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 | 대형 카드사·은행이 먼저 찾아가는 ‘핀테크 청년’…“1년에 100만원씩 세이브해주는 앱(App) 완성하겠습니다”
박지훈 기자
입력 : 2016.01.26 18:13:33
수정 : 2016.01.26 19:38:29
10년 전 2005년 신촌 서강대 인근은 난데없이 등장한 호떡집 하나가 단연 화제였다. 20대 초반 앳된 ‘훈남’ 청년 둘이 문을 연 노점은 뚱뚱한 배 속에 꿀이 흐르고 겉면에는 견과가 풍성하게 묻어있는 씨앗호떡을 파는 <서태웅 호떡>이었다. <서>강대 학생이자 친구사이인 <태>훈이와 주<웅>이의 글자를 따 당시 유행하던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의 이름과 매칭한 센스 있는 상호부터 입소문을 탔다. 지금은 부산의 명물로 자리 잡은 씨앗호떡이지만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는 아는 사람이 드물어 비주얼과 맛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산타복장을 하고 불우이웃돕기 모금행사를 진행하거나 시험기간에는 시간을 정해 무료로 호떡 증정타임을 갖는 등 다양한 기획을 진행하기도 했다. 맛을 보기 위해 학생들은 물론 멀리서 소문 듣고 찾아온 사람들까지 가세해 줄을 서기 시작했고 호떡은 주인들이 군에 입대하며 장사를 접기 전까지 하루 500~600장씩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자 고깝게 보는 이들이 생겼다. 인근 노점상들이 영업을 막기 위해 들고 일어섰다. 탁월한 마케팅으로 월에 1000만원 넘게 매출을 올린 <서태웅 호떡>은 상권을 활성화시킬 ‘메시아’가 아닌 질서를 깨는 훼방꾼쯤으로 여긴 것이다.
10여 년이 흘러 <서태웅 호떡> 창립자(?) 김태훈 대표는 노점이 아닌 핀테크 업계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3년 전 그는 1세대 핀테크 기업 레이니스트를 열었다. 첫 작품은 2500여 종의 신용카드의 혜택을 분석해 개인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찾아주는 무료 서비스인 ‘뱅크샐러드’다. 사용자는 간단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소비패턴을 기입하거나 휴대폰의 카드사용 문자메시지를 마우스로 긁어 넣기만 하면 1원 단위까지 혜택을 계산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카드보다 더 나은 카드를 제안해준다. 소비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서비스지만 카드사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혜택 순으로 순위가 정해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다행히 10년 전 근처 노점상들과 다르게 카드사들의 ‘공격’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뱅크샐러드를 놓치지 말아야 할 파트너로 여기고 앞다퉈 찾아뵙는(?) 형국이다.
▶2500여 장 카드 중 내게 맞는 카드는? 질문 하나로 시작된 창업
“나이가 차서 20대 후반에 신용카드를 만들 시점에 의문이 시작됐습니다. 카드상품 팸플릿을 읽어봤지만 도무지 어떤 카드가 어떤 혜택을 주는지 알기가 힘들더라고요. 정보가 제한적이니 혜택을 비교해 제게 맞는 카드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김태훈 대표는 엔지니어나 금융전문가가 아니다.
핀테크 업계에 뛰어들게 된 계기도 시대의 조류를 읽었다거나 하는 거창한 이유가 아닌 개인의 경험을 통해 서비스 사각지대를 발견했기 때문이라 했다.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아이템으로 정해 사업화시키기에 나섰지만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만 가득했다.
“카드사들이 싫어하지 않겠냐? 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카드사들 옷을 벗기는 건데 가능하겠냐는 거였지요. 특히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한 선배들이 도움은 안 주고 겁을 많이 주더라고요. 절대 안 될 거라고.(웃음)”
주변의 비관론을 뒤로하고 자료수집에 나섰다. 졸업 후 오피스텔을 빌려 신용카드의 혜택을 써내려가며 표준화하기 시작했다. 2년여에 걸쳐 총 2500개의 카드, 25만 개의 혜택을 모두 표준화해 데이터DB를 완성했다.
“지금은 카드사나 은행들과 제휴해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었지만 창업 초기엔 오피스텔에서 하루 종일 먹고 자면서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찾아서 수기로 데이터를 수집했어요. 그나마 기입되지 않는 혜택들도 많아서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 했죠. 데이터를 얻는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2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치는 동안 오피스텔 임대료부터 직원들 월급까지 김 대표의 빚은 2억원 넘게 쌓여갔다.
“금수저랑 거리가 멀어요.(웃음) 여러 가지 대출받은 금액이 2억원 정도였고 부모님께는 1억원을 빌려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부산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시는데 1억원도 아버지께서 빚내서 다시 저한테 빌려주신 거거든요. 걱정이 안 됐다면야 거짓말이겠지만 서비스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사업은 금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핀테크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며 뱅크샐러드 서비스를 시작한 후 1년 정도가 지나면서 빚을 모두 청산했다. 2015 핀테크 챌린지 대상 등 핀테크 분야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회사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이를 통해 레이니스트는 최근 19억원이 넘는 거액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무엇보다 바뀐 것은 금융사들의 태도다.
“사업 초기에는 당연히 (카드사 제휴) 뚫기가 쉽지 않았죠. 브랜드를 중시하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혜택순으로만 평가한다는 것이 꺼려질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래도 워낙 전문가들이다 보니 서비스의 가능성을 좋게 평가받은 것 같아요. 요새는 담당자 분들이 창업초기 사세가 작을 때 손잡아 준 만큼 잘 봐달라고 우스갯소리도 하십니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버전의 앱으로도 출시돼 모바일 사용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뱅크샐러드의 주 수익은 사용자들이 제안 받은 카드를 온라인이나 전화로 신청한 경우 카드사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현재 사용자는 한 달에 3만명 정도며 평균 사용액의 4%의 혜택을 새롭게 찾아주고 있다. 터치 몇 번으로 300만원 카드를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매달 12만원의 혜택을 더 보게 되는 셈으로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 내 카드 정보 메인 화면, 카드혜택 상세 화면
▶연말정산 코칭·예·적금 추천 등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준비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열풍이 일어나고 큰 한 축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라면 다른 한 축은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사실 투자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거든요. 뱅크샐러드도 앞으로 종합 자산관리를 돕는 앱으로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 대표는 뱅크샐러드의 비전을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로 정했다. 카드 외에 예·적금, 대출, 보험 상품 등을 종합적으로 제안하며 포트폴리오를 짜는 등 모바일 속 PB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해외에는 너드월렛(NerdWallet) 등 자산관리 분야의 핀테크 기업이 이미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사실 해외에서는 검증받은 사업모델입니다. 개인의 수입·소비패턴 등을 고려해서 알아서 카드, 투자상품, 보험상품까지 짜주는 거죠. 현재 국내에는 PB들이 자산가들을 타기팅해서 돈 있는 사람들에게 한 달에 한번 엑셀로 정리하는 보고서가 끝인데 미국이나 영국은 누구나 오래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개인들에게도 서비스 됐습니다.”
국가 간 구분없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핀테크 영역에 글로벌 경쟁을 갖춘 자산관리서비스를 핀테크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 김 대표는 금융사들의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시아권은 아직 금융사들이 고객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문화에 익숙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영국은 오픈플랫폼이라 해서 소프트회사들이 쓸 수 있게끔 하고 있죠.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사들과의 제휴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다양한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사들과의 정보공유 여부가 핀테크 기업의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새롭게 출시될 연말정산 코칭서비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자산관리서비스는 지출분석과 자산관리인데 자산관리는 아직 정보를 수집할 수가 없어 지출분석을 먼저 하고 있습니다. 얼마 후 출시할 서비스는 연말정산에 체크·신용 카드사용을 통해 카드 소득공제를 최대화하기 위한 코칭입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연말정산을 받을 수 있는 카드사용 포트폴리오 제안이라고 보시면 되죠.”
▶1달에 100만원 현금흐름 늘리는 서비스 개발이 목표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 것으로 예정된 올 한 해 뱅크샐러드는 한층 바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훈 대표는 중금리 대출 영역에서 서비스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저희에게 호재라고 볼 수 있죠. 오프라인 금융사보다 훨씬 니즈가 크거든요. 인터넷 중·금리 대출의 경우 한 번에 비교를 해주는 서비스가 확실히 고객들에게 필요해질 것으로 봅니다. P2P대출업체나 인터넷 은행과 같은 경우 API연동을 통해서 금리비교가 아주 정교한 수준으로 가능하거든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개발을 위해 뱅크샐러드는 개인에게 가장 혜택이 높고 유리한 예·적금, 대출, 보험상품 등을 찾아주는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3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처음부터 데이터 DB구성에 나섰다.
“카드의 경우 데이터 수집에만 2년이 걸렸지만 예·적금의 경우 총 2개월에 마쳤습니다. 카드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시행착오가 워낙 많았던지라 시간을 단축할 수 있 었거든요. 그 만큼 서비스 출시 속도와 정교함을 갖추는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과 DB의 정교함을 갖춰 빅데이터 개념을 접목시키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김 대표는 각 영역의 DB의 연동이 중요한 키워드라 말했다.
“각각의 DB를 연동시키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상품의 경우 우대 금리가 적용되거나 대출 혜택이 다른 금융상품과 연계돼 제공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예·적금이나 카드 정보를 넣으면 어떤 우대를 받을 수 있는지 보다 정교하게 구성하는 것이 숙제입니다.”
3년 동안 매일같이 24시간을 쪼개서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일에 매진하고 있다는 김 대표의 궁극적인 비전이 궁금해졌다. IPO나 매출 1000% 확대 등 뻔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카드사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1순위는 사용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월 사용자 10만, 100만으로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명확한 목표는 앱을 다운받아서 사용하면 현금흐름이 월 100만원 이상 증가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질이 더 먼저라는 것이죠. 더 좋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서 여유자금을 늘리는 것이 훨씬 중요한 거거든요. 금융사 입장에서는 월 100만원이 사라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결국 서비스경쟁이 가능해지고 상품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