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가 첫 순수전기차 ‘스펙터’의 고성능 버전, ‘블랙 배지 스펙터(Black Badge Spectre)’를 공개했다. 롤스로이스 측의 말을 빌면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델”이다. 일반적인 롤스로이스도 입이 떡 벌어지는데 가장 강력하다니, 도대체 블랙 배지란 게 뭘까.
롤스로이스의 블랙 배지 모델은 대담하고 강렬한 개성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개발된 고성능 스페셜 라인업이다. 외관만 어둡게 바꾼 게 아니라 디자인부터 성능, 마감, 비스포크 옵션까지 차별화시켰다. 개발 단계부터 기존 블랙 배지 오너들의 익명화된 주행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 사용 패턴에 기반한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는데, 블랙 배지 스펙터의 경우 최고 출력 659마력(PS), 최대 토크 109.6㎏·m의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새롭게 도입된 두 가지 주행모드가 눈길을 끈다. 블랙 배지를 상징하는 인피니티 심볼을 본뜬 ‘인피니티 모드(Infinity Mode)’는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누르면 활성화 된다. 앞서 언급한 최고 출력과 즉각적인 페달 반응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가 개발한 멀린 항공기 엔진 기능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스피리티드 모드(Spirited Mode)’는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활성화되고, 이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토크가 순간적으로 109.6㎏·m까지 치솟아 단 4.3초 만에 시속 100㎞/h에 도달한다.
롤스로이스는 블랙 배지 스펙터를 선보이며 새로운 외장 색상인 ‘베이퍼 바이올렛(Vapour Violet)’도 공개했다. 1980~1990년대 클럽 문화의 네온 색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짙은 검정과 보라색이 어우러져 아이스드 블랙 색상의 보닛과 썩 잘 어울린다. 물론 이외에도 취향에 따라 4만 4000여 가지 색상 중 선택하거나 비스포크 디자이너와 협업해 나만의 색상을 개발할 수 있다. 블랙 배지 스펙터는 올 3분기부터 인도될 예정이다. 롤스로이스 서울 청담 쇼룸, 판교 라운지, 부산 전시장에서 주문할 수 있다. 가격 7억 1900만원부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GranTurismo Folgore)’는 ‘그란투리스모’를 기반으로 탄생한 마세라티의 첫 전기차다. 컨버터블 모델인 ‘그란카브리오 폴고레’와 함께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업계에선 가솔린,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순수 전기 모델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한 이탈리아산 럭셔리카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풀 라인업을 완성한 마세라티 코리아는 이처럼 다양한 선택지로 국내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니까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이른바 풀 라인업 전략의 첨단 무기인 셈이다.
우선 외모부터 남다르다. 길게 뻗은 보닛과 중앙 차체가 네 개의 펜더와 교차되는 마세라티 특유의 클래식한 비율을 그대로 유지했다. 전면부에 자리한 폴고레 전용 그릴은 실크 블랙과 글로시 블랙 색상으로 마무리됐고 프론트 스플리터, 손잡이, 윈도우 몰딩(DLO), 리어 핸들에도 글로시 블랙 색상을 입혔다. 실내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무리됐다. 여기에 12.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와 8.8인치 컴포트 디스플레이, 12.2인치 디지털 대시보드, 헤드업 디스플레이, 디지털시계, 디지털 리어뷰 미러 등 첨단 기술이 어우러지며 이탈리안 럭셔리를 완성하고 있다. 눈여겨 볼 건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개발한 신소재 에코닐. 시트와 천장, 필러에 사용된 이 소재는 바다에서 수거된 폐그물 등을 활용해 재생한 나일론이다. 파워트레인은 총 3개의 300㎾ 전기 모터(전륜 1개, 후륜 2개)와 800V 기술 기반의 120Ah LG에너지솔루션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됐다. 이를 통해 최고 출력 778마력, 최고 속도 325㎞/h의 성능을 발휘한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최대 341㎞다. 가격 2억 4470만원.
아우디는 독일산 자동차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브랜드다. 국내에선 벤츠, BMW와 함께 ‘독일 3사’ 혹은 볼보를 포함해 ‘수입차 빅4’라 불리기도 했다. 그랬던 아우디가 지난해 주춤했다. 국내 판매량이 1만 대 아래로 추락하며 빅4에서도 밀려났다.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올해는 달라졌다. 무려 16대의 신차 출시 계획을 알렸고, 이미 출시된 ‘Q5’ ‘RS3’ 부분 변경 모델이 힘을 보태며 올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5%나 껑충 뛰었다. 새롭게 등장한 ‘더 뉴 아우디 A5’는 아우디 자존심 회복에 제대로 방점을 찍을 중형 세단이다. 기존 ‘A4’와 ‘A5’를 통합해 완성한 모델로 수없이 ‘브랜드 최초’란 수식어가 반복된다. 우선 내연기관과 플러그드인하이브리
드(PHEV) 모델 전용으로 개발한 PPC(Premium Platform
Combustion) 플랫폼이 처음 적용된 세단이다. 덕분에 기존
모델보다 전장은 65㎜, 전폭은 15㎜, 전고는 25㎜나 늘었
다.
후면 유리와 함께 트렁크가 개방되는 쿠페형 스타일을 적용해 편의성도 높였다. MHEV 플러스 시스템도 브랜드 최초로 탑재됐다. 48V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모터가 디젤엔진과 결합해 저속 구간에선 전기로만 주행이 가능하다. 저속 주행 시 거슬리던 디젤엔진 소음이 없어진 셈이다. 실내에는 각종 편의사양이 눈에 띈다. 11.9인치의 계기판과 14.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 조수석의 10.9인치 디스플레이가 파노라마 형태로 이어진다. 디스플레이에 내장된 앱스토어로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앱을 설치할 수 있는데, 조수석에서도 이 앱을 제어할 수 있다. 투명도 조절이 가능한 ‘스위처블 파노라믹 루프’도 처음 적용됐다. ‘더 뉴 아우디 A5 40 TFSI콰트로 어드밴스드’ ‘더 뉴 아우디 A5 40 TFSI 콰트로 S-라인’ 등 총 7가지 트림 중 선택할 수 있는데, 각 트림에 포함된 옵션 외에 원하는 추가 기능과 옵션을 더할 수 있는 4가지 패키지가 추가될 예정이다. 가격은 5789~8342만원. 올 하반기에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의 국내 행보가 매섭다. 한국 시장에 출시한 첫 모델 ‘아토3’의 고객 인도가 시작된 지난 4월, BYD는 전체 수입 전기차 중 단일 트림 기준으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집계를 살펴보면 아토3의 4월 판매량은 543대. 수입차 모델별 판매 순위로는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테슬라 ‘모델Y’ ‘모델3’, BMW ‘X5’, 렉서스 ‘ES’에 이어 7위, 단일 트림 기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아토3의 계약 물량은 현재 2000대가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 7월에 공식 출시 예정인 ‘씰(SEAL)’은 BYD가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두 번째 모델이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되며 사전 예약이 진행됐다. 중형 전기 세단인 이 차량은 유선형 패스트백 스타일의 쿠페형 디자인이 특징이다. ‘바다의 미학’에서 영감을 얻은 에어로 다이내믹 설계로 Cd 0.219의 공기저항계수를 실현했다. 인테리어도 꽤 고급스럽다. D컷 스티어링 휠과 천연 나파 가죽 소재의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 물방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크리스털 기어 레버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든 게 없다. BYD 전기차 라인업 중 최초로 셀투바디(Cell-to-Body·CTB) 기술이 적용된 e-플랫폼 3.0은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안전성을 높였다.
배터리는 82.56㎾h의 BYD LFP 블레이드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1회 충전 시 최대 520㎞(WLTP 기준)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파워트레인은 전면부 160kW, 후면부 230㎾ 등 2개의 모터가 탑재됐고, 최대 390㎾(530PS)의 성능을 발휘한다. iTAC(지능형 토크 적응 제어) 시스템이 적용된 ‘씰 AWD’의 경우 제로백이 단 3.8초에 불과하다. RWD와 AWD 등 2가지 트림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4750만~525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재형 기자 · 사진 각 브랜드]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7호 (2025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