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산업군이 침체 국면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차전지는 중국 및 미국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가 지속해서 늘어나며 호조를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조사업체 마크라인스(Marklines)에 따르면 글로벌 순수전기차(BEV·Battery Electric Vehicle) 판매량은 2022년 3분기 누적 519만 대로 전년보다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 전기차 육성 정책 등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전기차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차전지 제조사는 완성차 업체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대해 제품개발 초기부터 지속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차전지 제품경쟁력 강화의 필수 요건이다. 국내 업체는 완성차·이차전지 업체 간 협력 강화에 적극적 대응하고 있다. 국내 3사는 얼티엄셀즈(LG에너지솔루션-GM), 블루오벌SK(SK온-포드), 스타플러스 에너지(삼성SDI-스텔란티스) 등 외국계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 설립으로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발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긍정적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IRA 내용 중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 지급 조건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정하여 보조금(최대 7500달러)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최재형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이차전지 3사는 경쟁국 대비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공장 설립을 통한 선제적 북미 생산 기반 확대로 IRA에 따른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며 “현재 일본 파나소닉(Panasonic)이 테슬라의 주요 공급사로 시장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3사는 단독 및 합작공장을 지속해서 신·증축하여 2025년 북미 시장의 50% 이상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고, 글로벌 고령화 추세, 생명공학 기술 발전 등 영향으로 바이오의약품 수요 및 생산량 점진적 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생명공학 기술 발전에 따라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이후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 생산량도 증가할 여지가 큰 상황이다.
이재준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2023년 국내 주요 바이오 업체들의 매출액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생산 기업은 신규제품 출시 및 생산 용량 증대에 따라 긍정적인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핵심은 바이오시밀러 및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Contract Development and Ma nufacturing Organiation)으로 고가의 원본 바이오의약품을 대체하기 위한 가격 경쟁력이 관건이다. CDMO를 제재하는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 내 의약품 가격 인하를 추구하는 연방정부의 기존 정책 방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해외 수입 제품에 대한 제재보다는 미국 내 바이오 제조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 제공 등의 유인정책이 현실적이란 것이 중론이다.
이재준 연구위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CDMO에서 생산, 수출되는 의약품의 개발사가 미국 회사인 경우 영향력은 미미하며, 미국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제약사는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 바이오 기업의 경우 벤처캐피털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기류도 보인다.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도가 증가함에 따라 위험이 큰 신약개발 사업 등을 추진 중인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저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3분기까지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 규모는 2021년보다 27.4% 감소한 8787억원으로 모든 업종 중에서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정유업계의 2023년 전망은 양호한 편이다. 업계는 2022년 극도의 고유가 환경만큼은 아니지만, 적정 수준의 정제마진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정유업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정유사들은 기존 석유화학사들이 하던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지으며 정제업 비중을 서서히 줄이고 있다. ESG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며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활용 사업을 확대해 ESG 경영 실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문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제유가 안정으로 2022년보다는 정제마진이 다소 줄겠지만, 여전히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체 에너지원 수요 확대로 내년에도 견조한 원유 수요가 예상되어 양호한 업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업은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 데다 내년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4달러로 호황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에 반해 석유화학은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압박으로 2023년 전망이 밝지 않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설비 가동률 조정으로 시황 반등이 이뤄져 2024년쯤 회복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