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기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 글로벌 시장서 큰 가치 찾는 게 스마일게이트의 비전이죠
입력 : 2014.08.05 08:57:51
전 세계 동시 접속자 500만명 기록의 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가 올해 초 양동기 CFO를 그룹의 모기업이자 핵심기업인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선임했다. 애널리스트를 거쳐 레인컴(현 아이리버)에서부터 15년 이상 CFO를 맡아온 그는 CFO가 해야 할 일은 거의 섭렵한 고수이기도 하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회장이 그를 핵심 기업의 CEO로 임명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스티브 발머를 CEO로 세운 뒤 후선에서 신사업 진출 같은 중요한 결정만 하는 것과 같은 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양 대표를 만나 어떻게 하면 그 만큼 오너의 신뢰를 살 수 있는지부터 물었다.
양 대표는 2011년 스마일게이트에 합류했다. 창업 멤버도 아니었다.
“아이리버에 있을 때 직원이 스마일게이트에서 CFO를 찾는다며 나를 소개했다. 권혁빈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와서 한참 지났는데 다시 보자고 해서 갔더니 함께 일하자고 했다. 게임을 잘 몰랐지만 회사의 성장성이 있어서 해보자고 했다. 이미 체계화된 곳이라면 재미가 없었을 텐데 갖춰지지 않은 조직을 만드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스마일게이트는 2000억원대 이익을 내는 탄탄한 회사지만 당시엔 시스템조차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처음 와서 보니 권 회장이 모든 걸 결재하고 있었다. 임직원들이 날마다 회장 방 앞에서 결재판을 들고 줄을 섰다. CEO는 전략이나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래서 위임전결 규정을 만들어 작은 사안은 위임받아 결재했다.”
그때부터 회사의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종이결재 하던 것을 전자결재로 바꿨고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도입했다. 인사관리도 종이로 하던 것을 전산화했다. 그 작업을 하는 데 2년이 걸렸다. 지금은 해외에서 모바일로 결재할 수 있을 정도다.”
그는 벤처기업처럼 시스템 없는 회사에서 새 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도입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규모와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도입해야 한다는 것. 스마일게이트는 회사가 성장할 것을 감안해 시스템을 갖췄기에 지금은 웬만한 중견그룹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런 노하우는 다양한 업무를 거치면서 쌓았다고 밝혔다.
“CFO만 15년을 했다. 법무, 인사, 총무, 전산 등 영업과 사업을 제외한 모든 부문을 했다. 레인컴에선 회사가 과도한 투자로 위기를 만나 구조조정까지 하고 나왔다. 회사 나온 뒤 2년 있다가 보고펀드에서 오라고 해서 다시 복귀해 2년을 더 했다.”
그는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의 CEO지만 그룹 CFO 역할도 맡고 있다고 했다.
“회장은 인수합병이나 사업방향 변경 등에 초점을 맞춰서 큰 그림을 그리며 투자에 관여하고 있다. 게임사업이나 해외사업 파트너 관리 등은 회장과 담당 임원이 맡고, 나는 국내 투자와 운영을 담당한다.”
그에게 그룹 소개를 부탁했다.
“스마일게이트 그룹은 창립한 지 12년 됐다. 회사의 주축은 크로스파이어 게임 타이틀이다. 중국 매출이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60여 나라에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작년부터 모바일 게임에 진출해 국내에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그룹은 홀딩스 밑에 게임개발과 판권관리를 하는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있고, 해외유통은 스마일게이트 월드와이드가 맡고 있다. 투자는 스마일게이트가 직접 하거나 창업투자회사를 통해 한다.”
게임업계 위상으로 볼 때 스마일게이트는 1위 넥슨이나 2위 엔씨소프트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익 면에선 2위라고 했다. 특히 해외 매출에선 넥슨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처음 게임을 한국에 론칭했으나 자리를 잡지 못했다. 배수진을 치고 중국으로 건너가 텐센트와 계약을 맺고 중국 이용자에 맞게 게임을 전면 개조해 결국 성공했다. 베트남도 같은 시기에 진출해 성공했다. 텐센트와는 5년 계약이 끝나서 작년 여름에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좋은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텐센트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크로스파이어이고 우리로서도 텐센트가 가장 좋은 파트너다.”
양 대표는 신규사업인 퍼블리싱 부문에 계속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국가별로 주력인 중국시장의 성장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진출한 지 7년 됐으나 아직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성장을 이어가려고 게임을 계속 진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새로운 재미를 맛보게 된다. 이를 통해 매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크로스파이어의 한국 유저가 적기 때문에 2년 전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작년에 다시 론칭했다. 개발한 나라라서 수익성이 낮아도 해야 한다.”
양 대표는 해외에서 성공한 요인을 선점 효과로 설명했다.
“중국이나 베트남, 브라질 모두 인구도 인구지만 이용자의 특성과 진출 타이밍을 보고 나가 성공했다. 비슷한 게임이 이미 있으면 선점 효과가 떨어진다. 베트남이나 러시아, 브라질 등은 진출 타이밍이 좋았고 이용자도 많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이익이 크지만 이 세 나라에서도 이익이 나고 있다. 나머지 5%도 수익성이 있다.”
비전은 끊임없이 혁신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그에게 스마일게이트의 비전을 물었다.
“글로벌 시장서 큰 가치를 찾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이다. 지금까지 성공했지만 우리가 할 것은 게임일 수도 있고 다른 엔터테인먼트일 수도 있다.”
반드시 게임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우리는 이미 벤처가 아니다. 그만큼 큰 가치를 찾아서 글로벌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늘 찾고 투자하고 개발하려고 한다. 게임은 한 부분이다. 게임 개발이나 유통 투자 외에도 새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늘 고민하고 있다. 카카오가 아무것도 없는 시장에서 큰 가치를 만들어냈듯이 우리도 그런 큰 가치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인원은 890명이나 된다. 성장을 위해선 투자도 더 해야 하고 게임도 다양화해야 하지만 그래도 사람 뽑는 데는 신중을 기한다고 했다. 이익 내는 것 못지않게 절제를 아는 관리자답다.
지주사 모기업은 당분간 상장 계획 없다
굴지의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려면 인지도를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상장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하자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절대 안한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선 계열사 상장은 생각할 수 있으나 모체인 엔터테인먼트와 홀딩스 상장 계획은 없다. 자금조달이나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어도 투자자에게 시달리고 회사가 너무 노출되기 때문이다.”
큰 투자가 필요하다면 상장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개인기업으로 하는 게 낫다는 것. 그 자신감은 돈 걱정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익을 잘 내고 있는 데서 나오는 것 같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지난해 3762억원 매출에 179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양 대표는 올해 “보수적으로 잡아 5000억원 매출에 25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 이익이라면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지 않는 한 남의 돈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만큼 돈 관리를 꼼꼼히 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렇게 벌고 있지만 아직 자체 사옥이 없다.
그동안 판교 쏠리드스페이스 사무실을 임대해 입주했다. 이익이 적은 회사들도 사옥부터 마련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양 대표는 “그동안은 사옥 살 여력이 안됐다. 이제는 여력이 돼서 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터뷰한 지 며칠 뒤 스마일게이트가 회생채무를 변제하려고 자산유동화에 나선 엠텍비전의 사옥(엠텍IT타워)을 인수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신작 게임 투자 활발한 편
스마일게이트는 매출액에 비해 자회사가 많다.
“내부적으로 모든 것을 다 하기는 어렵다. 좋은 게임 있으면 프레젠테이션 받아 유망하면 투자하고 개발되면 유통 플랫폼에 올린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곳도 있고 실패한 곳도 있다.”
최근 조용히 자회사를 청산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게임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계속 팔고 청산하지만 그래도 투자를 계속 하고 있다.”
투자한 여러 게임 중 한두 가지만 성공한다는 것. 리스크를 볼 때 벤처투자를 넘어서 아예 엔젤투자라고 할 정도다.
“그래도 지금 이익 규모에선 그 정도 투자는 가능하다. 투자하지 않는다면 아마 올해 영업이익 3500억원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투자해서 회사 발전시키고 고용도 창출해야 한다. 산업과 회사를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
그렇게 투자한 모바일 게임에선 작은 성공을 맛봤다고 한다.
“<영웅의 품격>과 <데빌메이커>, <원티드> 등 모바일 게임을 국내에서 성공시키고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영웅의 품격은 중국에 진출했고 데빌메이커는 일본에 진출했다.”
그렇지만 매출은 여전히 온라인 게임 쪽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크로스파이어가 매출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성공해도 아직은 매출 기여도는 낮다. 다만 시장이 변하고 있다. 온라인이 크고 모바일은 없던 시장이 새로 생기는 중이다.”
게임의 특성 때문에 투자 역시 온라인 게임 쪽이 많다고 했다.
“모바일 게임도 개발하고 있지만 자체 개발하는 것은 온라인 게임이 크다. 모바일 게임은 외부 개발자가 많기 때문에 투자와 유통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 게임은 작품 하나 만드는 데 500억~600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큰 기업만 할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해외 자회사를 여럿 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주력한다는 뜻이다.
해외 자회사 통해 퍼블리싱 주력
“중국 자회사인 상하이 치샹은 중국 내 아웃소싱과 QA(품질보증)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개발과 네트워킹 전문회사이다. 싱가포르 인터내셔널SG는 스마일게이트 월드와이드로 바뀌었는데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글로벌 퍼블리싱(유통)을 맡고 있다. 중국 퍼블리싱은 텐센트에 일임한 상태이며 나머지는 직접 유통을 하고 있다.”
진출할 지역에 퍼블리싱 회사가 있으면 인수하고, 없으면 직접 진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했다.
“북미를 커버하는 캐나다 자회사는 2년 전 인수했다. 능동적으로 하려고 자금을 추가로 투자해 지금은 남미까지 개발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현지 회사를 인수해 유럽시장을 커버하도록 했다. 큰시장 가운데 퍼블리셔가 발달하지 않은 곳은 직접 진출한다. 브라질은 직접 진출해 성공한 경우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선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해서 추진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전체 매출에서 해외 부문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보다는 국내 게임규제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규제가 더 진행되면 영향을 받게 되니 제발 게임을 산업으로 보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게임업계는 젊다. 우리 직원들 평균은 30대 초반이다. 규제를 계속하면 이 인력을 해외에 다 빼앗긴다. 외국은 게임을 산업으로 인식하고 지원한다. 사행성 게임이 초반에 횡행하면서 게임의 부정적 측면이 너무 부각됐지만 모든 게임이 그런 것은 아니다. 레고도 있고 치매예방 게임도 있다. 게임도 산업이다.”
CFO는 자금 담당이 아니라 CEO 역할 분담하는 자리
연세대를 나온 양 대표는 공인회계사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벤처기업 CFO를 거쳐 중견기업 CEO가 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잘 나가는 일을 하던 그는 왜 계속 변신을 했을까.
“회계사 일을 하다 미국 가서 공부하고 애널리스트로 전환했다. 회계사 업무는 다이내믹하지 않아서 애널리스트로 전환했다. 애널리스트는 미래를 예측하는 게 업이다. 거기서 미래를 내다보는 훈련을 했다. 애널리스트를 6년 하다 보니 1999년에 세상의 변화가 왔다. IT를 중심으로 벤처 붐이 일었을 때다. 중소기업들이 벤처기업이라고 해서 각광을 받았다. 바뀐 시대흐름을 타보자고 해서 바꿨다. 당시 여러 군데서 오퍼가 왔다. 레인컴에서도 오퍼가 왔는데 양덕준 사장의 꿈이 워낙 커서 해보자고 했다. 당시 20여 명 갖고 수천억 원 매출을 올리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어려운 회사의 구조조정을 하는 업무까지 겪어야 했다.
“아이리버 구조조정을 하고 나왔는데 양 사장이 새로 창업하고 셋업하는 걸 도와달라기에 가서 도와줬다. 똑같이 셋업하고 투자·유치받을 때였는데 나중에 아이리버를 인수한 보고펀드에서 오라고 해서 다시 아이리버에 조인했다. 그때 돈이 있어야만 회사가 살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조언했다. 그렇게 해서 회사는 살아남았고 결과적으로 주인이 바뀌어 최근 SK텔레콤에 넘어갔다. 창업 멤버의 한 사람으로서 아주 다행이다.”
양 대표는 오너는 아니지만 두 차례나 창업에 동참했고 또 초기 회사를 키운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에게 창업관을 물었다.
“벤처 창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다만 초기에 창업하려는 사람들 중 엔지니어 출신이 많은데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 최초니, 세계 최초 기술이니 이런 걸 내세우는데 기업 하는 데는 이게 다가 아니다.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더 나아가 그 기술이 시장에 맞는지, 수요자의 니즈에 맞는지 봐야 한다.”
시장을 먼저 알고 거기에 기술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아이리버는 MP3가 CD에서 메모리로 바뀔 때 흐름을 알고 빨리 전환해 살아남았다. 시장을 만들어 나가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시장 변화에 맞춰 적시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CFO 중의 CFO라고도 할 수 있는 그에게 CFO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의사결정 할 때 오너의 입장에서 어떻게 회사를 살리고 효율을 높일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늘 전문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 기준을 갖고 하면 된다.”
CFO는 자금과 회계 업무만 맡는 자리가 아니라 CEO의 역할을 분담해서 투자(M&A와 일반 투자) 분석과 리스크를 따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