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Part Ⅲ 미래 모빌리티 | 2028년 개인용 비행체 타고 출퇴근하는 시대 열린다
박윤구 기자
입력 : 2020.01.29 14:23:34
수정 : 2020.01.29 14:23:58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보여준 미래 상상 속 자동차가 현실로 다가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손잡고 개인비행체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아마존, 소니 등 글로벌 IT 공룡들까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들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성장성과 잠재력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발달과 공유경제 확산에 따라 전 세계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17년 388억달러에서 2025년 358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우디 AI:ME
▶현대차, 2028년 도심항공 모빌리티 상용화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와 손잡고 하늘을 나는 ‘개인용 비행체(PAV)’ 개발에 나선다. 7일(현지시간) 현대차는 우버와 UAM 사업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양사가 함께 제작한 실물 크기의 PAV 콘셉트 ‘S-A1’을 공개했다. S-A1은 전기 추진 방식으로 도심에서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5인승 비행체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저소음, 경제성, 승객 중심 등에 초점을 맞춰 오는 2023년경 시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도심항공 모빌리티가 2028년께 국내와 해외에서 상용화될 것”이라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더 많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버를 포함해 산업 리더들과 컬래버레이션하고 개방형 혁신을 통해 다양한 파트너십을 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 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한 ‘S-A1’은 최대 100㎞까지 비행할 수 있다. 최고 비행 속력은 시속 290㎞에 달하고,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분여간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동비행기술이 안정화되면 자율 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S-A1를 시작으로 하늘길을 새로운 이동 통로로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도시 전역에 구축하는 모빌리티 환승거점 허브(Hub)와 지상에서 사람을 이동시키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까지 연결되면 현대차가 지향하는 도심 모빌리티 생태계가 완성된다.
Hub는 하늘의 UAM과 지상의 PBV를 연결하는 구심점이자 복합 문화공간이다. 이곳을 거쳐 승객들은 개인형 맞춤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 ‘PBV’로 이동한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최적의 경로를 설정하는 PBV는 도심 셔틀 기능을 비롯해 식당과 카페, 호텔, 병원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현대차는 CES 전시관에 실물 크기의 S-A1을 설치해 전 세계 언론 매체와 관람객들에게 주목받았다. 이와 더불어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해 PAV 탑승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풍경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는 체험공간도 운영했다. PAV 콘셉트 외에도 주거용·의료용 PBV 콘셉트 ‘S-Link’와 Hub 콘셉트 ‘S-hub’를 함께 전시해 현대차가 추구하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현대모비스 CES 2020 부스, 도요타 우븐 시티 이미지
▶벤츠·BMW·아우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카 공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각자만의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을 제시했다. 6일(현지시간)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그룹 이사회 의장 겸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CES 2020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혁신적이면서 미적 요소를 극대화한 쇼카 ‘비전 AVTR’를 공개했다.
비전 AVTR는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은 콘셉트카로 인간과 자연, 기술을 연결한다. 차체와 타이어까지 럭셔리한 감성을 품은 유선형으로 형상화됐고 밝은 조명이 더해지면서 연결성이 강조됐다.
칼레니우스 의장은 “운송 수단의 첨단 변혁을 의미하는 AVTR는 사람과 기계의 연결을 위해 나무 막대기, 플라스틱 손잡이, 스티어링 휠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며 “게걸음과 같은 수평 이동이 가능하며 유기적인 셀 화학 기술을 적용해 완전히 재활용되는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비전 AVTR는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 제작팀과의 협업으로 설계됐다. 차량 내부에 다양한 재활용 소재와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내외부 간 경계를 허물었다. 또한 생체공학적인 덮개와 같은 표면으로 탑승자와 주변 환경 간 소통 방식을 달리했다. <아바타> 감독 겸 제작자인 제임스 카메론도 기조연설 무대에 함께 올라 인간·기술·연결성에 대한 시각을 전했다.
BMW그룹은 전기차 i3를 새롭게 바꾼 ‘i3 어반 스위트(Urban Suite)’ 모델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어반 스위트는 운전석과 대시보드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완전 변경해, 차량 내부를 편안한 호텔 스위트룸과 같은 느낌으로 구성했다. 휴식용 발판이 장착된 안락한 카시트와 천장에서 내려오는 스크린, 개인용 사운드 존 등도 마련됐다.
BMW그룹은 어반 스위트에 대해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콘셉트를 구현하는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는 차량의 크기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CES 현장에서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어반 스위트 차량 시승 기회가 제공됐다.
한편 아우디는 탑승자와 교감이 가능한 모빌리티 쇼카 ‘AI:ME’를 공개했다. 아우디의 AI:ME는 집과 직장에 이어 제3의 생활공간을 표방한다. 시선을 추적하는 기능을 이용해 탑승자가 눈으로 차량과 직관적으로 소통하고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또한 VR 고글을 착용하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가상 비행’ 경험까지 즐길 수 있다.
아우디는 프로토타입 차량을 통해 운전자와 교감하는 ‘인텔리전스 익스페리언스’ 기능을 직접 선보였다. ‘인텔리전스 익스페리언스’는 자동차가 운전자의 습관을 학습하고 인공지능과 결합한 지능형 기능을 통해 탑승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향상시킨다.
보쉬의 라이트 드라이브 스마트글라스, 메르세데스-벤츠 AVTR 쇼카
▶도요타, AI·IoT 실증도시 ‘우븐 시티’ 건설
도요타자동차는 CES 2020에서 일본 후지산 인근에 미래형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6일(현지시간)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 있는 히가시후지공장 터에다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실증도시인 ‘우븐 시티’를 2021년에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 우븐 시티 청사진을 공개하며 “자율주행차, 로봇, AI, 사물인터넷 등 현재 개발 중이거나 앞으로 개발할 신기술과 서비스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실험공간으로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의 도로가 그물망 형태로 정비된 거리 모습에서 이름을 딴 ‘우븐 시티(Woven City)’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하는 커넥티드 에코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초기에는 도요타자동차 임직원과 연구원, 업계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입주하며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방침이다.
도요다 사장은 “작은 규모라 할지라도 완전한 도시 하나를 기초부터 건설하는 것은 도시 인프라를 위한 디지털 운용체계와 같은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한 기회”라며 “데이터와 센서를 통해 사람, 건물, 자동차가 모두 서로 연결되고 통신함으로써 우리는 가상과 현실 양쪽 모두에서 커넥티드 AI 기술을 테스트하고 그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븐 시티의 거리는 고속 차량 전용, 퍼스널 모빌리티와 보행자를 위한 혼합형, 보행자 전용 공원형 등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자율주행 테스트를 위해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또한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일본 목재 가구 제조방식과 로봇생산 방식을 결합해 지속가능한 도시로 건설된다. 일상생활에서는 가정용 로봇과 같은 최신형 휴먼 서포트 기술로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도요타자동차는 전 세계에서 관심 있는 과학자와 연구자들을 초청해 이 특별한 현실 속 인큐베이터에서 각자의 연구 활동을 수행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디지털 콕핏, 콘티넨탈과 젠하이저가 공개한 스피커 없는 차량 오디오시스템
▶현대모비스·보쉬·콘티넨탈… 모빌리티 신기술 발표
올해 CES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업체들 역시 미래 모빌리티에 초점을 맞춘 신기술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 부품제조업체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기반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 ‘엠비전 에스(M.Vision S)’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등을 공개했다. 전시관 중앙에 설치된 대형 아트 월을 통해 미래 자동차와 사람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줬다. 엠비전 에스에 설치된 전방 카메라가 방문객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이를 이미지화해 대형 디스플레이에 비추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는 관람객들이 자기만의 미래차를 직접 제작해보는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모션 인식과 로봇 드로잉 기법을 활용해 엠비전 에스(M.Vision S)의 형태와 색깔 등을 자유자재로 변형하고 각자가 원하는 미래 모빌리티를 구현하게 했다. 로봇 드로잉으로 제작된 이미지는 기념품으로 관람객에게 제공됐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올해 CES 혁신상을 수상한 AI 기반 디지털 차량용 선 바이저(차광판)와 자동차 3D 디스플레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위한 예방 정비 애플리케이션, 의료 진단을 위한 스마트 플랫폼 등을 선보였다.
보쉬의 디지털 선 바이저는 차량 내 모니터링 카메라와 연결된 투명 LCD 디스플레이가 운전자의 눈 위치를 감지한다. 그 다음 인텔리전트 알고리즘을 사용해 차량 전면 유리창에서 강한 햇빛이 들어오는 부분만 어둡게 한다. 또한 보쉬의 새로운 3D 디스플레이는 실사와 같은 3D 효과로 기존보다 빠르게 정보를 인식하게 해 안전성을 높였다. 이밖에 라이트 드라이브 스마트글라스 모듈과 IoT 셔틀, 홈 커넥트 플랫폼 등도 함께 전시됐다.
또 다른 글로벌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은 지능형 기술로 모든 상황을 선명하게 투영하는 ‘투명 후드’와 초광대역 기술로 구현된 차량 액세스 시스템 등을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처음 공개된 콘티넨탈의 투명 후드 기능은 4개의 위성 카메라와 전자제어장치(ECU)로 구성된 서라운드뷰 시스템을 기반으로 후드 아래의 모습을 투영한다. 이를 통해 운전자들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차량 밑 지형과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콘티넨탈은 오디오 전문기업인 젠하이저와 손잡고 ‘스피커 없는’ 차량 오디오 시스템을 전시했다. 젠하이저의 3D 오디오 기술과 콘티넨탈의 액추에이티드 사운드 시스템을 통합해, 차량 내 특정 표면을 자극해 사운드를 생성하도록 설계했다. 이 덕분에 탑승객은 마치 음향장치로 둘러싸인 콘서트홀에 있는 듯한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다.
보쉬의 디지털 선 바이저, 도요타가 공개한 우븐 시티 이미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블랙베리도 미래車 눈독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IT 업체들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CES 2020에서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의 차량 내 멀티디스플레이 ‘디지털 콕핏 2020’을 공개했다. 디지털 콕핏은 운전석 옆과 전면 유리 앞에 각각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주행 정보를 제공하고 운전석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게 설계됐다. 차량 뒷면에는 마이크로LED를 설치해 주행정보를 쉽게 알 수 있게 했고, 운전석 옆 디스플레이로 뒷좌석 탑승자와 대화할 수 있는 ‘캐빈 토크(Cabin Talk)’ 기능도 추가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하만과 공동 개발한 5G 기반의 차량용 통신장비 TCU 기술을 공개했는데, 이 기술은 내년 양산 예정인 BMW의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탑재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스위스 기업 룩소프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커넥티드카 사업을 가속화한다. 양사는 올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스마트기기·사물인터넷(IoT) 운영체제(OS) ‘웹OS’ 플랫폼을 기반으로 스마트카 디지털 콕핏, 차량용 엔터테인먼트시스템(RSE), 지능형 모빌리티 시스템을 개발한다.
일본 IT 업체 소니 또한 CES에서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S’를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소니는 그동안 카메라 센서 등 자동차 부품 일부를 만들었지만 완성차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니는 전기차 콘셉트카에 이미지센서와 비행시간거리측정(ToF) 등 총 33개의 센서가 차량 내·외부에 장착돼 사람, 사물을 감지하며 높은 수준의 주행보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한때 ‘오바마폰’으로 유명했던 블랙베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동차관에 전시관을 꾸렸다.
전구 업체인 오스람은 광대역 레이더인 ‘라이다(LiDAR)’ 개발을 공식화했고, 아마존 또한 덴소, 액센츄어, 유니티 등과 손잡고 자율주행 솔루션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