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형 기자의 Watch Report] ⑪ Signs of Our Time, THE BVLGARI WATCHES
입력 : 2012.12.28 14:14:15
수정 : 2013.01.25 11:34:33
고대 그리스의 작은 마을 에피루스에서 은세공업을 하던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vlgari). 그가 19세기 후반 이탈리아로 이주해 1884년 로마 시스티나(Rome Sistina)에 매장을 오픈하며 불가리의 역사가 시작된다.
은세공업자였던 소티리오의 제품은 당연히 은 장신구가 주를 이뤘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세공품은 회화적인 요소가 강했다. 이후 날로 사업이 번창하며 1905년 로마의 중심지인 콘도티 10번가로 매장을 옮겼다. 이 매장이 불가리의 상징이 된 ‘로마 비아 콘도티 플래그십 스토어’다. 당시 매장의 영문명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제목인 ‘골동품 상점(Old Curiosity Shop)’. 브랜드에 귀족적인 이미지를 부여해 영국과 미국 관광객의 눈길을 끌기 위한 나름의 마케팅이었다. 소티리오는 로마 콘도티에서 다양한 보석과 액세서리를 선보인다. 그의 뒤를 이은 두 아들 콘스탄티노(Constantino)와 조르지오(Giorgio)는 1930년대부터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1933년 콘도티 매장을 확장하고선 원석과 보석, 시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1934년 소르티오가 사망한 지 2년 후 콘도티 본점을 개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시기는 불가리의 역사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콘스탄티노와 조르지오는 프랑스 골드 스미스 스쿨의 원칙주의적 기법에서 벗어나 이탈리아와 르네상스, 그리스 로마의 고전주의, 19세기 금세공 업계의 대표 격인 로만 스쿨 등 다양한 시대와 기법에 영향을 받은 제품을 출시했다.
(왼쪽)Bvlgari Gerald Genta Octo Minute Repeater
(오른쪽)Bvlgari Gerald Genta Octo Grande Sonnerie Tourbillon
영화계의 꽃,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액세서리
1950년대 이후 불가리는 대담한 스타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불가리 애호가로는 당시 영화계의 꽃,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손꼽힌다.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불가리의 뱀 모양 액세서리를 착용했는가 하면 수많은 남성이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불가리를 구매했다.
그녀와 두 번 결혼했던 배우 리처드 버튼이 남긴 “나는 그녀에게 맥주를 소개했고 그녀는 내게 불가리를 소개했다”는 코멘트는 지금도 회자되는 얘기다. 이후 콘스탄티노와 조르지오는 1970년대 들어서며 미국 뉴욕에 최초의 국외 매장을 오픈했고 프랑스 파리, 스위스 제네바 등지에 진출하게 된다.
1990년대 불가리는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맞췄다. 1992년 첫 번째 향수인 오테베르(Eau Parfumee au The Vert) 라인을 시작으로 10개의 향수를 선보였고, 이듬해 스위스 뉴샤텔에 불가리 퍼퓸(Bvlgari Parfums)을 설립했다. 1996년에는 실크 스카프와 가죽 액세서리 제품 등을 개발했다.
2001년에는 메리어트 호텔과 함께 ‘불가리 호텔&리조트’ 사업을 발표한다. 첫 번째 불가리 호텔은 2004년 밀라노의 명품 거리인 스칼라 극장과 브레라 아카데미가 있는 비아 몬테 나폴레오네와 비아 델라 스피가 부근에 세워졌다.
이후 2006년 인도네시아 발리에 불가리 호텔&리조트를 개장했다. 이곳은 장동건, 고소영 커플의 신혼여행지로 국내에서 더욱 유명해졌다.
인수·합병을 통한 최고 지향, 불가리 타임
불가리는 1940년대부터 시계를 생산했다. 당시 시계는 불가리의 주요 고객에게 선물로 증정하던 사은품 성격이 강했다. 본격적인 워치메이커로의 면모는 1970년대부터 갖춰지기 시작한다. 1982년에는 스위스 뉴샤텔(Neuchatel)에 ‘불가리 타임(Bvlgari Times)’을 설립하고 시계 제품 디자인과 제작에 나서게 된다. 2000년 불가리는 최고의 워치메이킹 브랜드 다니엘 로스(Daniel Roth)와 제럴드 젠타(Gerald Genta)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이어 2005년에는 스위스 워치 다이얼 제작사인 카드란 디자인(Cadrans Design)과 메탈 브레이슬릿 제작 전문 업체 프레스티지 도르(Prestige d’Or)를 인수했다.
연이은 시계부품 제작 업체의 인수합병으로 불가리는 2007년부터 디자인과 제작, 조립에 이르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제작 과정 아래 2009년에는 자체 개발한 칼리버 무브먼트가 탑재된 ‘소티리오 불가리 투르비용 콴티엠 퍼페추얼(Sotirio Bvlgari Tourbillon Quantieme Perpetual)’을 론칭했다. 전 공정과 자체 개발한 부품으로 제작한 ‘BVL 465 칼리버’는 영구적으로 날짜를 표시하는 기능과 요일, 월, 연도를 자동적으로 계산하는 퍼페추얼 캘린더(Perpetual Calendar) 기능이 적용됐다.
최초의 워치라인, 불가리 불가리
대규모로 생산된 불가리 최초의 시계는 1977년 선보인 불가리 불가리다. 시계의 이름은 베젤 부분에 새겨진 더블 로고에서 영감을 얻었다. 불가리 불가리는 이후 여러 사이즈와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됐다. 옐로, 화이트 골드, 또는 여러 컬러의 가죽 끈과 골드 혹은 스틸의 메탈 브레이슬릿 제품이 탄생했다. 크로노그래프 기능과 컬러 다이얼의 프티 컴플리케이션(Petites complications)도 출시됐다. 불가리 불가리는 2006년 스위스 워치 메이킹 기술에 의해 재탄생된다. 72시간 파워리저브 모델에는 특수 제작된 얇은 무브먼트가 장착됐고 97개의 부속으로 구성된 새로운 브레이슬릿은 완벽하게 밀착된 형태다.
또 다른 클래식 라인 ‘콰드라토(Quadrato)’는 스퀘어 모양의 클래식한 시계로 불투명한 블랙 다이얼에 메탈로 돋을 새김한 원형의 초침 배열들이 인상적이다.
컨템포러리한 ‘솔로템포(Solotempo)’는 둥근 스틸 케이스의 볼드한 구조와 고전적인 마크인 불가리 불가리 로고를 아주 정확한 선과 함께 화이트와 블랙 컬러 대비로 눈에 띄게 그려냈다. 여성과 남성을 위해 디자인된 ‘렉탕골로(Rettangolo)’는 1930년대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깨끗이 잘려진 기하학적인 선을 이용해 현대적인 스타일을 표현했다.
불가리는 수년에 걸쳐 끊임없이 그랑드 컴플리케이션(Grande Complications) 시계를 출시하며 하이엔드 워치 메이커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2004년 불가리 그룹에서 모든 제작 과정을 전담한 첫 번째 그랑드 컴플리케이션 워치가 스위스 바젤월드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매년 투르비용(Tourbillion)과 미닛 리피터(Minute Repeater) 기능이 탑재된 불가리 불가리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BVLGARI New Collection 남성 워치의 새로운 코드, 옥토(Octo)
불가리 옥토(Octo)는 원형과 사각형, 두 가지 기본 형태가 공존하며 완벽한 기하학의 상징인 팔각형을 이루고 있다. 불가리가 제시하는 미래 남성 워치의 새로운 코드다.
특별한 케이스 구조는 뚜렷한 윤곽과 깔끔한 라인으로 강렬하다. 자체 제작한 새로운 옥토 케이스는 총 110개의 면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면은 수작업으로 폴리싱과 새틴-브러싱 작업을 거치게 된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BVL193’이 탑재됐다. 시간, 분, 초와 3시 방향에 위치한 날짜 창을 작동시킨다. 시간당 2만8800번 진동하며 50시간 파워리저브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