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남·까도녀가 올 봄 유행 전면에 섰다. 차도남은 ‘차가운 도시 남자’를, 까도녀는 ‘까칠하고 도도한 여자’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훈훈한 남자’인 훈남과 ‘훈훈한 여자’인 훈녀는 더 이상 대세가 아니다. 차도남 열풍에는 두 명의 ‘빈’이 한몫한다. ‘원’ 빈과 ‘현’ 빈이다. 대표 미남 배우인 그들은 각각 영화 <아저씨>와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차갑고 날카로운 도시 남자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 그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보여준 이미지와 패션코드를 답습하고 싶어 하는 대중적 요구가 차도남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차도남이란 용어가 나온 건 재작년 인터넷 인기 연재만화인 <생활의 발견>에서 “나는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다”란 대사가 인기를 끌며 일반인에게 회자됐다는 설이 있다. 차도남의 대표주자로는 차가운 외모와 논리적인 말솜씨를 자랑하는 방송인 손석희씨가 거론됐다. 차도남은 점차 냉철하고 까칠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남자라고 정의 내려지며 마냥 따뜻하기만 한 훈남보다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기를 끌게 된다.
차도남 열풍과 함께 비슷한 성향의 여성상인 까도녀(까칠하고 도도한 여자)도 유행어로 떠올랐다. 까도녀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침없고 당당하며 세련된 스타일을 가진 게 특징.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에서 극중 미술관 관장으로 나온 탤런트 박예진이나 ‘에지있게’라는 유행어를 남긴 드라마 <스타일>에서 패션잡지 편집장으로 나온 김혜수가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차도남·까도녀의 인기는 대중매체 속 해당 인물들의 스타일 따라잡기로 나타나고 있다. 최혜경 LG패션 마에스트로 디자인실장은 “드라마 속 캐릭터에서 차도남과 까도녀는 주로 20~30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고 넘치는 자기애로 패션에 있어서도 얼리어답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뉴요커나 파리지엔처럼 시크(CHIC)하고 세련된 감각을 지닌 게 특징”이라고 전했다.
핏이 살아야 진정한 차도남
차도남 패션 연출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먼저 슈트 패션을 제대로 소화해야 한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현빈이 정답이다. 극중 30대 초반 백화점 사장으로 나온 그는 딱 떨어지는 라인의 슈트 스타일로 차가운 이미지의 오너 사장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주로 블랙이나 네이비, 그레이 컬러 등 무채색이나 차가운 색상으로 날카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샤프(sharp)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할 때는 라펠(깃과 하나로 이어져 접혀진 부분)이 일반형보다 뾰족하게 재단된 피크트 라펠이 부착된 재킷을 입었다. 타이는 슈트와 반대색 계열의 레드나 오렌지 등 밝은 계열을 매주면 스타일이 살아난다. 현빈처럼 슈트를 입을 때는 몸에 꼭 맞게 입어야한다. 라펠과 타이로 멋지게 V자 존(Zone)을 살려도 넉넉한 슈트는 날카로운 인상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법칙은 액세서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포켓치프나 커프스링크,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를 적절히 이용해서 멋을 낸다. 포켓치프는 넥타이와 서로 보완 관계에 있는 품목이기 때문에 착용할 때 넥타이의 색상, 패턴, 소재 면에서 반대의 것으로 고르는 게 요령이다.
셋째 법칙은 가방. 차도남 패션의 완성이다. 여성들만 가방에 열광하는 건 아니다. 이젠 남성 패션에서도 가방은 전체 옷차림을 완성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옷을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게 고르듯 가방 또한 코디가 필요하다. 클래식한 네이비나 블랙 계열의 슈트를 입을 때 클래식 토트백을 함께 코디해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하지만 슬림 핏의 슈트나 차콜그레이나 그레이 등 트렌디한 색상의 슈트를 입을 때는 가죽패치와 원단으로 가공된 캐주얼 토트백을 드는 게 멋스럽다. 플랩형(뚜껑이 열리는 형태의 가방) 가방의 경우 캐주얼 중에서도 더 자유로운 느낌의 진과 코디하는 것이 어울린다.
여성스러운 장식이 까도녀 스타일?
까도녀 패션은 어깨에 힘을 준 패션 스타일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블라우스, 재킷 등의 어깨 부분에 견장이나 셔링(주름) 장식이 들어갔거나 파워 숄더 스타일로 어깨를 강조한 패션이 그것. 또한 화려하고 과감한 원피스나 스커트를 꼽을 수 있다. 허리선이 높게 올라간 하이 웨스트 스타일로 허리 라인을 강조한 스커트나 원피스의 경우 슬림한 라인으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스타일이 인기다.
차가운 느낌을 표현하는 데 검정 만한 색상도 없다. 검정은 비교적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색상이다. 전체를 검정으로 통일하고 레오파드 패턴이나 색상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코디하면 된다. 아래위 균형 잡힌 실루엣도 까도녀의 필수 조건이다. 하의를 풍성하게 입었다면 상의는 짧고 타이트하게 코디하고 반대로 상의가 풍성하다면 하의는 최대한 타이트하게 연출해 전체적으로 슬림한 핏을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볼륨감이 있는 코트나 재킷을 입을 땐 스키니 진이나 레깅스를 매치한다. 또 약간 통이 넓은 바지를 입을 땐 하이웨이스트 라인을 선택해 허리선을 강조한다.
까도녀 패션 따라잡기에도 몇 가지 법칙이 있다. 먼저 여성스러운 러플이나 리본, 레이스 장식 등은 금물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기업, 금융권, 서비스업 등 타인에게 신뢰감을 주어야 하는 직종에 근무하는 여성이라면 더욱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이런 여성스러운 장식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는다.
둘째, 몸에 적당히 핏되는 원버튼 재킷을 적극 활용하자. 외국의 경우 투버튼과 쓰리버튼이 근무복의 기본 재킷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한국여성의 작은 체형과 자칫 유니폼처럼 보일 수 있는 이미지를 고려해 원버튼 재킷 활용이 유용할 수 있다.
셋째, 스마트한 인상을 주는 베이직한 셔츠를 애용한다. 여름에는 잘 고른 셔츠가 곧 재킷이 될 수 있다. 셔츠는 보다 가볍고 세련된 여름 오피스룩을 연출할 수 있다. 단 예의를 갖춘 것처럼 보이려면 셔츠 소재의 디자인이 중요하다. 보디라인이 잘 살도록 가슴 절개선과 허리 라인이 제대로 잡혀있는 신축성이 좋은 면 셔츠는 깔끔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흰색을 기본으로 검정이나 연한 블루컬러를 추가하면 일주일 동안 스타일이 더 풍부해진다. 그리고 착장이 다소 지루해 보인다면 프린트 스카프나 작은 액세서리로 화사한 패션센스를 연출한다.
넷째, 슈즈와 가방은 통일감 있게 조화시켜야 한다. 성공적인 차도남 스타일의 방점이 가방, 타이 등의 액세서리인 것처럼 성공적인 까도녀 스타일의 방점 또한 슈즈와 가방 등의 액세서리다. 잘못 고른 슈즈와 가방이 멋진 룩을 일순간에 망칠 때가 있다. 너무 높은 하이힐 보다 5~7cm 굽의 발이 편한 구두가 보기에도 좋고 신고 활동하기에도 안정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