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 1월 20일 영국에서 테이트 미술관 그룹과 11년간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현대차는 이미 테이트가 백남준의 작품 9점을 구매하는 것을 지원했고 테이트 모던은 올해 하반기에 첫 번째 백남준 전시를 열게 된다. 아울러 테이트 모던의 심장부인 터바인홀에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The Hyundai Commission’이란 이름의 전시를 열게 된다.
양측은 이번 파트너십과 관련한 후원 금액은 테이트 미술관의 원칙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현대차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 10년간 120억원을 후원키로 한 것을 고려할 때 이보다는 훨씬 큰 금액일 것으로만 추정된다.
마틴 프라이어 주한 영국문화원장은 이번 파트너십 체결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후 양국 간 비즈니스와 문화 교류가 증가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번에 테이트가 백남준의 작품을 구매한 데 특히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테이트 미술관은 이제까지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작품을 한 번도 소장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백남준은 급변하는 산업화 시대에 인간과 기술의 관계 변화를 탐구하고 이를 산업화시대 산물인 텔레비전과 라디오, 로봇을 활용해 혁신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기술이 중요시되는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초월해 고객에게 감성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가치를 제공코자 하는 현대차 브랜드 방향성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백남준의 작품을 주목했다”고 강조했다.내년부터 10년간 예정된 터바인홀 전시와 관련해 니콜라스 세로타 경은 “현대 커미션을 전시하게 될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홀은 테이트의 핵심 공간이다”면서 “예전의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2000년 개관한 이후 세계 각국의 여러 작가들을 초청해 이전엔 전혀 작업해보지 못했던 공간을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이곳에선 지난 2002년 인도의 아니스 카푸어, 2006년 벨기에의 카스텐 횔러, 2007년 콜롬비아의 도리스 살체도, 2010년 중국의 아이웨이웨이 등 외국 작가들의 전시를 했고 2011년엔 한국국립현대미술관전도 열었다. 세로타 경은 “테이트 모던은 터바인홀 전시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둘 기회를 얻어 전시 전후의 경력에 현격한 차이를 보일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작가의 국제적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맺은 뒤 야심찬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제까지 해왔던 것보다 범위를 대폭 확장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조원홍 현대차 마케팅 담당 전무는 “현대는 단순한 운송수단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제3의 공간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회사다”면서 “디자인과 예술 그 자체가 유틸리티와 그와 연계된 고객의 경험을 전달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무는 또 “테이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감성적 유대를 갖게 돼 국내외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 전무는 진행 중인 테이트 모던의 사우스윙 확장 공사가 끝나면 현재 연간 500만 명 수준인 관람객 수가 700만 명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