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섹시한 남자배우로 꼽히는 캐나다 출신의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님을 즐겨 입는다. 한국말로 ‘청바지 팬’이다. 블루진을 입고 다니거나 데님 재킷까지 걸치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수시로 팬들의 카메라에 잡힌다. 스파이더맨의 히로인 엠마 스톤도 블루진에 하얀 면셔츠나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발랄한 모습으로 거리를 다니다 파파라치들의 주목을 받곤 한다.
공식적인 자리엔 화려한 패션으로 등장하는 세계적 스타들이지만 일상에서는 때때로 소박해서 신선해 보이기도 한다. 그 신선함에 더해 자연에 가깝게 다가가려는 친환경 패션이 지금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자연에서 얻는 소재만을 사용하겠다는 자연주의 패션에 오가닉이 가미되면서 면화조차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것만 고집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패션은 자연소재에다 자연을 보호하는 소재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조된 환경에 대한 관심을 패션에서 수용했다고 할 수 있다.
친환경 요구 패션에 반영
세계적 패션업체들이 자연주의를 넘어 친환경으로 나아간 것은 환경보호에 대한 세계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와인에서도 오가닉 와인 붐이 일어나 친환경 와이너리들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물까지 정화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려고 한다.
이들이 그토록 친환경에 정성을 기울여 투자하고 있는 것은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 강조하는 것으로는 현혹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EU는 친환경 기업에 ECO 레이블을 달아줘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현명한 소비자들은 ECO 인증을 받은 기업들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의 의식과 취향의 변화로 이제 친환경 비즈니스는 패션업계에도 새로운 기업환경으로 펼쳐지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바뀌면서 지금 섬유업계에선 친환경 섬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패션 업계 역시 속속 등장하는 새로운 소재로 마니아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친환경 섬유는 크게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 오가닉 섬유와 환경 친화적인 재활용 섬유나 생분해성 섬유를 모두 아우른다. 이뿐 아니라 섬유업체들은 생산 공정에서부터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에너지나 물의 사용을 절약하는 등 친환경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소재나 완제품의 환경친화적 여부를 넘어 이제는 생산 공정까지 환경보호에 기여해야 진정으로 친환경 소재 대접을 받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친환경 원료의 섬유로는 오가닉 코튼을 비롯해 유기농 리넨(아마,대마) 등이 주로 거론된다. 환경보호에 도움을 주는 재활용 섬유(폴리,나일론)의 대표적인 것은 재생 셀룰로오스가 꼽힌다.
한편 친환경적으로 섬유를 제작하는 공정을 보면 탄소 중립적이며, 공해 물질의 배출을 줄이는 생산 방식과 수자원을 사용하지 않는 가공 및 처리, 친환경 염색법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친환경 섬유 범주도 다양
오가닉 코튼은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친환경 소재이다. 최근
3년 동안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역시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조금도 쓰지 않고 재배해 생산된 면화에만 붙일 수 있는 칭호다.
오가닉 코튼은 땅이나 공기, 물과 음식 공급원에 나쁜 영향을 주는 화학적 살충제의 독성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여 최종 소비자는 물론이고 원료 생산자나 중간 생산자에 이르기까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유아복이나 유아용품에 많이 쓰이는데 최근엔 성인을 위한 소재로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SPA 브랜드인 ‘H&M’과 새로운 차원의 프리미엄 데님을 내세운 ‘7 FOR ALL MANKIND’ 같은 브랜드들이 최근 오가닉 코튼을 사용하고 있다.
마섬유가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관심을 끌어 왔는데 패션업체들은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오가닉 리넨’ 개념으로 소비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마 자체는 원래부터 체온 조절, 항균, 해충 방지 효능이 있는데 여기에 친환경 이미지를 가미한 아마와 대마 섬유로 럭셔리 바이어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뉴욕 패션위크 동안 열렸던 패션 이벤트에서는 21명의 럭셔리 디자이너들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작품들을 내놓아 세계 패션 리더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소재로 환생한 재생섬유들
자칫 쓰레기로 버려져 지구촌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었던 재활용품들도 재생 섬유로 다시 태어나 패션시장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웨어나 아웃도어 원단의 주요 소재로 자리 잡고 있는 재활용 페트병을 이용한 폴리에스터 원단이나 커피 찌꺼기를 사용한 폴리에스터 등도 시장에 나왔는데 특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급되고 있어 패션업체들도 환영하고 있다.
재생 셀룰로오스 역시 ‘재생’이란 다소 낡은 수식어가 붙었지만 사실상 인체에 무해하게 재탄생한 새로운 소재다. 텐셀이나 라이오셀, 모달 같은 펄프 베이스의 친환경 셀룰로오스 소재는 피부에 자극이 적고 입었을 때 매우 편안한 느낌을 준다. 첨단 친환경 텍스타일 공법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놀라운 감촉을 자랑하는 셀룰로오스 패브릭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게 껍질과 갑각류에서 추출한 키토산과 셀룰로오스 섬유의 혼방을 통한 항균 친환경 섬유도 나와 스포츠 의류 등에 활용되고 있다.
제조공정까지 친환경 추구하는 기업들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는 업체들은 섬유 제조공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뿐 아니라 그동안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물 소비까지 줄이고 있다.
대만의 섬유 제조업체인 ‘NUWA TEXTILE’은 새로운 방적 시설을 갖추고 화학물질과 탄소배출을 대폭 감소한 것은 물론이고 수자원 재활용 프로그램을 가동해 물 사용까지 줄였다.
리바이스는 데님 제조 과정에서 28~90%의 물을 절약하는 Waterless jean을 출시하였다. 돌의 표면처럼 색이 바랜 진을 만들기 위한 돌청헹굼 단계에서 지나친 인디고 염색을 제거하는 오존워싱 장비를 동원하여 다량의 물과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빈티지 느낌의 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환경론자들의 비판 대상이었던 염색공정 역시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다. 친환경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기업들은 지금 패브릭 염색이나 프린트 방식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Air dye’는 특허 받은 염료를 열을 이용해 종이에서 패브릭으로 전사시키는 방법으로 염색의 액체 상태를 완전히 건너뛰는, 그야말로 물 없이 인쇄하고 염색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이 공정에서는 물은 전혀 사용되지 않으며 종이는 재생할 수 있고 염료와 토너는 타르와 아스팔트에 재활용하고 있다. Air dye를 통해 물은 95%, 온실 가스는 84%,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에너지는 86%를 절감하고 있다.
친환경 접목한 스타일들
최근 남성복에서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여, 모노톤의 심플한 디자인 실루엣에 다른 소재의 원단을 믹스한 스타일들이 등장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오가닉을 강조해온 존 패트릭의 ‘Organic by John Patrick’은 친환경 코튼 소재를 원단으로 만든 슈트까지 선보였다. ‘ALTERNATIVE’는 가볍고 부드러운 친환경 헤더 소재의 후드 풀오버를 내놨고 ‘MUJI’는 오가닉 코튼을 사용하여 청량감 있는 피케로와 편직한 칼라 디테일의 폴로 셔츠를 내놨다. 데님 브랜드들은 그동안 생산공정에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주력했는데 이제는 그런 친환경 성격이 강한 제품까지 속속 내놓고 있다.
이전부터 다양한 소재를 시험했던 우먼 스타일에선 최근 보이프랜드 스타일의 친환경 소재를 많이 볼 수 있다. 럭셔리나 하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까지 루즈 피트의 셔츠와 팬츠 스타일을 오가닉 코튼과 리넨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여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TIBI’는 오가닉 리넨을 사용하여 루즈 스타일의 셔츠와 팬츠에 테슬 디테일로 마무리한 패션을 제시했고, ‘Organic by John Patrick’은 친환경 코튼 소재를 원단으로 만든 박스 스타일의 버튼다운 셔츠와 친환경 코튼 소재 원단으로 만든 크롭 스타일의 티셔츠를 제시했다. 도나카란은 가볍고 시원한 친환경 리넨 소재의 뉴트럴 컬러톱과 팬츠를 내놨다.
레이디 패션도 데님룩은 여전하다. 데님룩과 인디고룩은 남녀 거의 모든 카테고리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데 친환경 데님 소재들 역시 데님룩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R.E.U.S.E’는 케모 프린트의 재생 코튼 트윌 재킷을 내놨고 ‘NAU’는 재활용된 코튼 데님 바지를 선보였다.
패션업체들 친환경 경영 나섰다
세계 패션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이미지를 주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MUJI’는 자연 소재로 친환경 미니멀 디자인을 추구하며, 포장이나 문구류에 대부분 재생지를 사용할 뿐 아니라 생산공정에서 표백제를 배제하고 있다. 또 제품 파손 시 소비자들이 필요 부품만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관리로 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DIY 개념까지 접목시키고 있다.
유니클로는 판매한 의류를 고객으로부터 자율적으로 회수하는 친환경적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리사이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입던 의류를 선별해 개발도상국이나 난민센터에 기부하거나 선별 작업에서 탈락된 옷들은 단열재나 발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H&M’은 헌 옷 수거를 쇼핑백 단위로 한다. 쇼핑백 하나에 H&M 5000원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Conscious fashion’ 운동으로 헌 옷을 수거해 재착용, 재사용, 재활용하는데 헌 옷 1kg당 0.02유로로 산정해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