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Ⅱ]김인원 법무법인 서울센트럴 대표 변호사…“대기업 퇴직자들 노리는 사기 많아요”
입력 : 2012.08.06 09:49:26
수정 : 2012.08.24 10:22:00
“사기 당하지 않기가 진짜 어려워요.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거든요.”
경제사범을 전담하는 검찰 특수부 출신으로 <눈 크게 떠도 코 베가는 세상>이란 책까지 낸 김인원 변호사는 “과거의 사기는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차용사기’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너무나 지능화돼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어도 사기꾼에게 속아 전 재산을 날리는 일이 허다합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퇴직자를 노리는 사기가 많다고 했다.
“대기업 출신은 자기가 여전히 갑(甲)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을(乙)이 오면 자기가 갑이라고 착각해요. 을이 사기를 쳐도 그가 자기에게 사기 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죠. 상대방을 믿고 들어가는 순간 사기를 당합니다. 새로운 아이템이 있다거나 좋은 돈벌이가 있다는 것 등은 대부분 사기죠.”
그러면서 신약개발 사기를 예로 들었다.
“신약개발 사기는 아주 지능적입니다. 엄청난 신약이라며 한 구좌만 투자해도 며칠 뒤 10%를 준다고 해요. 20만원을 주면 며칠 뒤 바로 22만원을 돌려주는 식이죠. 이들은 사람들을 속이려고 병원까지 데리고 갑니다. 이들을 따라 대학병원에 가면 의사가 나와 제발 그 약 좀 구해달라고 사정합니다. 의사가 약을 달라는데 믿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당연히 수익성이 엄청난 신약이라고 믿게 되죠. 게다가 처음엔 단기간에 높은 수익까지 돌려주니…. 조그마한 미끼로 큰돈을 뜯어가는 거죠. 그런데 사실은 병원에서 가운 입고 나온 사람조차 의사가 아니라 그들과 한패입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최근엔 급박한 상황, 궁박한 상황 등을 들이대는 보이스 피싱이나 한 구좌만 들어도 고소득을 올린다며 꾀는 유사수신 등이 유행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보이스 피싱은 대부분 전화도 되지 않고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아요. 아이가 납치됐다는데 전화가 안 돼 봐요. 막상 알려준 번호로 전화하면 겁먹은 아이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게 진짜 자기 아이 소리 같아요. 급한 마음에 돈부터 넣죠. 입금하고 나서 조금 있으면 아이와 전화가 돼요. 그때서야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죠.”
“유사수신의 경우 1구좌에 30만원씩 넣으면 6개월 내 원금을 주고 월 30% 이자까지 준다고 해요. 요양원 등을 보여주며 투자자들에게 비전까지 제시합니다. 실제 소액을 투자하면 통장에 돈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여주죠. 그렇게 1구좌로 시작한 게 6개월 후엔 300만원이 됩니다. 이번엔 300만원을 재투자하라고 해요. 통장만 믿고 재투자를 하면 그들은 사라져 버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사수신은 벌어지고 있어요.”
김 변호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기범 말을 듣고 실제 사업성이니 이런 것을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내 돈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기 때문에 넘어간다는 것이다.
“월 30% 이자를 주겠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겁니다. 유명 인사를 내세워 선전하는데 사람들이 달려들면 돈을 챙겨 날라버 립니다. 이 경우 앞의 사람들은 실제로 이익을 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심은 가지만 설마 나까지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달려들지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괜찮겠지 하는 이기심에서죠. 수건돌리기 같은 거죠. 그래서 3~4개월이면 엄청나게 모입니다.”
김 변호사는 요즘 사기는 구조가 어렵고 잡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잡아도 피해 구제가 힘들다고 했다.
“피해가 확산되고 나서야 사기의 전모가 드러납니다. 그런데 사기가 입증되고 나면 벌써 주범들은 잠적하거나 외국으로 튀기도 하죠. 게다가 돈을 다 빼돌린 상태라 입증하더라도 건질 게 없어요.”
그는 특히 사기는 범죄 입증이 어렵다고 했다.
“자기도 받을 게 있는데 받지 못해서 주지 못한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진짜 사기꾼은 잡지 못해요. 빠져나갈 궁리를 다 해놓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