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는 명실공이 재테크 시장의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주식 투자를 하는 MZ세대는 총 315만7000명으로, 전년(155만3000명)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투자자 중 MZ세대 비중은 34.5%로 전년보다 9.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주식 시장뿐 아니라 코인, 미술, 부동산 등 다양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경제력을 갖춘 젊은 금수저층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이른바 ‘조각투자’라는 플랫폼을 통해 소액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하는 것이 MZ세대의 투자법이다.
▶강남빌딩 조각투자로 건물주 등극
건물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부동산 신탁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인 ‘카사(Kasa)’도 은행권과 손잡고 인기를 끌고 있다. 카사는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부동산 간접투자 플랫폼이다. 소수의 고액 자산가와 기관투자자의 영역이었던 도심 상업용 빌딩에 개인도 안전하고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 혁신성과 높은 기술력을 평가 받아 지난 2년간 하나은행, KDB산업은행 등 국내외 벤처 투자자로부터 약 200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하나은행이 투자자 예탁금 관리를 전담하는 카사는 1호 상장 건물 ‘역삼 런던빌’의 공모를 마쳤다. 이 건물은 2019년 10월 완공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100억원대 신축 빌딩이다. 미국 명문 사립학교 ‘프로비던스 크리스천 아카데미(PCA, Providence Christian Academy)’의 첫 글로벌 분교인 ‘PCA코리아’가 5년 장기임대로 단일 임차하고 있다. 카사 공모 상장 빌딩의 수익증권 공모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단일, 장기 임차 기반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매 3개월마다 임대수익을 받게 되며, 카사 앱에서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
하나은행은 투자 자산의 안전성 보장을 위해 ‘역삼 런던빌’의 투자자 예탁금 관리를 전담하고 카사는 디지털 수익증권(DABS)의 공모 및 거래 서비스를 담당한다. 부동산 신탁업계 1위 한국토지신탁이 등기상 건물 소유주로서 수익증권 발행 및 건물 보증, 관리, 운영, 임대수익 집행을 맡는다.
▶고액의 미술작품 일부를 구매할 수도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1만원도 안 되는 금액부터 구매하고 추가수익을 노린다.’
요즘 뜨는 ‘아트테크(Art-Tech)’ 플랫폼이 홍보하는 방식이다. 2018년 이후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속속 생겨났다. 플랫폼 업체가 작품 가격을 매긴 뒤 수백~수만 조각으로 나눠 펀딩을 시작하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액만큼 투자하는 식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터치나 마우스 클릭 한 번에 미술품 일부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아트테크 플랫폼에는 테사,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피카프로젝트 등이 있다.
최근 아트앤가이드가 펀딩한 김환기 화백의 <Untitled 10-V-68 #19>는 1분 만에 1억5000만원을 모았다. 이우환 화백의 1983년작 <점으로부터(From Point)>는 268명이 나눠 가졌다. 앤디 워홀·키스 해링·데이비드 호크니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공동구매 펀딩에 내놓은 피카프로젝트 역시 상당수의 작품을 완판시켰다. 공동구매한 미술품은 투자자 한 명이 자신의 공간에 소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존 미술품 투자 방식과 다르지만, 작품 가격이 올랐을 때 소유권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플랫폼 업체들은 공동구매로 판매를 마친 작품을 투자자들로부터 임대해 전시하면서 부가수익을 얻어 배당하기도 한다.
하나의 작품 가격이 수천억원을 호가할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닌 미술작품은 자산가들도 온전히 소장하기 어렵지만 희소성과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의 경우 꾸준히 가격이 상승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MZ세대들은 그 가치상승에 투자한다.
조각투자를 통해 공모된 역삼 런던빌
이러한 조각투자 플랫폼은 비단 공동구매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프로비넌스(작품 이력)로 신뢰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장점을 가지기도 한다. 작품이 참여한 전시와 소장이력 등 프로비넌스를 투명하게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아트테크 플랫폼은 금융당국에 신고·등록하는 금융투자업체가 아니므로 그림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더라도 소비자 피해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기란 어렵다. 여타 주식이나 채권 같은 투자자산에 비해 환금성이 낮은 편이기도 하다. 소유권이 분산되는 만큼 판매·보유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아트테크가 반드시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주변 경제환경에 따라 급변하는 미술 시장의 특성상 작품의 가치도 연동되는 특성이 있고 모든 작품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음악 저작권에 투자해 수익 배분
노래를 주식처럼 사고파는 뮤직테크 시장도 열렸다. 음악 저작권 공유 플랫폼을 활용해 음악 저작권에 투자하고, 정기적으로 저작권료를 받거나 되팔아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2016년 4월에 문을 연 뮤직카우는 세계 최초 음악 저작권 플랫폼이다. 지난 3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30만 명 이상으로 전년 대비 438% 증가했다. 회원의 70%가 2030세대로 알려졌다. 플랫폼에 들어가면 주식투자앱과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뮤직카우는 뮤지션으로부터 저작권 일부를 사들인다. 이를 쪼개 여러 팬들의 거래가 가능하다. 각 음원별 투자전략을 제시하고, 음악 저작권 지수인 MCPI를 매일 업데이트한다. 최신음원보다는 시간이 조금 지난 음원들이 시장에 나와 오랜 기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1990년대 곡, 역주행 가능성이 보이는 곡, 저평가된 명곡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뮤직카우는 아트 플랫폼과 달리 저작권 자체를 구매한다고 볼 수는 없다. 뮤직카우 투자자들은 저작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갖게 된다. 본 음악 저작권은 뮤직카우 측이 소유하고 있으며, 참여청구권 소유자들은 저작권 수익이 나면 투자한 만큼 배당을 받는 형태다.
▶롤렉스·한정판 스니커즈
한정판 명품 리셀 시장 노크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 바이셀스탠다드가 지난 3월 선보인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는 희소성 있는 명품 자산을 투자대상에 편입시켜 재매각하여 소액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론칭과 함께 출시한 포트폴리오 ‘PIECE 롤렉스 집합 1호(이하 집합 1호)’가 펀딩을 연 지 30분 만에 완판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집합 1호’의 모집액은 1억1800만원으로 롤렉스를 대표하는 서브마리너,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데이트저스트 등 프리미엄이 높은 11종으로 구성됐다. 특히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신형 모델들도 포함되며 열기 전부터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스 측은 ‘집합 1호’의 예상수익률을 6개월 기준 약 2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의 관계사 서울옥션블루가 스니커즈·미술품에 공동 투자하는 ‘소투’는 고가의 한정판 스니커즈나 미술품, 아트토이를 1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공동구매 플랫폼이다. 한 켤레에 최대 100만원을 웃도는 나이키 에어포스 같은 고가의 스니커즈부터 한국 단색화의 선구자 박서보 작가의 미술작품까지 다양한 자산을 조각투자할 수 있다. 특히 소투는 신한은행은 모바일 금융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인 신한 ‘쏠(SOL)’에 입점한 것은 물론 우리은행, 하나은행과도 제휴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 주식 공동구매가 가능한 ‘엔젤리그’
▶비상장주식 공동구매 플랫폼도 속속
국내 일반 주식에는 불가능한 소수점 거래가 비상장 주식에는 가능하다. 엔젤리그는 스타트업 비상장 주식을 클럽딜(공동구매) 형태로 거래하는 플랫폼 서비스다. 기존 장외 주식 시장에 비해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고, 비통일주권인 프리 IPO 단계의 회사가 많아 기존에 거래가 힘들었던 스타트업들도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엔젤리그에서는 오픈 1년 만에 28개 회사, 150여 개의 클럽딜이 진행됐다. 야놀자, 컬리, 크래프톤,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카카오뱅크, 야나두, 리디 등 상장 준비 소식이 들리는 회사뿐만 아니라, 무신사, 두나무, 카카오모빌리티 등 장외 시장에서 구매가 힘든 주식의 클럽딜도 올라와 오픈한 지 5분도 안 돼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조합은 1010%의 수익률을 기록한 야놀자 1, 2호 조합이다. 야놀자의 경우 1년 전 주당 1만원으로 클럽딜이 진행됐는데, 최근 장외거래가는 11만~13만원으로 추정 평가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두 번째는 주당 매수단가 1만8000원에 진행됐던 컬리 1, 2, 3호 조합의 수익률이 427%로 높았다. 엔젤리그의 클럽딜을 통해 설립된 조합은 1년이 지나면 엔젤리그에서 조합지분 거래를 통해 판매하거나 상장 등 회사 상황에 따라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회수하는 방법이 있다. 클럽딜을 통해 설립된 조합의 지분을 사고팔 수 있는 ‘조합지분 거래’ 기능은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설립일로부터 1년이 지난 조합의 지분은 엔젤리그 서비스 내에서 판매 및 구매가 가능해진다. 원하는 가격과 팔고 싶은 규모를 등록하여 보유한 지분의 일부 혹은 전체를 판매하는 구조이다. 오픈하면 1주 단위 거래도 어려웠던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최초로 소수점 단위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 수익을 분배하는 뮤직테크앱 ‘뮤직카우’
또 다른 방법으로는 해당 회사가 상장을 하는 경우 조합원 총회의 결정에 따라 상장 전에 조합원에게 주식으로 배분하는 형태다. 상장을 통해 수익 실현한 조합으로는 작년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와 올해 2월 상장한 뷰노가 있다. 장외에서 조합이 보유한 주식을 좋은 가격으로 매수하고자 하는 주체가 있을 경우 조합에서 양도 가격을 논의 후 결정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핀테크 스타트업 ‘콰라소프트’는 오는 7~8월 출시를 목표로 해외 주식 소액 투자 플랫폼 ‘오월’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된 콰라소프트는 1만원 미만의 소액으로도 해외 주식을 사고파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엔젤리그처럼 투자자가 공동구매 방식으로 소수점 단위로 지분을 매입하게 함으로써 환전 비용과 거래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