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은 미 연준이 테이퍼링에 착수하자마자 바로 단기 유동성 조작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풀었다.
인민은행은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낼 경우 금융시장이 급작스레 위축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2월 중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등 자금시장 상황이 불안하게 움직인 것도 인민은행을 긴장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의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이나 브라질 인도 등 이머징마켓의 자금을 빼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그림자 금융 등 악재가 남아 있는 상태라 투기세력의 공격 가능성까지 예상됐다.
실제 자금시장은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12월 20일엔 상하이종합지수가 2.02%나 빠졌고 홍콩의 항생H지수도 1.39%나 하락하는 등 자금이탈 조짐이 나타났다. 인민은행이 그처럼 많은 자금을 풀었는데도 단기금융시장의 벤치마크 금리는 최근 6개월 동안 최고치로 치솟기도 했다. 홍콩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다”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시장이 이처럼 긴박하게 움직인 것은 세계경제의 양대 견인차인데다 10월 말 기준 3조6627억달러나 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조지 매그너스 전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신용경색 가능성이 높아져 2014년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2009년 이후 중국의 사회적 자금조달이나 명목 GDP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 그런데 TSE(지하경제를 합한 총유동성) 증가율은 명목 GDP 증가율의 두 배 속도로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 230 퍼센트에 달하는 GDP 대비 여신 비율은 실제 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걸 안정시키려면 단기금리를 올려 부채를 축소하고 너무 왕성하게 움직이는 채권시장을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한다. 아마 2014년엔 7%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
중국 최고의 이코노미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엔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정적인 면을 보면서도 긍정적 입장은 유지했다. “중국의 자산 버블과 관련한 불안정한 자금조달 비중이 증가하면서 혼란스런 종말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만일 투자자들의 심리가 깨지거나 유동성이 빠져나가 버블이 터진다면 투기적 매수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올수도 있다.… 경기 침체는 쉽게 흡수할 수 있다. 어려운 작업은 금융부문의 낙진을 처리하는 것인데 적어도 엉망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튀는 파편에 우는 군소 이머징 마켓
연준의 테이퍼링은 세계경제 주변부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가고 있다. 연준이 미약한 테이퍼링을 발표하던 주에만 이머징 마켓 채권펀드에서 22억달러가 유출됐다. 테이퍼링이 가속되면 유동성 이탈은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 때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피한 자금이 몰려 호황을 구가하던 브라질이나 인도 동남아 일대엔 지금 유입됐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경제가 심각할 정도의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글로벌 이벤트를 준비하던 브라질 정부는 급격한 외화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를 대폭 올리는 등 정책을 내놨지만 외국인을 잡아두는 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정부는 최근 2013년 경제 성장 전망을 2.5%에서 2.3%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한 때 외국자금 유입과 수출 호조로 주가가 수직상승하던 소위 TIP시장(태국(T) 인도네시아(I) 필리핀(P))은 최근 정치 위기와 자연재해에 외자유출까지 겹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지역의 주가수익비율은 한 때 20배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으나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정치 위기, 필리핀의 자연재해 등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HSBC는 필리핀의 성장률이 2013년 6.8%에서 2014년 5.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는 인도나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테이퍼링 이후 자금유출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세안 지역 주요 금융기관 중 하나인 CIMB의 한 관계자는 “여러 나라 가운데 이들 두 나라에 대한 (자금유출) 압력은 매우 세기 때문에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