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전 세계 건축인들의 축제이자 건축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UIA 세계건축대회가 열린다. UIA(국제건축연맹)는 유엔이 유일하게 인정한 건축연합기구로 전 세계 130만 건축인들을 대표한다.
1948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이래로 124개국이 멤버로 가입해 현재 유네스코 협력 단체로서 가장 많은 회원국을 가진 단체로 성장했다. 3년마다 대륙별 순환으로 열리는데, 내년 열리는 26차 대회는 ‘Soul of the City’라는 주제로 9월 서울에서 열린다.
한종률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조직위원장(한종률 도시건축사무소 대표)을 만나 대회 개최 의미와 건축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대회 개최의 의미와 행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국제건축연맹, UIA(International Union of Architects)는 현재 유네스코 협력 단체로서 가장 많은 회원국을 가진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국적, 인종, 종교, 건축이념 등을 초월한 건축인들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건축과 환경, 도시, 보존 및 문화 분야와 국제교류 및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K-팝 등 문화 트렌드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도시 서울에 열리게 되어 해외 건축인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선 이 대회가 몇 번째로 열리나요.
중국에서는 UIA가 민간단체지만 국가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아시아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1999년에 유치했지요. 그 다음에 동경에서 2011년에 열렸고, 내년에 열리는 한국은 아시아에선 세 번째로 열리게 됩니다. 1993년부터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계속 고배를 마셨지요.
전차 대회에서 싱가포르가 남아프리카 더반에 한 표차로 져서 이번에는 싱가포르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지난 1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홍보 유치활동을 열심히 벌인 결과 마침내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쁩니다.
▶대회 주요 행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일단 내년 9월 3일부터 8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립니다. 코엑스에서는 각종 전시 및 강연이 5일간 이뤄지고, 이후 3일 동안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장소를 옮겨 3일간 총회가 열립니다. 주요 강연자로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타나구치 요시오 등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들이 오기로 돼 있었는데, 자하 하디드는 얼마 전 별세해 무척 안타깝습니다. 해외의 젊고 촉망받는 건축가들과도 계속 접촉하고 있습니다.
▶고인이 된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서울시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할 건축가를 찾기 위해 국제초청 공모를 냈고 자하 하디드가 선정됐습니다. 국내 건축설계 사무소 중에서 공동작업을 할 파트너사를 찾기 위해 제가 당시 대표로 있던 삼우건축을 그가 찾아왔지요. 그가 디자인한 DDP의 설계가 워낙 복잡해서 한국에서 그걸 맡을 만한 회사가 별로 없었습니다. 자하 하디드 측과 삼우건축이 결국 손을 잡고 2년을 공들여 만든 건물이 DDP입니다. 정말 건축하기 어려운 건물이었는데 이제는 서울의 대표적 랜드마크가 돼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UIA 서울세계건축대회에는 관람객이 어느 정도 오고, 대회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요.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건축가 5000명이 올 예정입니다. 가족까지 합산하면 7000~8000명, 국내 건축가 5000명과 일반 시민 관람객수까지 감안하면 약 3만 명이 다녀갈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서울시를 비롯해 국토교통부와 LH공사, SH공사 그리고 각종 지자체들을 세계 건축계에 알리는 홍보 효과는 대단히 크다고 봐야죠. 서울에서 전 세계 건축계 흐름을 알고 그들과 콘택트할 수 있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대회 주제인 ‘Soul of City’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Soul of City’에서 ‘Soul(정신)’은 발음상 ‘Seoul(서울)’과 유사해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지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도시화에 대해 건축이 가야 할 방향을 논하면서 더불어 메트로시티로 급성장한 서울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건축학적으로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요.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엄청난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요. 1년에 서울시민 인구와 맞먹는 외국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메트로시티로 성장했습니다. 서울 곳곳을 살펴보면 현대화 속에서도 북촌과 인사동, 서촌 등 한국적 정서가 남아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곳곳에 산이 있고, 고궁이 있고, 한강이 있어 자연과 도시가 잘 어우러져 있지요. 서울은 굉장히 복 받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올 2월까지 한국건축가협회장을 맡았다. 당시 ‘작은 건축, 아름다운 동네’를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는데 의미는.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 명으로 볼 때, 아파트 숫자는 900만 명 정도입니다. 함께 사는 가족 수를 감안하면 3000만 명 정도가 아파트에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주택정책이 곧 아파트정책이라 할 정도죠. 이는 건설사들이 물량이 크고, 짓기 쉬운 아파트를 무분별하게 건설한 결과입니다. 지금은 주택이 모자란 시대는 아니니 이제라도 아파트 일색에서 벗어나 작지만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 주택을 건축해 아름다운 동네를 만들자는 의미입니다.
▶최근 집방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건축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듯한데요.
사람들이 입고 먹는 데 만족을 하게 되니까 이제는 집을 꾸미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가고 있지요. 주부들도 이사 가면서 집을 꾸밀 때 일방적으로 업체에 맡기지 않고 각자의 취향을 찾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개념이 있는 설계가 되어야 합니다.
▶SNS를 통한 건축정보 제공 서비스를 하신다고요.
건축이든 인테리어 공사든 각자의 예산과 취향에 맞춰 작업을 하고 싶을 때 마땅한 전문가를 찾기 힘들잖아요. 소위 맞춤식 전문가를 찾아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벽지 전문가가 누구인지, 도매는 어디에 맡겨야 하는지 등 건축에 관한 모든 정보들을 담을 계획입니다.
▶건축계 대가로서 이 분야를 전공하고 있거나 건축가를 꿈꾸는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앞서 지적하고 싶은 건 우리나라 건축계는 법제도가 잘못되어 있어 설계비 보수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동남아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에 건축디자인에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들어와도 좌절을 겪곤 합니다. 그 부분은 반드시 제도적으로 고쳐야 합니다. 그래도 궁극적으로 한국 건축은 K-pop과 K-culture처럼 전성기가 반드시 올 것으로 봅니다. 재능은 있는데 중간에 쉽게 포기하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깊숙이 파고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건축가 한종률 1979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해 미시간대학에서 건축학 석사(MA)를 취득했다. 1993년 삼우에 입사해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해 대구오페라하우스, 삼성서초타운, 금호아시아나 본관, 명동예술극장 등 삼우의 주요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삼우 설계사무소 대표직을 맡고 있을 때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와 함께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공동 설계했다. 올 2월까지 한국건축가협회 회장을 맡았고, 현재는 한종률 도시·건축 연구소 대표면서 내년에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건축대회(UIA)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지미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