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는 수은주와 달리 7월 국내 증시는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6월에 이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또 한 번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국 증시의 가격은 6월 중순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도 되지 않을 만큼 하락한 상태지만 뚜렷한 상승 모멘텀 역시 보이지 않는다. 하반기로 진입할수록 코스피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되고 있고,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 기준금리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가 같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 역시 더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횡보장에서는 경기 방어적 성격을 지닌 고배당주로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르면 3분기 말 물가 안정이 확인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증시 랠리를 노리며 낙폭과대주를 담거나 현금 비중을 높이는 전략도 고려해봄 직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주는 주의해야
안정적인 배당과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기능이 매력인 리츠는 6월 들어 낙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금리 인상으로 리츠주들의 대출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리츠는 대출이나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을 사들인다. 대출 기간이 만료되면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을 하는데 금리 인상기에 리파이낸싱을 하면 이자 비용이 상승하고, 배당의 원천인 수익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리츠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내 주요 리츠주의 리파이낸싱 시점이 2024년에 몰려있어 당장 수익에 미칠 영향이 적고, 리파이낸싱을 한다 해도 다양한 전략을 통해 금리 인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리츠 16곳은 향후 4년 안에 2~4번의 장기 차입금 만기를 앞두고 있다. 그중 올해 안에 장기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리츠는 롯데리츠와 신한서부티앤디리츠 2군데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18.6% 하락하는 사이 국내 상장 리츠 20곳의 평균 주가 하락률이 1.1%에 그쳤다는 점은 리츠의 방어력을 증명한다.
대신, 보다 깐깐하게 투자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전문가들은 임대 수익이 견조하고 가치가 상승할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리츠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알파리츠는 판교 크래프톤 타워를 비롯해 임대 비율과 임대료가 상승할 중심지역 내 7개 오피스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핵심 자산의 가치가 상승해,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 전략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리츠에 비해 유리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유한 자산이 비핵심 자산일지라도 매각을 통해 배당의 성장성을 높이는 리츠가 유망하다고 본다”며 “코람코에너지리츠·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롯데리츠·디앤디플랫폼리츠 등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역시나 높은 배당과 경기 방어력이 매력인 통신주도 횡보장에서 비중을 늘려봄 직한 투자처다. 특히 통신 업종은 하반기 영업이익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3G에서 LTE로의 전환 과정에서 나타났던 이익 성장이 5G로의 이행 과정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보여서다. 김아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 1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LTE 전환기이던 2012년 하반기부터 2014년 하반기 통신 3사의 시가총액은 79.7% 증가했는데, 이때와 현재 상황이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통신 3사 중에서는 주가 상승이 그나마 더뎠던 LG유플러스가 유망한 투자처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LG유플러스의 1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경쟁사들에 비하면 좋지 않았지만 나쁜 수준도 아니었다”며 “5G 가입자 증가와 비용 부담 완화라는 우호적인 산업 환경은 경쟁사들과 공유하면서도 주가가 덜 오른 통신주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가 통신 3사 중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 연합뉴스>
통신 3사 중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국내 1위 통신사업자인 SKT는 지난달 14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이 48%로,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율 제한인 49%의 턱 끝까지 올라왔다. 49%에 도달하면 MSCI 수시 편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라는 설명이다. KT의 외국인 지분율은 43.6%다.
다만 전통적인 배당주에 속하는 금융주는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돼 금융주 주가가 상승하지만, 인상기 후반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상존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장기투자자라면 성장주 투자
매크로 불확실성이 가라앉고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돌아올 때를 기다리는 투자자라면 어떤 종목을 노려보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단기투자자라면 실적에 비해 낙폭이 과대하게 큰 실적주에, 장기투자자라면 실적이 뒷받침되는 성장주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삼성증권은 PBR 기준으로 주가가 너무 하락해 추가 하락이 제한될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 중에서 향후 증시 여건이 우호적으로 변하면 빠르게 주가가 반등할 수 있는 종목에 주목했다. 역사적 밸류에이션 하단에 있는 복합기업, 화학·기계 등 중국 노출 비중이 높은 경기 민감주가 많이 포함됐다. 예컨대 DL의 경우 계열사 DL케미칼이 미국 석유화학회사 크레이튼을 인수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확대될 것으로 보임에도 PBR가 0.3으로, 역사적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DL의 PBR는 2017년 0.63, 2018년 0.73, 2019년 0.59, 2020년 1.24 수준을 유지해왔다.
2차전지 기업들은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성장주다. 그간 2차전지 밸류체인에 있는 기업들의 실적을 짓누른 요인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공급 경색이었다. 공급망 완화로 수요가 회복되고 나면 2차전지 기업들의 구조적인 성장에는 모멘텀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2차전지 기업들 중에서도 삼성증권은 양극재 기업인 LG화학과 포스코케미칼에 주목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2차전지 소재 사업 부문이 저평가돼있으며 향후 중국 수요가 회복되면 석유화학 사업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또 포스코케미칼에 대해 “국내 최대 양극재 공장 증설 및 상업 생산 가동에 대한 모멘텀이 있으며 포스코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의 수혜도 입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이익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들 중 낙폭이 과하다고 평가하는 종목들에 대한 투자가 유효한 시점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전망치 상향에 따라 금리의 추가적인 상승은 불가피하며 경기 둔화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하락 폭이 크고 이익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산업재·소재 등 섹터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DB금융투자도 PBR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종목을 제시했다. 대형주 중에서는 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주들이 두드러졌으며 SK·LG 등 지주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중형주 중에서는 롯데정보통신과 오리온홀딩스·농심 등 식품업종들도 눈에 띄었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전경.
▶3분기 말 지나야 방향성 잡힌다?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증시 환경이지만 시계를 조금만 더 넓혀 3분기 후반~4분기를 보면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데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매일경제가 국내외 자산운용사 CEO·CIO,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2.5%가 ‘연말 코스피가 2800선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 응답자의 37.5%는 코스피가 어느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2800선’이라고 답했으며 12.5%는 ‘2900선’, 2.5%는 ‘3000선 이상’이라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전망한 이유에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불확실성의 제거, 유가 안정, 원화 가격 상승 등의 여건 완화가 기대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에 물가가 꺾이기 시작하고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폭도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 증시가 변곡점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한두 달 뒤 증시 안정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당장은 좋은 투자 전략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매일경제 설문조사에 응한 23.3%의 전문가는 7월 코스피가 단기 반등하더라도 ‘현금 확보’가 좋은 투자 전략이라고 답했으며 16.3%의 응답자는 ‘관망’을 꼽았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위험자산을 늘리기 힘들 것으로 보이고 한두 달은 시장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면서도 “7~8월까지 주가가 더 하락하고 나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