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신사의 품격> 때문에 ‘신사’라는 단어가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 4인방은 스스로를 ‘신사가 되지 못한 보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이들의 스타일링만은 신사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올여름 남들도 인정하는 신사가 되기 위해선 과연 어떤 아이템들을 갖춰야 할까. <신사의 품격>이 스타일링 바이블이 될 수 있는 것은 제각각인 등장인물들의 스타일링을 참고해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동건의 도회적인 스타일링, 김수로의 남성적인 스타일링, 김민종의 클래식한 스타일링, 이종혁의 젯셋 스타일링 등 꽃중년들이 따라할 수 있는 모든 스타일링의 ‘종합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속 스타들의 워너비 스타일
장동건
김수로
극중 주인공 장동건은 신사의 완벽한 스타일링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남성 브랜드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동건의 아이템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타고 다니는 1억원이 넘는 벤츠 M클래스까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니 원조 완판남 장동건의 위력을 새삼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드라마에서 장동건은 일에 있어서는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은 자유분방한 건축가 김도진 역을 맡았다. 캐릭터에 맞게 패션 또한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편해 보이지도 않게 스타일링한다. 슈트룩와 캐주얼룩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며 ‘나도 한번 저렇게 입어볼까’ 하는 워너비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포멀한 슈트룩 외에도 심플한 티셔츠에 카디건을 레이어링하는 캐주얼한 느낌의 룩까지 다양한 패션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장동건은 캐주얼을 입지만 지나치게 편안하지 않고 도회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따라하고 싶은 훌륭한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감색 재킷과 흰색 바지를 입거나 기본 티셔츠에 카디건을 맞춰 입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어렵지 않은 스타일링 공식을 세련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장동건 옷핀’으로 불리는 왼쪽 옷깃의 포인트 액세서리는 평범한 듯한 의상들을 특별하게 변신시킨다. 장동건의 마스코트인 이 옷핀은 명품 브랜드 ‘크롬하츠’ 제품으로 개당 5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옷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의 빅백과 시계는 신사의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절대적인 아이템이다. 그는 늘 한쪽 어깨에 무심한 듯 빅백을 자주 맨다. 그가 자주 애용하는 빅백은 명품 브랜드 ‘발렉스트라’이다. 최고 가죽과 장인들의 손에서 완성되며 맘에 드는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선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인내해야 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다. 특히 이 제품은 장동건과 고소영의 신혼여행 출국 공항패션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장동건을 신사로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드라마틱한 아이템은 바로 시계다. 그는 평소에도 시계를 애용하는 마니아로 극중에선 캐주얼과 슈트에 적절한 시계를 선택해 스타일링하고 있다. 특히 5000만원을 호가하는 ‘예거 르쿨트르’ 시계와 드라마 기자간담회 당시 착용한 ‘까르띠에’ 시계는 최근 브랜드 매장에 문의가 쇄도하는 제품이다. 예거 르쿨트르는 영화배우 이병헌이 차이니즈 시어터 핸드 프린팅 현장에서 착용한 시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장동건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딱 갖춘 듯한 스타일링이 부담스럽다면 김수로의 패션을 눈여겨보자. 그는 캐주얼을 믹스매치해 보다 남성스럽고 자유로운 스타일링을 완성하고 있다. 김수로의 경우 슈트를 입을 때도 체크패턴이 돋보이는 셔츠에 단추는 두 개쯤 풀어헤친다. 또한 그의 잘 다져진 근육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소매를 롤업해 남성다움을 한껏 부각시킨다. 김수로의 극중 패션 트레이드 마크는 와일드한 야상과 카고 바지다. 김수로는 와일드하고 순정마초적인 캐릭터를 스타일링을 통해 더욱 드러내고 있다.
그가 입고 나온 야상 점퍼는 독일 아웃도어 브랜드인 ‘잭울프스킨’이다.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제품답게 소재와 디자인이 실용적인 것이 특징이다. 김수로는 아웃도어 패션의 완벽한 스타일링을 보여줄 정도로 활동적이며 기능적인 옷들을 자주 입는다.
상류층 마린룩과 짧아진 바지가 트렌드
김민종
이종혁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따라하기 쉬운 스타일링이 바로 김민종의 스타일 공식이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클래식 슈트의 정석을 그대로 소화하고 있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서의 품격이 패션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슬림한 바디라인에 완벽한 핏감으로 그가 가장 많이 선보이는 패션은 클래식 슈트다. 특히 스리피스로 격식 있고 완벽한 정통 슈트룩을 선보인다. 화이트 셔츠에 진한 그레이 베스트, 그레이 톤이 그라데이션 돼 있는 넥타이를 함께 매치해 모던한 스타일링을 완성한다. 슈트의 경우 소재나 트렌디한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라인이 자신의 몸에 얼마나 딱 맞는가가 스타일링의 관건이 될 수 있다. 명품 브랜드 ‘키톤’ ‘제냐’ ‘에르메스’ 등에서는 세상에서 단 한 벌뿐인 자신에게 딱 맞는 오더 메이드 형식의 슈트를 만들어준다. 완성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명품 브랜드의 맞춤 서비스는 모든 과정을 장인의 손으로 진행해 더욱 신뢰가 간다.
그리고 올여름 시즌 빼놓지 말아야 할 아이템이 있다면 김민종이 자주 입는 마린룩 디테일의 티셔츠다. 스트라이프 패턴의 셔츠는 리조트룩, 크루즈룩이라고 해서 상류층의 패션 코드였다. 올여름 꼭 하나 갖추면 활용도가 매우 높은 것이 바로 이 스트라이프 셔츠다. 김민종은 이 셔츠를 캐주얼과 슈트에 믹스매치하며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가 극중에서 착용한 마린 티셔츠와 니트 아이템은 모두 ‘웜하트’ 제품. 웜하트 티셔츠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재능 기부로 탄생했다. 독일 태생의 ‘율리아 구터’,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 아티스트 ‘젠 보크’, 스페인의 ‘보르하 보나키에’ 등이 참석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속 김민종의 패션 트레이드 마크는 머플러다. 그는 니트 소재의 카디건과 가벼운 소재의 머플러로 멋을 낸다. 무더운 여름철 그의 스타일링을 따라하고 싶다면 리넨 소재 혹은 실크 머플러를 선택해 루즈하게 두르는 것만으로도 트렌디함이 묻어난다. 이러한 머플러가 부담스럽다면 포켓 스퀘어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센스가 느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종혁의 스타일은 트렌디하면서도 편안한 룩을 즐겨 찾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적당한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그는 과감한 패턴의 재킷이나 화려한 원색의 셔츠를 자주 입는다. 또한 포인트로 여러 개의 팔찌를 매치해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종혁은 컬러 팬츠와 테이퍼드 팬츠(Tapered Pants·허리에서 밑단으로 내려가며 점점 통이 좁아지는 바지)를 선호한다. 테이퍼드 팬츠는 스키니진처럼 몸에 달라붙긴 하지만 적당히 여유가 있어 40대 비즈니스맨들이 입기에도 무난하고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길이로 경쾌한 느낌을 준다.
또 하나 그의 패션을 완성하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있다면 바로 선글라스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선글라스를 자주 착용하는데 한여름 자외선 차단 효과도 주면서 멋스러움까지 동시에 연출할 수 있다. 남자들이 여름에 즐겨 쓰는 레이벤, 톰포드, 아르마니뿐 아니라 최근에는 빈티지한 스타일도 많이 사랑받고 있으니 도전해볼 만하다. 편안한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카디건 활용도 요긴하다. 비교적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아침식사 모임이나 골프 모임에서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특히 베이지, 네이비 컬러 카디건은 차분한 컬러로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것이 장점이다.
시원한 쿨비즈 스타일링 완성 노하우
한여름 신사들은 옷 선택에 있어 고민이 많다. 올여름 신사의 품격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 아이템이 바로 반바지다.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반바지는 이번 시즌도 히트 아이템이다. ‘겐조 옴므’는 시원한 느낌의 녹색 버뮤다 팬츠를 트렌치코트와 매치해 경쾌하면서도 고전적인 분위기를 완성했고, ‘드리스 반 노튼’은 줄무늬 반바지에 흰 셔츠를 매치해 세련된 오피스룩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엔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공무원들에게 노타이와 반바지 그리고 샌들이 허용되면서 반바지를 활용한 옷차림이 직장인들에게도 화두로 떠올랐다. 반바지는 예전부터 ‘체통 없는 패션’으로 절대 입어서는 안 되는 아이템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몇 가지 규칙만 지키면 품위도 지키고 더위도 잡을 수 있다. 반바지의 경우 오피스룩으로 입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길이감이다. 가장 적당한 길이는 허벅지는 완전히 덮되 무릎이 살짝 보이는 정도다. 체형에 관계없이 무난한 반바지는 통이 좁고 무릎이 살짝 보이는 ‘버뮤다 팬츠’다. 시원한 소재에 화려하지 않는 패턴을 입는다면 출퇴근용으로도 지장이 없다. 여기에 리넨 소재 재킷이나 옥스퍼스 셔츠와 함께 맞춰 입으면 비즈니스 자리까지 도전해 볼만한 ‘쿨 비즈룩’이 완성된다. ‘쿨 비즈룩’에서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상의다. 하의가 가벼워질수록 상의엔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상의는 되도록 격식을 차려 제대로 입는 것이 좋겠다.
신사라는 단어가 요즘 새삼스레 자주 사용된다. 벤츠를 타고 명품 옷핀을 꽂고 19년산 이상의 위스키를 마셔야 신사는 아니다. 겉모습도 물론 중요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존중할 줄 알고 그것을 멋스럽게 소화할 줄 아는 센스를 지닌 남자야말로 제대로 된 신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