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는 생각보다 꽤 넓었다. 우선 비행기 격납고를 닮은 인테리어와 프로펠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체적인 느낌은 캐주얼하지만 럭셔리한 포인트가 곳곳에 자리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이끌고 있었다. 서울 이태원 앤틱가구거리에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의 새로운 플래그십 부티크 ‘브라이틀링 타운하운스 한남’이 주인공이다.
브라이틀링 타운하우스 한남
“하나의 건물에서 브라이틀링의 모든 것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플래그십 부티크는 이제껏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입니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인더스트리얼 로프트에서 영감을 받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럭셔리에 대한 캐주얼하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접근 방식에 대한 모든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지 컨 브라이틀링코리아 CEO의 말처럼 2층 규모의 부티크에선 브라이틀링이란 브랜드로 전개하는 모든 분야를 접할 수 있다. 우선 1층엔 부티크와 카페가 자리했다. 항공 라운지를 닮은 180㎡ 크기의 부티크에선 브라이틀링의 최신 손목시계를 직접 착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카페에선 티라미수 케이크와 아메리카노로 구성된 세트를 9000원에 판매 중이다.
IWC 빅 파일럿 바
2층에는 레스토랑 ‘브라이틀링 키친’이 자리했다. 브라이틀링이 직접 운영하는 전 세계 첫 레스토랑이다. 김형규 셰프와 협업해 탄생한 이 공간은 브라이틀링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는 항공, 해상, 지상 콘셉트의 개별 룸도 갖추고 있다.
브라이틀링 코리아 측은 “시장 규모와 수준 높은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주 메뉴는 스프와 바비큐, 스파게티, 스테이크 등 최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정갈한 이탈리안 요리다. 봉골레 스파게티(2만8000원)나 최상급 한우 스테이크(200g 기준 11만6000원) 등 메뉴의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양이 많아 여럿이 즐기기에 적합하다.
브라이틀링 키친
이 외에도 브라이틀링 타운하우스 한남에선 ‘기프트숍’이나 ‘빈지티 미니 뮤지엄’에서 브랜드와 관련된 물품이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쉽게 말해 2층 건물 전체가 브라이틀링에서 시작해 브라이틀링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한 건물에서 보고 듣고 먹고 마시며 브랜드의 A부터 Z까지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시계 브랜드의 공간이 생각보다 훨씬 캐주얼하다는 것. 브랜드 로고가 박힌 맨투맨 셔츠나 가죽재킷, 모자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기프트숍은 MZ세대의 감성을 겨냥한 듯 의류 편집숍을 연상케 했다.
브라이틀링 키친
▶IWC도 전 세계 최초로 서울에 커피 매장 열어
럭셔리 시계 브랜드의 F&B 매장은 사실 ‘IWC’가 먼저다. 지난해 7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문을 연 ‘BIG PILOT BAR BY IWC&CENTER COFFEE(이하 빅 파일럿 바)’는 IWC가 전 세계 최초로 운영하는 공식 커피 매장(카페)이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손목시계 ‘빅 파일럿’을 주제로 실내를 꾸몄고, 디저트와 커피에도 시계의 특징을 반영했다. 이 카페는 IWC가 2017년 스위스 제네바에 개장한 칵테일바 이후 두 번째 F&B 매장이다.
IWC 측은 “매력적인 트렌디함의 중심이 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빅 파일럿 바를 오픈한 건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며 “점점 커져가고 있는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IWC 빅 파일럿 바
빅 파일럿 바는 실용성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IWC의 브랜드 정체성을 그대로 차용했다. 빅 파일럿 워치의 다이얼 크기를 반영해 10m에 달하는 테이블을 바의 정중앙에 배치했고, 그 안에 6m의 스크린을 설치해 이른바 빅 테이블과 빅 스크린의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계의 무브먼트나 다이얼 모양을 연상시키는 바의 원형 홈과 홈에 고정시킬 수 있는 컵을 따로 제작해 세밀한 작업이 진행되는 시계 제조사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빅 파일럿 바 유리컵, 대표 메뉴 스카이오버아프리카
벽면은 재활용 소재인 폐유리와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을 사용해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표현했다. 카페의 모든 음료는 프리미엄 원두로 유명한 서울 성수동의 카페 ‘센터 커피’에서 담당한다. 빅 파일럿 워치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BOLD’와 ‘PURE’ 등 두 가지 원두가 준비됐다. 음료 외에 파우치, 텀블러, 유리컵 등의 굿즈도 판매한다.
대표 메뉴인 ‘SKY OVER AFRICA’나 ‘SWEET TAKE-OFF’에선 IWC 특유의 비행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의 F&B 분야 진출은 젊은 소비층,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장기적인 포석일 수 있다”며 “브랜드 입장에선 수백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제품의 진입 문턱을 식음료 가격대로 낮출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가격대로 브랜드를 경험하고 소비할 수 있어 장기적인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구찌 가옥
▶구찌도 이태원 구찌가옥에 레스토랑 오픈
시계 브랜드 외에 명품 브랜드의 F&B 진출도 활발하다. 브랜드 경험을 공유해 소비층을 넓힌다는 이유와 목적은 서로 비슷하다. 올 상반기엔 서울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직접 운영하는 최고급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를 만날 수 있다. 서울 이태원의 단독 매장 ‘구찌가옥’ 4층에 자리할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전 세계 4번째 구찌 레스토랑이다.
구찌코리아 측은 “올 상반기 국내 오픈은 확정됐지만 구체적인 개점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구찌 오스테리아는 전 세계 유명 도시에 구찌의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2018년 1월 이탈리아 피렌체 1호점을 시작으로 2020년 2월 미국 베벌리힐스, 지난해 일본 도쿄 긴자에 3호점을 냈다.
국내에서 F&B에 가장 먼저 진출한 명품 브랜드는 ‘디올’이다. 지난 2015년 서울 청담동에 자리한 ‘하우스 오브 디올’ 5층에 ‘카페 디올’을 열었다. 물론 앞서 나열한 브랜드처럼 당시에도 청담동 매장보다 카페가 더 화제였다. 이곳에선 프랑스 유명 제과 셰프인 피에르 에르메가 만든 마카롱 등 브런치와 디저트 메뉴까지 즐길 수 있다. 럭셔리한 분위기만큼 가격도 인상적이다. 카페 아메리카노가 1만9000원, 차와 각종 디저트로 구성된 ‘애프터눈 티 세트’는 1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럼에도 꼭 한번 들러야 하는 청담동의 ‘인증샷’ 대표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메종키츠네 가로수길 매장
▶가로수길 유명 카페도 패션 브랜드 매장에
그런가 하면 한때 국내 트렌드를 대변하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유명 카페도 패션 브랜드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봄 가로수길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아시아 최대 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한 ‘아르켓’은 1, 2층에 ‘아르켓 카페’를 열었다. 아르켓은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의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다. 뉴 노르딕 스타일의 채식주의 카페를 표방한 이 공간에선 치아시드가 촘촘히 박힌 빵과 카다몸 쿠키 등 북유럽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여우 캐릭터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 ‘메종키츠네’의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카페키츠네’가 자리했다. 총 4층으로 구성된 스토어 내부에는 브랜드가 직접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의 선율이 흐르고 각 공간마다 갖가지 굿즈와 패션 아이템이 나열돼 있다. 프랑스 파리와 일본 도쿄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로 문을 연 카페키츠네에선 아메리카노(5500원)와 레몬에이드(6000원), 여우 쿠키(3500원), 초콜릿 브라우니(5000원) 등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대나무 숲과 조명으로 멋을 낸 야외 공간의 인기가 높다. SNS상에서 시그니처 메뉴인 여우 쿠키와 커피 인증샷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