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슈퍼리치를 사로잡기 위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초고가 맞춤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한때 ‘매스티지(Mass+Prestige의 합성어)’란 말이 유행하면서 루이비통이 100만원대 스피디백을 팔던 명품 대중화 열풍과는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슈퍼리치에 온통 관심을 갖는 건 전세계적으로 부자들이 늘어났고, 그들은 장기화되고 있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백만장자의 수는 2000년 4만1000명에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현재 순자산이 5000만달러가 넘는 고액 자산가는 전세계적으로 12만8000여 명에 이른다. 럭셔리 업계에서는 순자산이 5000만달러가 넘는 사람들을 최상위 부자로 일컫는다.
슈퍼리치들은 한동안 럭셔리 아이템을 본인들만의 전유물로 여겨 로고를 과시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대중들 접근이 많아지고 용이해지면서 더 이상 현란하고 화려한 명품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이러한 심리를 공략하기 위해 드물고, 이국적이며, 값비싼 소재와 부자재를 사용한 소위 ‘나만의 명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영국 런던의 최고급 헤로즈백화점은 ‘슈퍼브랜드(Superbrand)’라는 새로운 조닝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루이비통, 로로피아나, 셀린느, 샤넬, 펜디, 디올 등 모두 18개 럭셔리 브랜드의 고가 컬렉션만 선보인다. 적게는 2만달러에서 200만달러 이상에 달하는 희귀한 아이템을 주문하는 고객들을 위한 코너다.
삼성패션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슈퍼리치가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개인 취향을 반영한 맞춤제작 제품과 서비스가 럭셔리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다. 부유한 계층일수록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 보이거나 대중에게 알려진 브랜드를 꺼리고 비스포크(100% 맞춤)나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슈퍼리치 대부분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고, 그들 중에는 자수성가형도 많아 럭셔리 제품을 구매할 때 고급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원하다는 것이다. 브랜드나 디자이너에 대한 지식을 표출하고 럭셔리한 경험을 갖고 싶어 한다. 이에 럭셔리 브랜드들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패션쇼나 패션 전시를 열고, 개인 스타일링 컨설팅 등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실시하고 있는 ‘나만의 명품’ 제품이나 서비스는 전세계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도 주요 명품 소비국으로 부상하면서 브랜드마다 다양한 고급 맞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주문된 이니셜이 들어간 모노그램
1854년부터 이어온 스페셜 오더 서비스
루이비통은 1854년부터 스페셜 오더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스폐셜 오더란 고객이 개인의 욕구나 필요 또는 독특한 제품을 얻기 위해 원하는 제품을 주문하는 것을 말한다. 루이비통은 전통에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루이비통의 스페셜 오더 서비스는 메이드-투-오더(Made-to-Order)와 커스텀-메이드(Custom-Made)의 두 종류로 분류된다. 메이드-투-오더 서비스는 이미 나와 있는 제품 중 일부를 주문자 취향에 맞추어 새롭게 제작하는 서비스다. 기존 버전과는 다른 소재와 다른 색상의 안감이나 마무리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고객의 이니셜을 새겨 넣을 수도 있다. 커스텀-메이드 서비스는 주문하는 고객만을 위해 가방을 별도 제작하는 경우이다. 특정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맞춤형 제품이다.
모든 루이비통 매장에서 스페셜 오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단, 국내법에 의거하여 샴페인이나 와인 케이스, 캐비어 케이스 등 식재료 관련 제품은 메이드-투-오더 제작이 불가능하다.
루이비통은 나만의 명품 서비스 일환으로 핫 스탬핑(Hot Stamping)과 페인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트렁크나 가방 위에 이니셜을 그리거나 본인이 원하는 그림과 라인 등을 그리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한다. 먼저 제품에 이니셜을 새겨주는 핫 스탬핑은 다양한 글씨체 및 색상으로 본인이 원하는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루이비통에서 고안한 기계를 이용해 뜨거운 열로 눌러 이니셜을 새기게 된다. 가방과 네임 태그, 지갑, 명함지갑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또 하나 페인팅 서비스는 제품에 이니셜, 줄무늬, 그림 등 고객이 원하는 그림을 전문가가 직접 붓으로 그려 준다.
루이비통은 지난 2008년부터 몽 모노그램(Mon Monogram) 서비스도 하고 있다. 루이비통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백인 모노그램 스피디(Speedy)와 모노그램 키폴(Keepall)을 구매하는 경우 그 가방 위에 자신만의 이니셜과 스트라이프를 페인팅하여 디자인을 가미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2가지 스트라이프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트라이프의 형태를 선택한 후 위치를 지정할 수 있으며, 이 스트라이프와 함께 2~3개의 이니셜을 18가지 컬러 중에서 선택하여 페인팅 할 수 있다.
페라가모의 주문제작된 드라이빙 슈즈
드라이빙 슈즈와 타이를 내 맘대로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드라이빙 슈즈를 주문제작(MTO, Made to Order)으로 만들 수 있는 페라가모 이스케이프 캠페인을 실시한다. 새로운 맞춤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유명 남성들이 참여해 각자의 이탈리아 여행의 모습을 공개하는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유명 카 레이서 마티아스 라우다, 사운드 클라우드의 공동 창립자인 알렉산더 융 그리고 사진작가 요하네스 휴블이 참여했으며, 한국 대표로는 탤런트 이서진이 참여했다. 이서진의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이탈리아 여행의 모습은 웹사이트(driver.ferragamo.com)와 페라가모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SalvatoreFerragamo.Korea)를 통해 공개된다. 페라가모가 드라이빙 슈즈 주문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넥타이를 본인 취향대로 제작할 수 있는 타이 MTO 프로그램도 런칭했다. 페라가모는 타이를 1973년에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 이래 독창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퀄리티의 소재 그리고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장인의 기술로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맞춤 서비스는 그동안 가장 인기를 끌었던 디자인과 소재를 선별하여 길이나 폭 등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한국에서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진행된다. 3가지 길이, 4가지 폭, 50가지 이상의 색상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넥타이 뒷면에는 레터링 서비스(알파벳으로 최대 3 글자)로 이니셜을 새길 수 있어서 나만의 특별함을 강조할 수 있도록 했다.
주문자가 직접 맞춤복 디자인 참여
조르지오 아르마니에서 진행하는 맞춤 슈트 컬렉션인 MTM(Made to Measure)은 맞춤복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으며, 실루엣이 살아 있고 착용감이 편안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맞춤복을 원하는 이들은 우선 본사에서 교육받은 직원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소재, 안감, 버튼 스타일, 실루엣 등을 정할 수 있으며 라펠 유형과 주머니 위치, 싱글 또는 더블 브레스트, 바지 주름 등의 장식 또한 선택할 수 있다.
페라가모 슈즈(왼쪽)와 제작장면(오른쪽)
맞춤구두 제작장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복 서비스는 고객들이 디자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입는 이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특별한 맞춤 양복이 탄생하게 되며 개인 라벨 역시 제작이 가능하다. 맞춤복이 완성되면 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진 고객 개개인의 유니크한 패턴이 보관된다. 그 다음부터 고객은 실제로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슈트를 맞춤 제작할 수 있게 된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소재 견본 등을 받아서 전화로 맞춤 슈트를 주문할 수 있다. 피팅 후 완성까지 장인의 손에 의해 제작되며, 셔츠는 5~6주, 슈트는 6~8주의 기간이 걸린다.
최근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새로운 맞춤복(Measure To Made) 캠페인을 공개했다. TV 드라마로 성공한 배우들을 독특한 흑백 장면에 담아낸 것. 미국 출생의 맷 보머와 중국 출생의 첸 쿤, 영국 태생의 댄 스티븐스 등 3명이 그들이다. 다른 지역에 있는 배우 3명이 아르마니의 맞춤정장을 입고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스타일을 연출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국내에서 9월부터 공개될 예정이다.
‘프로엔자 스쿨러’ 여성복
런웨이 의상을 온라인으로 바로 주문
버버리는 지난 2013년부터 주문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정기 컬렉션에 나온 의상이나 핸드백 등 모델이 착용한 제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온라인을 통해 바로 주문할 수 있는 런웨이 메이드 투 오더(RMTO,Runway Made To Order) 서비스이다. 방금 쇼에서 봤던 의상을 주문하여 실제 시즌 의상이 매장에 들어오는 시기보다 먼저 받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서비스는 쇼가 끝난 2주 동안 제공된다. 이때 영문 이니셜과 이름을 새겨주는 모노그래밍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주문한 제품은 6~8주 이내에 도착한다. 버버리는 고객 개인이 원하는 스타일로 변형해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제품에 NFC(Near Field Communication) 칩을 내장해 해당 칩과 호환되는 기기를 갖다 대면 옷에 대한 부가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스마트 퍼스널리제이션을 실현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버킨 백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최장 5년까지 기다려야 구매가 가능할 정도인데도 대기자가 밀려 있을 정도로 인기다. 고품격 디자인과 퀄리티는 물론 커스터마이즈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슈퍼리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고의 악어가죽과 화이트 골드, 페이브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버킨 백은 12만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으며, 여기에 다이아몬드를 추가하는 등 개인 고객을 위한 커스터마이즈 버전으로 제작하여 약 30만달러에 판매하기도 한다.
슈퍼리치들에게 각광받는 디자이너 브랜드프로엔자 스쿨러
슈퍼리치들이 선호하는 신흥 명품 중에는 프로엔자 스쿨러가 선두에 서 있다. 케이트 보즈워스, 끌로에 세비니, 케이트 블란쳇, 커스틴 던스트 등 해외 톱스타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유명세를 탔다. 세련되고 고급스럽지만 어딘가 살짝 흐트러진 매력의 여성복 디자인과 로고가 없지만 눈길을 끄는 독특한 가방 등으로 사랑받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지난 2002년 런칭한 프로엔자 스쿨러는 두 명의 남성 디자이너 잭 맥컬러와 라자로 헤르난데즈가 뉴욕을 기반으로 만든 여성복 및 액세서리 브랜드다. 두 디자이너는 미국 뉴욕의 유명 패션스쿨 파슨즈에서 처음 만났고 곧바로 의기투합하여 졸업 컬렉션을 함께 제작했다. 두 디자이너의 어머니들이 처녀 때 쓰던 성을 조합해 브랜드 이름을 처음으로 내건 이 컬렉션은 전 물량이 바니스 뉴욕백화점에 판매되며 화제에 올랐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탁월한 재단 솜씨와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감각 그리고 완벽한 디테일이 결합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컨템포러리 아트와 젊은 세대의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분위기에 정교한 테일러링 그리고 브랜드 고유의 신소재 패브릭이 결합되어 프로엔자 스쿨러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고 있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지난 2004년 제1회 CFDA(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보그 패션 펀드 어워드에서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영향력을 늘려갔으며 이후 2007, 2011년 그리고 2013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연이어 CFDA(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는 이례적인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프로엔자 스쿨러의 첫 번째 핸드백 컬렉션이 런칭된 것은 2008년으로 이때 프로엔자의 대표적인 잇 백인 PS1도 출시되었다. 2012년에는 슈즈 컬렉션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