지금의 무심헌 한국 공식 대표 공간을 오픈한 최려 대표와 그의 남편 김인웅 대표는 무심헌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차 문화를 전달한다.
고차수(古茶樹) 찻잎으로 만든 보이생차와 보이숙차, 백차, 홍차를 소개하는 무심헌은 용산에 위치한 쇼룸에서 만날 수 있다. 쇼룸과 오피스를 겸하며, 방문객을 위한 티 테이스팅 세션을 운영한다. ‘차’의 본질에 집중하고 싶을 때 찾을 만한 곳이다.
대만 차 문화의 정수
#이음
차의 향을 맡고 맛을 보며 산지와 품종, 해발 고도, 산지의 계절과 날씨를 살피는 일. 대만에선 이를 ‘차를 읽는다’고 표현한다. ‘이음’은 대만 차 문화의 정수를 전하는 티하우스다. 대만 행정업농업위원회 차업개량장의 감관품평 과정을 한국 최초(대만 내 외국인 최초)로 수료한 티 큐레이터 박주현 대표가 산지의 환경과 자연이 고스란히 담긴 다양한 품종의 대만 차를 직접 고르고 가져와 소개하고 있다.
부암동에 자리한 이음의 공간에선 고산차, 평지차, 배화차, 동방미인, 비새차 등 접하기 어려운 좋은 차를 구입하거나 시음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차와 차 문화에 접근하는 이들을 위한 티 클래스도 함께 운영한다. 이제 갓 차에 관심이 생긴 입문반부터 좀 더 깊이 있는 접근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심화반, 연구반(예정)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을 갖췄다. 대면과 비대면으로 운영하는 티 클래스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전시, 공예 프로그램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차로 오마카세를?!
#차덕분 무언
‘차덕분’은 영종도의 잔잔한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찻집이다. 오션뷰를 내세운 시끌시끌한 카페 틈에서 한옥집 툇마루를 닮은 평상에서 서해와 마주보고 앉아 차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그 안쪽에 자리한 ‘무언’은 차덕분이 좀 더 프라이빗한 ‘차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낸 프리미엄 다실. 칸막이로 나뉜 개별 공간에선 옆자리의 방해 없이 차를 따르고 마시는 소리, 동행과의 대화에 집중하며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무언에선 단품 차가 아닌 차 오마카세를 경험할 수 있다. 고르고 고른 차와 다구, 다과와 음식을 어울림 좋게 꾸린 상차림 코스는 계절과 콘셉트를 반영해 시즌마다 다르게 구성해 선보인다. 식전차와 창의적인 다과, 식후차로 구성한 시즌1과 시즌2를 지나 시즌3는 식사와 티 로스팅을 더해 더 풍성하게 꾸렸다. 예약제로 운영하며 매월 첫날, 그 다음 달의 오마카세를 예약할 수 있다. 일정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공지하며, 예약은 매월 첫날부터 할 수 있다.
입문자를 위한 티하우스
#맥파이 앤 타이거
‘맥파이 앤 타이거’의 시작은 스타트업 회사의 기획자였던 김세미 대표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우연히 찾은 찻집에서 “그 나이에 차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라는 말을 들은 김 대표가 차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져들면서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지금의 맥파이 앤 타이거를 만들었다.
좋은 일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리는 ‘호작도(호랑이와 까치를 그린 민화)’에서 착안한 브랜드명과 현대적인 감성으로 표현한 로고와 패키지는 전통과 정통에 집중하는 티하우스의 문턱이 부담스러운 입문자, 젊은 세대들을 차의 세계로 이끈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하동 녹차, 우엉뿌리차, 헛개나무 열매차부터 운남 백차, 홍차, 포랑산 보이숙차까지 동아시아의 다양한 차를 소개하고 있으며, 신사동에 위치한 티룸에선 프라이빗한 차 오마카세를 선보인다. 오감을 예리하게 가다듬고 오로지 차의 맛과 향, 나아가 차가 가진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아이스크림, 술 등 일상적인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경험할 수 있다. 토림 도예, 무무요 등 젊은 공예 브랜드와 협업한 차 도구도 함께 선보인다.
우리 다도의 정서와 멋
#티하우스 하다
‘티하우스 하다’의 지향은 이름에서 드러난다. 물끄러미 바라볼 하(㗇)와 차 다(茶)를 붙여 ‘차 한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의 가치를 전하는 차 문화 공간이다. 서울에서 가장 분주한 풍경을 가진 청담동 한복판에 들어선 이유 역시 이 지향과 맞닿아 있다.
이곳에선 한국과 중국, 일본의 차 문화를 조화롭게 소개한다. 특히 한국의 풍류, 선비 문화와 긴밀히 연결된 다도의 정서와 멋을 차, 다구, 공간 미학으로 함께 전하고 있다. 비좁은 길을 뜻하는 일본식 ‘로지’를 연상시키는 입구를 지나 전통 한지와 삼베 등 한국적인 재료를 활용해 장식한 다실 안으로 들어서면 ‘삶과 일상의 쉼표’와 같은 순간을 선사하고 싶다는 김민아 대표의 철학이 온전히 이해된다.
차뿐 아니라 다기, 공예 작품도 비중 있게 소개한다. 지난여름부터 세 번의 전시를 통해 백자와 분청의 아름다움을 전한 김 대표는 ‘차와 함께하는 일상’을 주제로 하는 전시 시리즈 ‘tea house hada refinement’를 엮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티하우스에서 마신 차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 하다가 만든 차 브랜드 ‘티센트(t scent by hada)’는 한국, 중국, 일본의 차를 소개하며 특히 국산 차를 지역별로 세분화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