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年)가 바뀌면 새 차가 등장한다. 그 차에 소비자의 시선이 모인다. 집중된 시선을 따라 새로운 트렌드가 시장을 지배한다. 2022년 새롭게 등장할 자동차 트렌드를 소개한다.
2022년 검은 호랑이 해를 주름잡을 차는 어떤 모델일까. 국산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각 수입차 브랜드까지 연말, 연초가 되면 슬쩍 신차 출시 일정을 공개하며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자극한다. 차를 교체할 계획이 없던 이들도 이 시기만 되면 엉덩이 들썩이며 미래지향적인 새 차 모양새에 시선을 빼앗기기 마련이다. 지난 11월 25일부터 12월 5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확인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은 여전히 뜨겁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전기차 모델이 전시장에 가득했다.
2021서울모빌리티쇼 현장
▶Scene #1 예고된 완전자율주행시대
서울모빌리티쇼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전시는 현대차가 발표한 ‘레벨4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황과 국내 운영 계획’이었다.
장웅준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장(상무)은 “현대차는 보편적 안전과 선택적 편의라는 개발철학을 바탕으로 모두가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2022년 상반기 서울 도심에서 레벨4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한 모빌리티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벨4(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는 제한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한 단계다. 즉,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진정한 자율주행의 단계다.
현대차가 서울 도심 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선보일 시범 서비스는 ‘로보라이드(RoboRide)’다. 차량의 자동화된 시스템이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한 후 차량을 제어, 도로가 일시적으로 막히는 일부 상황을 제외하곤 비상시에도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시범 서비스에 투입할 ‘아이오닉5’ 기반의 자율주행차 이미지를 공개했다.
사이먼 로스비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는 “포니의 대담한 디자인을 계승한 아이오닉5는 퍼스널 모빌리티를 자율주행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가장 완벽한 동반자”라며 “전동화에 이어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경험과 가치를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현대차는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적용한 ‘넥쏘’ 차량의 도심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넥쏘가 교통신호와 연동해 주행하는 모습, 3차로에서 1차로까지 연속으로 차로를 변경하는 모습, 주변 차량의 위치를 파악해 유턴 및 좌·우회전을 수행하는 모습, 도로 위 주정차 차량을 인식해 차로를 변경하는 모습, 오토바이 등 끼어들기 차량이나 도로 위 보행자를 인식해 감속하고 정차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장웅준 상무는 “향후 로보라이드, 로보셔틀뿐만 아니라 물류 이동 효율성을 높이는 로보딜리버리 등의 서비스도 선보여 자율주행 기술을 통한 이동의 편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Scene #2 주력 차종이 된 전기차
“지금, 자동차 산업은 큰 변혁기를 맞고 있습니다.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동력차 비중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선 35% 이상, 전 세계에서도 31%를 상회할 전망입니다. 일부 연구기관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로의 전환도 2027년 이후엔 레벨3~4 단계로 발전하면서 전장부품의 경우 연평균 13%씩 성장(PwC전망치)해 전 세계 시장 규모가 2023년엔 200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정만기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원장(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의 개회사 중 한 토막이다. 자동차 산업의 변혁에 있어 큰 축은 역시 전기차다.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20종의 신차 중 각 브랜드의 주력 모델도 역시 전기차(친환경차)였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제네시스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구성해 트렌드의 근거를 증명했다.
‘디 올 뉴 기아 니로’ 월드 프리미어
기아가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한 ‘디 올 뉴 기아 니로(The all-new Kia Niro·신형 니로)’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를 위한 기아의 비전이 담긴 친환경 SUV 모델이다. 1세대 출시 이후 5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카림 하비브 기아 디자인 담당 전무는 “니로는 기아의 친환경 라인업을 이끌어 가는 차량”이라며 “신형 니로는 친환경과 즐거움을 연계한 디자인으로 고객들에게 의미 있는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신형 니로에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와 그 속성 중 하나인 이유 있는 즐거운 경험(Joy for Reason)을 적용해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특히 관심을 모은 건 전기차 모델이었다. 신형 니로EV는 무광과 유광을 조합한 투톤 그릴에 육각형의 입체적 패턴을 적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전면부를 구현했다. 충전구를 전면부 중앙에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고, 전면과 후면 범퍼에 차체와 동일한 컬러를 적용해 깔끔한 느낌을 강조했다.
실내는 대시보드에서 도어트림으로 이어지는 대각선 사이에 와이드한 디스플레이를 배치하고, 센터 콘솔에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을 탑재시켜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디 올 뉴 기아 니로
국내에 첫 소개된 제네시스 전동화 SUV ‘GV70’
이번 전시회를 통해 국내 무대에 데뷔한 ‘GV70 전동화 모델’은 제네시스의 SUV ‘GV70’의 파생 모델이다. 77.4㎾h 배터리를 탑재한 이 전기차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 400㎞ 이상, 350㎾급 초급속 충전을 하면 18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전륜과 후륜에 최대 출력 160㎾, 최대 토크 350㎚의 힘을 발휘하는 모터를 각각 적용했고, AWD 단일 모델로 운영된다. 복합전비는 19인치 타이어 기준 4.6㎞/㎾h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급 전기 세단 ‘더 뉴 EQS’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전시회에 ‘전동화를 선도하다’란 주제로 5종의 새로운 순수전기차를 선보였다.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더 뉴 EQE’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 ‘컨셉 EQG’, 국내 최초로 공개한 ‘더 뉴 EQS’ ‘더 뉴 EQB’가 그 주인공. 특히 국내 출시를 앞두고 기대를 모았던 럭셔리 전기 세단 ‘더 뉴 EQS’는 이 무대를 통해 공식 출시를 알렸다.
더 뉴 EQS는 벤츠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모듈형 아키텍처를 적용한 최초의 모델이다. 최고 수준의 안전과 편의사양이 대거 탑재됐다. 국내 시장에는 ‘EQS 450+ AMG 라인’이 우선 출시된다.
2021 서울모빌리티쇼 메르세데스-벤츠 주요 모델
BMW의 준대형 전기 SUV ‘iX’
BMW는 콘셉트 모델인 ‘MINI 스트립’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고, 순수전기 모델 ‘iX’ ‘i4’ ‘뉴 iX3’ ‘뉴 MINI 일렉트릭’, 순수전기 모터사이클인 ‘CE 04’ 등 총 17가지 모델을 공개했다.
특히 눈길을 끈 모델은 순수전기 플래그십 모델인 ‘iX’다. 개발 단계부터 순수전기차로 구상된 BMW의 SAV(Sport Activity Vehicle) 모델이다. X5 수준의 전장과 전폭, X6의 전고, X7의 휠 크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외관 스타일은 ‘지속가능성’과 ‘미래지향적 럭셔리’라는 두 가지 메시지에 주력하고 있다.
LED 헤드라이트와 리어 라이트는 극도로 얇게 배치돼 스포티한 매력을 강조했고, 수직형 디자인으로 자리한 키드니 그릴은 통합형 카메라와 레이더 기술이 자리해 지능형 패널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엔 5세대 eDrive 기술이 적용돼 최고출력 326마력을 발휘하는 ‘iX xDrive40’(1회 충전 시 313㎞ 주행)과 523마력을 발휘하는 ‘iX xDrive50’(1회 충전 시 447㎞ 주행) 등 두 가지 모델로 우선 출시됐다. 고성능 M 모델인 ‘iX M60’은 향후에 라인업에 추가될 예정이다.
아우디 Q4 e-tron
국내 최초로 공개된 아우디 ‘Q4 e-트론’
국내에서 처음 전시된 ‘Q4 e-트론’은 아우디가 선보이는 첫 콤팩트 세그멘트의 순수전기 SUV다. 국제표준시험방식(WLPT) 기준 최대 520㎞의 긴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낮은 무게 중심과 균형 잡힌 무게 분산으로 스포티한 주행과 정확한 핸들링, 탁월한 안전성이 장점이다. 55㎾h, 82㎾h 배터리 등 총 2가지 배터리와 엔트리급 버전, 미드 레인지 버전, 최상위 모델 등 3가지 구동 버전으로 구성됐다. 최상위 버전인 ‘Q4 50 e-트론 콰트로’는 전기 모터 2대가 탑재돼 전기 사륜 구동을 지원한다. 220㎾(299PS)의 최대출력을 제공하며 제로백 6.2초, 최고속도는 180㎞/h다.
현대모비스가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한 엠비전X
▶Scene #3 새롭게 공개된 모빌리티 新기술
이번 전시회에서는 자동차 전용 인공지능(AI) 플랫폼,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로봇 등 다양한 신기술이 공개됐다.
현대모비스는 ‘엠비전X’ ‘e-코너 모듈’ ‘자율주행용 신개념 에어백’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선보였다. 모비스 전시장에서 가장 도드라졌던 엠비전X는 4인승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로 외관은 물론 독특한 실내 공간과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을 구현했다.
미래 자율주행차에서 승객의 몸을 보호하는 에어백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자율주행용 신개념 에어백과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로 꼽히는 차세대 자동차 바퀴 e-코너 모듈도 신통방통한 기술. 특히 서울모빌리티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e-코너 모듈은 차량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구동, 제동, 조향, 현가 기능을 융합시켜 하나의 바퀴모듈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 모듈을 이용하면 기존 자동차 형태를 보다 다양한 콘셉트로 구성할 수 있고, 크기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심사위원단의 평가에서 e-코너 모듈은 “궁극적인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부품으로 향후 고속화, 경량화가 필요하지만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과 경쟁사 대비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SK텔레콤은 자동차 전용 인공지능(AI) 플랫폼 ‘누구 오토’를 선보였다. 누구 오토를 적용한 ‘볼보 XC60’을 타고 별도 조작 없이 음성 명령을 내리면 티맵 길찾기와 상호검색, 플로의 음악 재생과 추천, 에어컨과 시트 열선 조작 등 차량 기능 제어가 가능했다.
디피코가 전시한 소형전기 화물차 포트로 탑과 포트로 픽업
▶Scene #4 중소 전문 브랜드가 선보인 미래 모빌리티
그런가 하면 전시장 곳곳에 기존 완성차 업체나 IT기업이 아닌 중소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이 선보인 신기술과 모빌리티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선 마스타전기차는 7인승 전기 SUV인 ‘마스타 EV’와 상용 전기차 ‘마스타 EV밴’을 내세웠다. 마스타 EV는 1회 충전으로 434㎞를, 배달용으로 적합한 마스타 EV밴은 288㎞를 달릴 수 있다. 모두 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국내에선 2022년 10월경에 출시될 예정이다.
블루샤크코리아의 소형 전기이륜차 ‘R1’과 ‘R1 Lite’는 고속 전기 모터와 최첨단 영구자석 기어 모터가 탑재돼 일반적인 뒷바퀴 구동 모터 방식의 제품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R1은 독자 개발한 지능형 중앙 제어시스템을 통한 4G+통신 모듈을 탑재해 주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일반 탑차나 화물차가 이동하기 힘든 좁은 골목이나 아파트 진입로 등에 유용한 디피코는 소형 전기차 ‘포트로 탑’과 ‘포트로 픽업’도 시선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