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이사 | “성장의 키(Key)는 다변화, 기본은 제품의 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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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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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1.26 18:13:38
훤칠한 키에 반듯한 외모, 웃을 때 비치는 쪽 고른 이가 인상적이었다. 마침 약속한 날 오전에 진행된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3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는 “상황이 어렵다고 시장만 탓해선 난국을 이겨낼 수 없다”며 “시장이 위축될 때 오히려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취임 2년 만에 연간 200만상자 주류 생산 돌파, 3000만불 수출, 윈저W 시리즈의 저도주 시장 주도까지 굵직한 성과를 주도한 CEO의 목소리엔 이유 있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과연 성장세가 꺾인 국내 위스키시장에 대한 1위 기업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슬쩍 양복 겉저고리 단추를 연 조 대표가 입을 열었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이사 디아지오코리아 | 세계 180여 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1위 주류회사 디아지오(DIAGEO)의 한국 법인이다. 윈저, 조니워커, 헤이그클럽, 스미노프, 기네스, 베일리스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윈저’가 2006년부터 국내 위스키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4년 6월 기준 36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출 3000만불 달성, 중국시장 눈여겨보고 있다
연말연시에 가장 바쁜 CEO일 것 같습니다.
그렇죠. 위스키 회사 아닙니까. 연말이 대목입니다.(웃음) 디아지오는 회계연도가 6월인데, 그럼에도 모든 팀들이 눈코 뜰 새가 없네요.
우선 3000만불 수출탑 수상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1000만불 넘긴 지 얼마 안됐는데, 이런 상을 받았어요. 몇 가지 사업 분야가 있는데, 한국과 일본시장을 총괄하면서 주로 일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워낙 퀄리티를 중요시하는 시장이라 까다로운데, 난관이 생기면 돌파구를 찾으며 키워가고 있습니다.
사실 위스키를 수입하는 줄로만 알지 생산하고 수출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에 공장이 있어요.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10여 년 전부터 수출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 원가 등이 맞지 않아서 일찌감치 수출에 눈을 떴지요. 2013년에 50억원을 투자해서 증설했는데,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게 포장된 제품) 생산 라인과 ‘스미노프 아이스’의 인기가 높아서 한 해 200만상자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에는 관세 등의 문제로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400여 명 직원의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이제는 주류 회사뿐 아니라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일용소비재) 분야에서 존경받는 회사로 거듭나는 게 목표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 디아지오에서 공장을 갖춘 곳이 몇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아시아에선 우리나라와 호주만 공장이 있습니다. 시장 규모가 작아지면 바로 영향을 받는데, 여러 판로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건 아닌데, 현재는 중국시장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어요.
경기 불황이 화두인 시기에 성과가 이어지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죠. 소비자는 늘 움직이고 있습니다. 시장이 위축됐다고 멍하니 있으면 어쩌겠어요. 당연히 해답을 찾아야죠. 디아지오코리아는 3년 단위로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는데, 장기적인 계획이 중심입니다. 시장 상황과 성과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기본은 탄탄해야 합니다.
▶위스키와 문화의 접목이 첫째 화두
현재 국내 위스키시장을 판단한다면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 접대나 폭탄주 등의 분위기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위스키가 갖고 있는 전통적인 문화를 제대로 전파하고 서서히 저변을 확대한다면 새로운 세대가 시장의 축을 형성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희가 강남에 위스키 복합문화 공간인 조니워커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간이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최근 위스키시장은 저도주가 트렌드라고 하던데요.
저도주가 트렌드라기보다는 마케팅 수단 아닐까요. 정작 소비자들은 알코올 함량이 얼마라는 것보다 목넘김이 수월한 걸 선호하거든요. 알코올 함량이 낮다고 해서 무작정 목넘김이 부드러운 게 아닙니다. 또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 밸런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단순한 것도 아니죠. 쉽게 말해 소비자의 니즈는 부드러운 목넘김인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알코올 함량을 낮추는 것이고 그럼에도 고유의 향은 유지하는 게 노하우죠. 현재 위스키시장은 병 중심인 소주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병 단위로 술을 마시는 문화에선 굳이 알코올 함량을 따지지 않습니다. 위스키 문화를 제대로 전파해야 하는 이유죠. 디아지오코리아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샷(Shot·잔)이 중심인 위스키가 국내에선 병 단위로 팔리고 있습니다.
우린 지난밤에 한잔하고 출근하면 “어제 몇 병이나 마셨냐”고 물어보잖아요. 당연한 소주 문화죠. 사실 위스키는 어떠한 장소에서 어떤 술을 어떻게 마셨는지가 중요하거든요. 와인은 그렇지 않은데 아직까지 위스키를 소주처럼 대하는 것 같습니다.
▶경쟁의 기본은 제품의 퀄리티
지난해 ‘윈저W아이스’와 ‘윈저W레어’를 출시하며 저도주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습니까.
우선 제품 출시와 경쟁, 성과의 기본은 품질이죠. 마케팅과 유통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디아지오의 품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윈저W아이스는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고, 윈저W레어는 이제 출시한 지 한 달 남짓 지났는데, 전국 주요 상권에 모두 진출했습니다. 디아지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위스키 회사예요. 그만큼 다량의 원액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잘 만들 수밖에 없지요. 게다가 소비자의 선호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제조했기 때문에 맛에 대해선 자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국내 수입 맥주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라거 맥주의 인기가 높은데, 디아지오는 에일 맥주인 기네스(GUINNES)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수입 맥주시장이 약 30% 성장하고 있어요. 반면 저희 기네스는 2년 연속 50%나 성장했습니다.(웃음) 현재는 기네스의 인지도를 넓히는 게 우선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거든요.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에 집중해야죠.
라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는 겁니까.
소비자가 원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아, 그렇다고 디아지오의 포트폴리오에 라거 맥주가 없는 건 아니에요. 미국 시장에 이미 론칭 했기 때문에 향후 들여올 수도 있습니다.(웃음)
일각에선 하루가 다르게 종류가 늘고 있는 수입 맥주시장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좋은 맥주인지 제대로 모르고 수입해 파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역사와 제조 과정의 스토리, 그 제품의 장점을 제대로 알고 나선다면 좀 더 탄탄하게 갈 수 있겠지요.
회계연도가 6월이긴 한데, 지난해 매출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위스키시장이 위축되면서 어렵긴 한데,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입니다. 매출의 키(Key)는 위스키 외에 다른 부분의 성과인데, 기네스 맥주의 성장률이 높았습니다.
수출 효자노릇을 단단히 한 RTD시장은 어떻습니까.
RTD 카테고리는 일본시장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위스키시장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요. 그만큼 문화가 저변화됐다는 방증이죠. 여기에 RTD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국내 RTD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데, 이렇다 할 제품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어필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속적인 노력이 디아지오코리아의 덕목
2016년 디아지오코리아의 목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우선 위스키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여야죠. 또한 맥주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게 전략이자 목표입니다. 새로운 카테고리는 여러 분야를 살펴보고 있는 단계입니다.
지난 2013년에 여성가족부와 ‘디아지오코리아 마음과 마음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매년 10억원씩 5년간 출연해 사회적으로 취약한 여성 지원하고 있는데요.
성과요? 아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성과라는 게 있겠습니까. 10억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에 비해 미비한 수준입니다. 성과보단 믿음이겠죠. 디아지오코리아가 있는 한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문화입니다.
그러고 보니 네슬레·켈로그·존슨앤존슨을 거쳐 디아지오까지 외국계 기업에서만 근무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특별히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국내 기업엔 근무할 기회가 없어서 모르겠는데, 기업문화가 맞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얼마든지 발언할 수 있고, 연공서열도 없거든요. 또 하나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 곳들이어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기업의 목표도 있지만 개인적인 목표도 있을 텐데요.
글쎄요…. 아직은 먼 미래이긴 한데, 가끔 어떤 것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리더로서 어떠한 비즈니스를 완성했다 라든지…. 무엇보다 저희 회사의 모든 팀들이 많은 점을 배우고 익혀서 스스로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 또한 즐겁게 일했다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으면 하고. 아, 그러려면 저 또한 노력해야죠. 올해는 노력하는 한 해가 될 겁니다.(웃음)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4호(2016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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