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하 수혜주 찾기가 한창이다. 미국의 경기가 양호한 상황에서 선제적 금리 인하로 인해 경기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에서는 대형주보다는 중소형 성장주에 초점을 두고 바이오와 배당주에 관한 관심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준은 지난 9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5.25~5.5%에서 4.75~5%로 인하하는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의 금리 인하다. 금리 인하 경로를 전망하는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말 4.5%까지 금리를 내리고 내년 말에는 3% 중반대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9월 20일 일본 은행(BOJ)이 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엔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우려도 한시름 덜어낸 상황이다. 앞으로 남은 미국 대선 이벤트, 주요 경기지표 발표 등을 생각하면 다소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증시에 친화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과거 선제적 금리 인하 시기에 국내외 주가가 상승했던 사례를 예로 들며 이번에도 안도 랠리가 나올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 국면은 1995년, 1998년, 2001년, 2007년, 2019년 5차례다. 이 중 경기 확장 국면이었던 시기는 1995년과 1998년으로 당시 S&P500은 각각 45.2%, 3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금리 인하 이후 미국 증시 향방은 1995년과 1998년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현재 연준의 금리 인하가 정상적 경제 상황을 앞두고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미국 증시 선호도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이 미국 증시 쏠림 현상을 예견하지만 한국 같은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인 전망을 예견하는 견해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달러가 약세 압력을 받으면 한국과 같은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지영 연구원은 “향후 달러화 약세 진행은 전 세계 증시전반에 걸쳐서 긍정적인 영향을 가할 것”이라며 “특히 지난 10년 넘게 소외됐던 선진국 대비 신흥국의 소외 현상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연준의 빅컷 결정에 따라 이제는 경기 논쟁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유동성을 통한 상승 돌파가 가능한 중·소형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은 꺾일 조짐이 없는데, 시장에서 일말의 미국 경기둔화 가능성을 걱정해 금리를 밀어내리는 구조라면 기실 중소형주 주가가 나쁜 것이 없다”라며 “강한 실적과 낮은 금리, 혹은 금리 인하가 조합된 국면은 투기적인 상승 국면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2020년 말 중소형 성장주의 강세장과 유사하게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더욱더 강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비중 확대를 고민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의 대표적인 수혜 주식으로는 경기에 민감한 성장주와 배당주 등이 꼽힌다. 성장주인 바이오는 금리 인하 수혜에 더해 실적 성장세, 미국 생물보안법 하원 통과 등이 긍정적인 환경이다.
지난 9월 20일 기준 KRX 헬스케어지수는 4089.36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KRX 헬스케어지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제약·바이오 업종의 73개 종목을 포괄하는 지수이다. 올해 제약·바이오 종목의 강세는 알테오젠과 유한양행이 이끌었다. 올해 초 9만 1500원이었던 알테오젠은 9월 20일 36만 3000원으로 4배가량 급등했다. 지난달 에코프로비엠을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를 차지한 알테오젠은 시총 19조원대를 돌파하며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신약 개발에 성공한 유한양행도 올해 초 6만 7800원에서 14만 5400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특히, 유한양행은 20일 하루에만 15.86% 폭등하면서 이달 보이던 부진을 하루 만에 극복하고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최근에는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강세에 합류하고 있다. 올해 6월까지 60만원대에 머물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9월 19일 104만 9000원에 마감하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100만원을 넘긴 것은 2021년 8월 23일(종가 100만 9000원) 이후 3년 만이다.
한지영 연구원은 “현재의 금리 인하 기간에는 바이오와 금융 등이 타 업종에 비해 우위에 있을 것”이라며 “증시 주도주의 조건은 내러티브와 이익 성장에 있는데, 바이오는 금리 인하 수혜와 실체 있는 이익 성장의 조합이 갖춰져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해온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지난 9일 하원을 통과한 것도 국내 바이오 기업이 반사이익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이 자국 바이오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내 유전체 데이터의 해외 유출을 막겠단 취지로 제정된 것으로 한국 바이오 기업들에도 반사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KB증권 김혜민 연구원은 “생물보안법이 2032년까지 유예기간이 있기에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금리 인하로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고배당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아진다. 특히 최근 들어 실적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은행주는 배당 매력에 향후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 지수 등의 발표로 인한 정책적 수혜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안정 추세에 있다는 점도 은행주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은행은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왔으며 공시 12개 기업 가운데 2개, 예고 기업 26개 가운데 6개가 은행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밸류업 지수에도 다수 포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덧붙여 이 연구원은 “달러화의 안정은 은행주의 외화환산손익이나 자본 비율, 순이자이윤(NIM)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특히 자본 비율 개선에 따른 주주환원 추가 확대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통신주는 통상 경기방어주 성격이 강해 금리 인하로 인한 경기 확장 국면에서는 약세를 보일 것이란 우려가 큰 섹터다. 그러나 오히려 고배당 매력을 갖춘 국내 통신주들에 주목할 시기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경기 관련 주식의 수급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해 통신주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과거 데이터와 현재 상황을 분석해보면 통신주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분석했다. 그는 데이터를 통해 통신주가 과거 금리 하락에도 오히려 주가 상승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오히려 경기 확장기에도 통신주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통신업체들이 경기와 무관하게 지속적인 네트워크 투자와 혁신을 추진하기 때문”이라 말했다.
한편 내년에 예정된 주파수 경매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 밸류업 지수 발표 등 이슈로 고배당 매력을 지닌 통신주의 매력이 드러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김홍식 연구원은 “현재 2025년 가을에 예정된 주파수 경매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라며 “새로운 요금제와 함께 네트워크 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통신주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하방 경직성이 강한 통신주의 특징으로 미 대선으로 인한 변동성 국면에 방어력을 갖춘 만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이제 주가 상승을 통한 자본 이익(Capital Gain)과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통신주는 배당 수익률이 높아 하방 경직성이 강하고 현재 통신주의 기대 배당 수익률은 6%에 달하며, 이는 시중 대출 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안정적인 수익은 많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9호 (2024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