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매서운 칼바람에 웅크리고 다니기 바빴던 겨울이 지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봄이 찾아왔다. 더 이상 무겁고 갑갑한 옷들로 감추고만 다닐 순 없다. 따뜻한 꽃바람은 더 이상 여자들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봄 타는 남자들, 비즈니스맨들이여 웅크렸던 몸을 펴고 만개한 봄을 즐겨보자.
따뜻하고 기분 좋아지는 날씨가 돌아오면서 거리에는 한결 가벼워진 모습들이 그득하다. 그러나 비즈니스맨들은 여전히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건만 여전히 피하기만 하는 이 칙칙함을 어떻게 벗어나야 한단 말인가. 어둡고 칙칙한 겨울 아저씨들 속에서 컬러풀한 원더풀 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살바토레 페라가모 2013 SS컬렉션
변화의 잇 아이템은 슈즈
지금 맨들의 스타일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남성성을 보여주던 블랙과 네이비, 그레이 컬러의 남성복에서 체크와 화려한 컬러, 새로운 패턴의 쿠튀르적인 모습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의 시점에 비즈니스맨들에게 가장 중요한 잇 아이템은 어떤 것이 있을까. 깔끔한 셔츠? 핏 좋은 슈트? 센스 있는 넥타이? 아니다. 발로 뛰어다니는 비즈니스맨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슈즈다. 좋은 구두는 남자를 진짜 남자로 만든다고 했다. 사람의 몸 가장 아래에서 온몸을 떠받치고 있는 소중한 발에게 좋은 구두를 신겨 준다면 온몸이 편안해지는 것과 동시에 멋까지 선물 받는 것이다. 구두는 ‘패션의 완성’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아이템이다. 그만큼 이제는 단지 슈트에 신는 신발이란 의미를 넘어설 만큼 여유와 관심이 생겨난 것이다.
구두는 과거 신분을 나타내는 중요한 도구였으며 현재도 그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구두를 단순히 구두로만 보지 말고 ‘발 위에 입는 옷’으로 바라보자. 빛 좋은 개살구를 넘어 내공 갖춘 남성의 몸을 감쌀 만한 가죽이라면 어느 정도 완성미와 장인정신이 담겨있어야 한다. 그것들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남성들의 봄이 만개하는 하나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 슈즈 트렌드 역시 앞서 말한 남성복의 변화처럼 다양해지고 있다. 화려한 컬러와 패턴, 소재의 변화에 단순히 ‘발에 신는 신발’이 아닌 ‘발 위에 입혀주는 옷’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구두는 남자의 필수 아이템이다. 바지의 길이는 짧아지고 반바지까지 슈트에 합세했다. 발목과 다리가 드러나는 스타일로 그만큼 슈즈에 관한 관심과 안목을 더 높여야 할 때다. 여자들만이 구두를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 명심 또 명심하자.
갓 입학한 학생들도, 업무에 바쁜 직장인도 남자라면 모두 좋은 구두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 남녀 모두가 남성복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구두’라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브랜드 네임만 따져 구두를 사선 안 된다.
몇 가지 팁을 갖고 구입하자. 구두는 발에 하중이 실려 발이 부은 상태인 저녁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양말은 신은 상태로 여유 있는 사이즈를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죽은 딱딱하지 않고 어느 정도 착용했을 때 부드러워지고, 자연의 색으로 농담이 지는 컬러가 좋다. 메탈릭하고 캐주얼해진 디자인들이 돋보였던 올 SS 시즌, 그렇다고 무작정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화려한 신발을 뺏어 신을 순 없다. 모든 스타일에는 T.P.O가 갖춰져야 하는 법. 비즈니스 슈트와 함께 라이프에 맞는 슈즈 스타일을 선택해 응용해보자.
(위)니나리치 캐주얼 재킷, (아래)살바토레 페레가모 트라메자
올시즌 블루 컬러에 주목
다양한 종류의 슈트는 많다. 하지만 그중 비즈니스 슈트는 남성들에게 격식의 멋을 안겨준다. 폴 스튜어트(Paul Stuart)는 “비즈니스 슈트의 기능은 일에 방해가 될 만한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점잖은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번 시즌 비즈니스맨들에게 추천할 키워드는 ‘클래식’이다. 클래식이라고 해서 낡고 오래되기만 한 스타일을 떠올리지 말자. ‘Tie Your Tie’의 프랑코 마누치는 클래식을 “오래 됐지만 절대 오래 돼 보이지 않는 것”이라 했다.
클래식을 이번 봄 트렌드 키워드로 잡은 이유는 오랜 경기 불황으로 클래식한 슈트 한 벌을 마련하고 여기에 셔츠와 타이 등의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활용해 변화를 주려는 남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클래식한 슈트를 기본으로 입되, 여기에 컬러풀하고 화려한 액세서리로 포인트 있는 룩을 연출하는 것이다.
컬러는 블루에 주목하자. 슈트 뿐만 아니라 가방과 구두 등 남성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아쿠아 블루부터 네이비 등 블루 계열 컬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블루는 젊음과 변화, 긍정적인 에너지를 상징하는데, 정치·경제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사회분위기와 어우러져 올봄 블루 컬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슈트는 정석으로 배우고 입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또한 제법 재미를 준다. 앞서 말한 트렌드를 잘 적용해서 나만의 비즈니스 클래식을 만들어 보자. 블루 컬러의 슈트는 면접이나 첫 출근을 앞둔 사회 초년생에게 좋다.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비 컬러의 슈트를 활용해 보자. 단정한 느낌을 주기 위해 화이트나 라이트 블루 컬러의 셔츠를 매치해 주는 것이 좋다. 이런 클래식의 느낌이 재미없다면 스트라이프 넥타이나 포켓스퀘어로 포인트를 주는 센스를 더해주면 된다.
화이트를 더해준다면 고급스럽고 청량한 느낌을 줄 것이고 보색의 스카프나 행커치프 같은 아이템을 더해주면 개성 있는 느낌을 줄 것이다. 키워드가 클래식인 만큼 네이비 슈트에는 브라운 컬러의 슈즈를 신어보자. 그렇다고 해서 시대 지난 복고풍의 구두는 사양한다. 구두도 발에 입는 것이라 했다. 핏감이 좋은 녀석을 선택해보자. 옥스퍼드 형태로 격식은 챙기고 라이트 브라운으로 트렌디함을 더해주면 된다. 좀 더 캐주얼한 것을 원한다면 더비의 형태도 추천하고 싶다.
네이비나 그레이, 블랙슈트에 블랙 컬러의 구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올드함 뿐만 아니라 평범하다 못해 지루함까지 주니 피하도록 하자.
최근에는 자율복장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기업의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이탈리아 슈트를 추천한다. 자율복장이라고 해서 풀어헤쳐진 모습으로 비즈니스를 할 순 없지 않은가. 이탈리아 슈트는 나폴리 슈트라고도 하는데 이 슈트는 왠지 꾸준한 자기 관리의 느낌을 준다. 그리고 남성에게 부드러운 인상과 실루엣을 만들어 준다. 착용감이 좋은 이탈리아 슈트를 주말에는 캐주얼 아이템과 매치해보자.
(왼쪽부터)조르지오 아르마니 2013 SS컬렉션, 알프레드 던힐 SS컬렉션, 빨질레리 골프 스타일 재킷
CEO와 임직원의 패션 아이템, 이탈리아 슈트
임원직이나 CEO들에게도 이탈리아 슈트는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다. 이탈리아 슈트와 CEO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리노 이엘루치인데, 리노는 ‘Al Bazar’의 디렉터이자 CEO이며 더블 브레스트를 즐겨 입는다. 더블 브레스트의 깔끔한 핏은 전통 슈트의 느낌이 강해 중후한 무게감을 준다. 행커치프로 손수건이 아닌 장갑을 넣어주고 선글라스를 매치해주는 것도 리노의 클래식 슈트 매력이다. 거기다 더블 몽크 스트랩 슈즈를 매치하는 센스는 클래식의 끝판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젊은 직장인이라면 약간의 캐주얼을 믹스매치한 슈트를 입어도 좋다. 올봄 남녀노소 상관없이 즐기는 것이 바로 패턴이다. 과감함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개성 있는 컬러의 격자무늬 셔츠나 체크팬츠를 입어보자. 부담스럽다면 넥타이나 행커치프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주면 된다. 하와이언 패턴의 행커치프도 도전해 보자. 대신 슈트도 셔츠나 넥타이 한 가지에만 콕 짚어 포인트를 줘야 한다. 우리는 예쁜 아이돌이 아닌 비즈니스맨이라는 걸 잊지 말자. 패턴이라는 것 자체가 소화하기 부담스럽다면 컬러를 이용하자. 펄감이 있는 블루 컬러 재킷도 좋고 핑크와 화이트를 포인트로 한 화사한 컬러의 슈트도 좋다. 파스텔 컬러는 올봄 이후 사계절 내내 유행할 것이기 때문이 활용도가 높다.
슈즈는 몽크 스트랩이나 처커부츠 형태를 신어보자. 제대로 격식을 차린 신발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캐주얼이 섞인 슈트와도 잘 어울린다. 캐주얼과 가까운 스타일링을 했다면 로퍼형태도 추천한다. 앞서 말한 패턴이나 컬러를 슈즈에 활용해도 좋다. 신발 끈이나 디테일에 네온 파스텔 컬러가 들어간 것을 고르는 센스.
사소해 보이고 남들은 그냥 ‘기본’으로 스쳐 지나갈지언정 우리는 나만의 클래식 슈트와 포인트 아이템을 꾸준히 가져가 보자. 센스 이상의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슈트와 슈즈라는 존재는 매우 까다롭지만 조금만 비틀어 준다면 오히려 은근한 재미를 줄 것이다.
아직까지 트렌드가 불편한 비즈니스맨들과 그저 유행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트렌드는 어느 정도 따라야 하고 신경써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내 것이 아닌, 남들을 따라하는 것에 급급해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낭비이자 독이다. 내 몸에 잘 맞는 내 옷, 내 발을 편안하게 해주는 내 구두의 자연스러움을 버리지 말자. 화려하다고 신상이라고 좋은 게 아니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 트렌드이고 자연스러운 멋이 가장 좋은 멋이다.
그런 면에서 봄에 입는 클래식은 편안하고 가볍다. 좋은 날씨는 기분까지 좋게 만든다. 올봄 기분 좋은 날씨 같은 클래식 스타일과 함께 한다면 그저 봄만 타는 회사원 아저씨가 아닌 가볍고 상쾌해진 봄 남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Key point
트렌드는 어느 정도 따라야 하고 신경써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내 것이 아닌, 남들을 따라하는 것에 급급해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낭비이자 독이다. 화려하다고 신상이라고 좋은 게 아니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 트렌드이고 자연스러운 멋이 가장 좋은 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