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중학개미’들이 패닉에 빠졌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중국 기업 옥죄기가 이어지고 있어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0일 중국 증시는 1%대 낙폭을 기록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38.22포인트(1.10%) 하락한 3427.33에 거래를 마쳤고, 선전종합지수는 28.27포인트(1.17%) 내린 2388.96에 장을 마감했다.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강화됐다는 점이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 제13기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제30차 회의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인정보의 부당이용을 막는다는 취지의 법안이지만 정부에 대한 규제는 쏙 빠져 실상은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 규제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제정안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무단사용 시 처벌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어떠한 단체나 개인도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사용·가공해서는 안 되며, 타인에게 매매·제공해서는 안 된다. 둘째, 개인 정보를 다룰 때는 합리적인 목적이 있어야 하고, 처리할 때도 목적에 적합하며 개인 권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셋째, 특히 생체인식, 의료건강, 금융계좌, 이동경로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는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번 보호법 제정 외에도 중국의 빅테크 규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앤트그룹 상장 중단을 시작으로 인터넷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전까지 느슨한 규제를 통해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들을 육성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 정반대의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플랫폼 기업들의 부당행위 제재를 위해 ‘플랫폼 경제 반독점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면담 및 행정처분도 잇달아 실시했다. 정부당국은 징둥, 메이투안,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플랫폼 기업대표를 연이어 소환하여 ‘사전경고’ 성격의 면담(웨이탄)을 실시하고 해당 기업의 문제점 지적 및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시장관리감독총국이 반독점 위반으로 알리바바에 182억위안(약 3조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6월 30일에 뉴욕 증시에 상장한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인 디디추싱에 대한 제재도 가해지고 있다. 2014년 알리바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40억달러 추정)의 자금을 조달한 디디추싱은 중 사이버관리국(CAC)의 인터넷 보안 심사를 앱을 통한 고객의 정보수집 및 이용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를 금지시켰다. 조사시간(최소 45일) 동안 신규 이용자의 가입도 불허했다.
시장 지배력을 높이 평가해 상장 당시 디디추싱 주식을 구매했던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 주가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중국 빅테크는 그동안 허술한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하며 급성장했다. 이에 대해 강미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인의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함에 따라 정부 입장에서는 체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정보 권력의 주도권을 정부가 확보할 경우 ‘빅브러더’ 정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디지털 경제에서도 정부의 통제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의 고래들도 이탈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4월 중국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신규 투자 중 중국 기업 비중이 1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중국 전자상거래 공룡 알리바바(24.85%)와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20.1%),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 중국 거대 기술 기업의 주요 투자자다. 돈나무 언니로 국내에 잘 알려진 캐시 우드 CEO 역시 자사 웨비나를 통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 매도 권고 의견을 낸 후 알리바바뿐 아니라 바이두와 텐센트(뉴욕증시 장외 주식) 등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하기도 했다.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 주식은 전량 매도했다.
▶정부 규제 당분간 지속될 듯… 예정 투자는 장기 사이클로 진입해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 리스크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데이터 보호주의가 확산되면서 미중 간의 갈등도 전통적인 무역에서 데이터 기술 활용을 둘러싼 패권다툼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역시 중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중국 기업에 대한 상장 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또 하나의 리스크로 지적되고 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회계 감사인들이 중국 기업의 회계 장부를 3년 이내에 공개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은 미국에 상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본토 주식 매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1~7월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본토 주식 순매수 규모는 2344억위안(약 4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유입된 1285억위안(약 22조5000억원) 대비 82%나 증가했다. 7월 말 기준 누적 순매수 금액은 1조4368억위안(약 251조원)에 달했다. 중국 경기회복과 저점매수를 노린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금 유입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주가 흐름에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에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강미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디디추싱 사태를 계기로 금융 시장에서의 미중 디커플링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적절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양국에게 모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해외 자본 시장 진출 제한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가 상실될 수 있고,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불확실성 증대로 당분간 투자 심리가 위축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접근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규제 산업이 결국 신산업이며 산업의 틀이 잡힌 이후에는 외자 기업의 막강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선영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산업을 죽이고 규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언택트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한 고용 창출이 목표가 아닐까 고민해본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여 장기투자전략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