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지갑 시장이 후끈하다. 통신사를 비롯해 은행, 카드사, 제조사, 유통사까지 고지점령을 향한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방법은 크게 다섯 가지. 모바일 뱅킹(자금이체), 모바일 신용카드, 모바일 지갑, 휴대전화 소액결제, 전자화폐(현금 충전)로 나눌 수 있다. 업계에선 모바일 결제 네트워크 확대와 보안 문제 등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경쟁적으로 서비스 출시에 나서는 건 사업 초기 수익률이 낮더라도 새로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전 세계 휴대폰 판매량 중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38.8%, 국내의 경우 전체 휴대폰 이용자 가운데 61%(2012년 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방법 중 하나인 모바일 뱅킹을 살펴보면 이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9년 농협에서 최초로 개시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2003년 이동통신사들이 뱅크온(BankOn), M뱅크, K뱅크 등의 서비스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자금이체 건수를 살펴보면 2000년 이후 매년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일평균 130만 건이 실행돼 전체 인터넷 뱅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2%에 이르렀다. 금액 기준으로는 일평균 9600억원이나 이체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편리한 결제방식, 각종 포인트 적립에 쿠폰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전자지갑이 스마트폰 시대의 새로운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카드사·통신사 첫 걸음, 삼성 등장에 긴장
과거 IC칩에 정보를 저장해 거래하던 전자지갑은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능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멤버십 카드 수준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앱카드까지 등장하며 플라스틱 안녕이란 우스개도 들린다. 현재 국내 시장은 표준규격 없이 각 기업이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전자지갑에 가장 공들이는 업계는 카드사와 통신사. 특히 주요 카드사들은 자사 신용카드 기능을 포함한 전자지갑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발을 내딛은 신한카드의 ‘스마트월렛’은 각종 멤버십과 쿠폰은 기본이고 앱카드와 바코드, QR코드, NFC(Near Field Communication·근거리무선통신)로 결제와 취소가 가능하다. 타사 카드도 앱에 등록해 사용자가 보유카드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다. 삼성카드의 ‘삼성m포켓’도 금융유심(USIM) 방식과 일반카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 신한, KB, 롯데, 농협카드 등 주요 6개 카드사가 공동으로 앱카드 표준화에도 합의해 앞으로 전자지갑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도 잰걸음이다. 우선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을 기본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SK플래닛, LG유플러스의 ‘스마트월렛’과 ‘KT의 모카’(Moca)가 대표적인 케이스. 특히 SK는 스마트월렛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OK캐시백을 비롯해 해피포인트, CJ ONE 등 국내 220여 개 브랜드와 제휴를 맺었고, 현재까지 스마트월렛을 통해 발급된 모바일 카드만 3000만장을 넘어섰다. 이외에 금융권의 신한은행은 KT와 함께 선불충전형 전자지갑 서비스 ‘주머니(ZooMoney)’를, 하나은행은 ‘하나N월렛’으로 개인 간 충전금액 송금과 전국 5대 편의점 등 가맹점 결제가 가능하다. 유통업계도 ‘S캐시’(신세계) ‘캐시비’(롯데) ‘팝티머니’(GS+티머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삼성월렛(Samsung Wallet)’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전자지갑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에선 “막강한 단말기 경쟁력을 앞세워 전자지갑 시장에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삼성월렛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에 신용카드 정보와 개인식별번호(PIN)를 한번만 등록하면 서비스 이용 시 PIN비밀번호와 일회용 비밀번호(OTP) 인증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기존 온라인 결제가 요구하던 카드정보, 아이디, 주민등록번호, 비밀번호 등 입력에 대한 불편을 없앴다. 삼성월렛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국내 온라인 가맹점 3만여 곳. 이용 가능한 카드는 삼성, 하나SK, BC카드 등이며 추후 씨티, KB카드가 추가될 예정이다. 애플리케이션은 갤럭시S4, 갤럭시SⅢ, 갤럭시 노트, 갤럭시 노트Ⅱ, 갤럭시 노트10.1, 갤럭시SⅡ HD LTE 등에서 이용 가능하고 삼성 앱스를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미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인 구글이나 애플 등과 경쟁하기 위해 국내에서 먼저 전자지갑을 선보인 것 같다”며 “향후 세계시장 진출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측은 “앞으로 티켓, 멤버십 카드, 쿠폰 등을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전자지갑 시장, 소비자들을 전자지갑으로 끌어들이려는 업종, 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도 전자지갑 전쟁
2011년 전자지갑 표준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던 구글은 마스터카드 등과 제휴를 통해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반의 구글월렛을 선보였다. 하지만 제휴 이통사와 카드 발급사 등이 미미해 저변 확대에는 실패했다.
2011년 말 온오프라인 결제서비스인 구글 체크아웃과 월렛을 단일 브랜드로 통합한 구글은 앞선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월렛 2.0’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전 세계 4억 개의 카드 정보가 담긴 아이튠스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은 2008년부터 NFC 응용서비스 부문에 여러 특허를 출원하는 등 전자지갑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은 2011년 11월 아이튠스 계정을 이용해 셀프결제가 가능한 이지페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베이의 자회사로 190여개 국에서 총 25개 통화로 온라인·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팔(PayPal)은 앱과 QR코드, 기존 플라스틱 카드에서 사용됐던 스와이핑(Swiping) 등 다양한 결제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카드사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비자가 2011년 말 브이닷미(V.me)이란 전자지갑을 선보였고 마스터카드는 페이패스 월렛,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카드는 서브(Serve)를 선보였다.
10명 중 7명 모바일 지갑 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두잇서베이가 지난 5월 30일 하루 동안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돈 관리’였다. 1521명의 응답자 중 1022명(67.6%)은 현재 모바일 지갑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10명 중 7명이 모바일 지갑을 사용하는 셈이다. 사용자 1022명 중 82.5%인 843명은 ‘스마트월렛’을, 15.7%는 ‘모카’, 이외에 애플의 ‘패스북’과 ‘구글월렛’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9%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