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은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20세기 할리우드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던 자동차 브랜드는 바로 이 캐딜락이었다. 그만큼 동경의 대상이자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건 과거형일 뿐이다. 캐딜락의 고급스럽지만 무겁고 중후한 이미지는 21세기에 들어서며 오히려 대중화에 걸림돌이 됐다. 캐딜락은 2000년을 전후해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변화를 시도한다. 더 이상 VIP나 아빠를 위한 차가 아닌, 2030세대에게 제대로 어필하기 위해 산뜻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나섰다.
‘XT4’는 ‘영 아메리칸 럭셔리’를 표방한 새로운 캐딜락의 엔트리급 SUV다. 쉽게 말해 캐딜락 SUV 중 가장 작은 막내급(준중형)이다. 스포티한 스타일이 중심이 된 외관부터 총 7가지나 되는 컬러까지 젊은 층에 어필하기 위한 기본 전략이 다양하다. 특히 캐딜락 모델 중 유일하게 후면부에 L자형 수직 라이트를 적용해 젊은 감성을 강조했다. 과연 승차감은 어떨까. 서울 도심에서 춘천 소양호까지 왕복 300여㎞를 시승했다. 민첩한 반응속도가 인상적이었다.
▶Exterior&Interior 젊은 감각에 실용성까지 더해
우선 외모는 간결한 선이 돋보인다. 전면부와 후면부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루프레일과 차창의 몰딩이 모두 검은색 유광으로 처리돼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차량 크기(4595㎜×1885㎜×1610㎜)는 국산 SUV와 비교하면 ‘투싼’이나 ‘스포티지’와 비슷하다. 두 모델이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층과 소통하고 있다면 XT4는 브랜드의 정체성인 고급스러움(혹은 우아함)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러한 성향은 실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인의 수작업이 더해진 시트와 카본 파이버 트림 등 소재가 그렇다. 운전석에 앉으면 뭐 하나 더하거나 뺀 것 없는 버튼의 쓰임이 직관적이다.
캐딜락 차량은 흔히 룸미러라 부르는 리어 뷰 미러 대신 후방카메라를 이용한 ‘리어 카메라 미러(Rear Camera Mirror)’가 장착되는데, 이게 꽤 쓸모 있는 편의사양이다. 시승 당시 갑자기 내린 소나기 양이 많아 당황스러웠는데, 미러에 비친 후방 시야는 선명했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엔 마사지 시트 기능도 탑재됐다. 안마의자처럼 지압이 세진 않지만 장거리 운행 시 작동하면 피곤함이나 졸음을 쫓을 수 있다. 레그룸 1004㎜, 헤드룸 970㎜, 숄더룸 1400㎜ 등 2열 공간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2열을 접으면 기본 637ℓ의 적재공간이 1385ℓ로 늘어난다.
▶Power Train&Function
흠잡을 데 없는 퍼포먼스, 동급 최고 수준의 편의성
파워트레인은 2.0ℓ 직분사 가솔린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238마력, 최대토크 35.7㎏·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0㎞/ℓ. 실제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서울 도심에서 8.1㎞/ℓ를 기록하던 연비는 고속도로에선 14㎞/ℓ까지 올라갔다. 갑자기 내린 폭우에 노면이 미끄러워 고속도로에서도 제대로 가속을 내진 못했는데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에 반응하는 속도나 그립감이 썩 훌륭했다. 캐딜락 측의 설명을 빌면 ‘트윈 클러치 올 휠 드라이브 시스템’ 덕분인데, 주행상황에 따라 앞뒤 4개의 바퀴에 자유롭게 구동력 배분을 조정하는 주행성능이다.
목적지에 다다를 즈음 비가 그쳐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봤다. 핸들링, 접지력 등 뭐 하나 딱히 흠잡을 데 없는 퍼포먼스였는데, 단 한 가지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의 가속력이나 반응속도는 살짝 아쉬웠다.
좌·우에 배치된 4개의 울트라소닉 센서와 전·후방 파크 어시스트 울트라소닉 센서로 주차를 도와주는 ‘자동주차기능’이나 전·후방 주차 가이드라인을 알려주는 ‘HD서라운드 비전’은 꽤 똘똘한 편의사항이다. 여기에 손쉽게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핸드프리트렁크’와 원격으로 시동을 걸 때 실내와 시트 온도를 제어해주는 ‘어댑티브 리모트 스타트시스템’도 없으면 서운한 기능들이다. XT4는 국내 시장엔 북미 기준 최상위 트림에 풀옵션을 적용한 ‘스포츠’ 단일 트림이 출시됐다. 가격은 553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