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올림푸스의 이미징사업부가 오랜 만에 홈런을 쳤다. 한국을 방문한 오가와 하루오 올림푸스 이미징사업부 사장이 “올림푸스의 모든 기술을 담았다”고 소개한 ‘OM-D E-M1(이하 E-M1)’ 카메라가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팔려나간 것이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승원 올림푸스한국 영상사업본부장은 “소비자의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조심스럽게 스테디셀러 기운이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4일 출시했을 때 두 달간 소비될 물량으로 1000대를 확보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찾는 분들이 너무 많더군요. 지금은 대기 고객이 많아서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만 그런 건 아니에요. 세계적으로도 반응이 좋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제품 수급에 나서고 있습니다.”
프로급 사양 렌즈와 보디 세트가 약 250만원,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소비자의 반응이 지속되자 업계에서도 의외란 반응이다. 일각에선 “2012년까지 적자폭이 확연했던 올림푸스 이미징사업부가 제대로 독기를 품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E-M1의 매력이 예전과는 전혀 다르단 방증이다.
“E-M1은 올림푸스의 미러리스 카메라인 OM-D시리즈의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입니다. DSLR 카메라인 E-시스템 시리즈의 포서드 렌즈뿐 아니라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의 마이크로포서드 렌즈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통합형 카메라에요. 쉽게 말해 올림푸스의 렌즈를 모두 사용할 수 있죠. 그래서 고정 고객의 수요를 예측했는데, 렌즈와 보디 세트를 구입하시는 분들이 약 90%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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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반응에 올림푸스 본사는 시쳇말로 신났다. 한국시장만 놓고 보면 자동차 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기고객이 발생했으니 내부에서도 고무적이란 평가다. 여기에 올림푸스한국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전 세계 최초로 체험서비스를 실시한 것이다. 비용은 무상, 기간은 무려 3박 4일이나 된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기아자동차 출신 이승원 본부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내에서는 확실히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첫 시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신제품 출시 현장이나 매장에서 잠시 사용해보는 게 전부였죠.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이 있긴 했는데, 일반인으로 범위를 넓힌 건 올림푸스한국이 처음입니다. 절차란 게 있나요. 신분증과 연락처만 있으면 누구나 OK입니다. 사실 자동차 시승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는데 기아자동차와 혼다코리아에서 근무한 경험이 제대로 도움이 된 셈입니다.”
물량이 모자란 상황에서 무상 대여라니, 언뜻 이해되지 않는 마케팅 전략은 눈앞의 이익이 아닌 조금 더 먼 미래를 염두에 뒀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이 직접 써보고 인터넷 상에 체험기를 올리니 제품을 삐딱하게 바라보던 시선도 점차 사그라졌다.
“소비자에게 공급할 제품이 부족한데 무상대여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시죠.(웃음) 저희 입장에서도 2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의 고장이나 분실, 가치하락과 부정적인 체험기까지 수많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기 있는 모델이라도 출시 후 두 달이면 관심이 줄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스테디셀러로 가는 초석이라고 믿었습니다.”
올림푸스한국이 전한 체험서비스의 결과는 일단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비자 10명 중 9명이 대여 종료시간에 다 돼서야 아쉬운 표정으로 반납한다는 후문. 실제로 체험서비스 참가자 10명 중 2명은 그 자리에서 제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제품 E-M1이 올림푸스 카메라의 새로운 방향일까. 이승원 본부장은 스스로도 기대하고 있다며 올림푸스의 확실한 비상(飛上)을 예고했다.
“지난해 오가와 하루오 올림푸스 이미징사업부 사장이 방한했을 때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14개의 신기술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건 관련부서가 아니면 임직원들도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사안이죠. 그래서 더 기다려집니다. 얼마나 좋은 제품이 나올지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