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비가 내리던 가을밤 강원도 춘천에 모인 1800여 명의 대학생들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한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삼성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계열사CEO 자리에 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전설 박상진 삼성SDI대표가 지난 10월 8일 강원대에서 열린 열정락서에서 대학생들의 멘토로서 강단에 섰다.
열정락서는 삼성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직원과 사회 저명인사들이 멘토로 나서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토크콘서트로 올 9월 시즌 5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이날 세 번째 행사를 마쳤다.
박 대표는 이날 소탈하게 샐러리맨으로서의 지난 인생을 회고하는 한편 신세대들이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3가지 키워드를 밝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후끈한 열기 속 위트 넘쳤던 강연내용을 생생하게 담아봤다.
21C 청춘은 ‘3S’의 세대
강연은 박 대표의 군대시절 이야기로 시작됐다.
“우연히 군복무시절 내무반 선임병의 특별한 아침 습관을 하나 목격했습니다. 아침 점호가 끝나면 꽤나 먼 거리를 달려갔다 오는 겁니다. 하루는 선임병을 따라 뛰어 봤는데 아침 풀밭 사이를 달리는 데서 묘한 쾌감이 오더군요. 그 뒤로 매일 아침 꾸준히 달린지 어느덧 40년이 되었네요.”
자연스럽게 최근 병영체험을 소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TV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이야기를 꺼내며 청중과의 거리를 좁힌 그는 군대시절 ‘달리기’ 습관을 얻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 출근시간으로 악명(?)높은 삼성그룹 사장단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까지 매일 아침 조깅을 빼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20대에 시작한 좋은 습관 하나가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해주고, 정신력을 지탱해주었습니다. 제 나이가 올해 60세인데 덕분에 아직도 체력은 젊은이들 못지않죠. 안 좋은 점은 함께 일하는 후배들이 피곤해도 티를 못 내더라고요.”
좋은 습관 하나가 성공을 이끄는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 박 대표는 돌연 달리기가 취미인 학생이 있냐고 물은 후 손을 든 학생들에게 운동화 수 켤레를 선물로 내놨다.
갑작스러운 선물에 장내는 학생들의 환호로 잠시 시끌시끌해졌다. 깜짝 ‘당근전법’으로 학생들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한 박대표는 차분하게 요즘 젊은이들의 특징을 3S로 정리했다.
“청춘의 첫 번째 특징은 ‘SMART’하다는 점이에요. 이 시대 청춘들은 어느 세대보다 똑똑합니다. 기성세대는 최신기기를 익힐 때 매뉴얼을 읽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휴대전화를 장만해 만지작만지작 하루 이틀 하면 금세 터득하죠. 직접 부딪치며 익히는 셈입니다. 기성세대에는 일종의 문화충격이죠.”
그는 젊은이들의 기기를 익히는 방식이 과거 수동적이었던 세대와 달리 능동적으로 변한 것처럼, 마인드의 변화가 함께 따라왔다며 새로움을 즐기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성공을 위한 큰 잠재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분들이 감성 소통법 중 알고 놀란 것이 있습니다. 바로 SNS에서 사용되는 ‘ㅋ’과 ‘ㅋㅋ’ ‘ㅋㅋㅋ’ 의 차이입니다. ‘ㅋ’은 무관심이나 예의상 응대의 의미, ‘ㅋㅋ’은 대화 마침용, ‘ㅋㅋㅋ’은 재미있다는 의미라지요. 저는 ‘ㅋ’는 다 같은 건 줄 알았거든요.(웃음)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배웠습니다. 이처럼 한 단어에도 남다른 감성을 담을 줄 아는 이 시대 청춘의 특징이 성공 잠재력이 될 수 있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로 학생들의 폭소를 이끌어낸 박 대표는 두 번째 청춘들의 특징을 ‘풍부한 감성’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청춘의 특징은 감성적(Sensitive)이라는 겁니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인색했습니다. 방법도 서툴렀죠. 하지만 요새 청춘은 표현에 굉장히 적극적이고, 뻔한 것보다는 신선한 방식을 찾아냅니다. 감성은 수많은 아이디어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풍성한 감성을 통해 타인과 새로운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또 다른 성공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밝힌 그는 마지막 청춘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마지막 S는 Speedy입니다. 청춘은 적응력이 무척 빠르죠.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기기 이해도도 높고 공유방식도 이전과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료가 필요하면 도서관으로 향했죠. 지금은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어디서든 무제한으로 자료를 공급받을 수 있죠. 덕분에 여러분의 생각의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지고 뉴스타로서의 성공 잠재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3S’로는 부족하다 ‘POP’스타가 되자
젊은 세대들의 잠재력에 한껏 사기를 고취시킨 박 대표는 많은 청춘들이 후천적으로 길러야 할 몇 가지 요소를 제시하고 자신의 에피소드를 곁들여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신이 밝힌 3S는 특별한 재능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한 그는 성공DNA를 갖추기 위한 노하우를 다시 ‘POP’으로 정의했다.
“첫 번째 P는 Personality입니다. 저 박상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삼성의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저는 이 브랜드를 갖기 위해 36년을 올인 했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질 사건사고나 실패도 맛보며 노하우를 얻었죠.”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박 대표는 과거 자신이 ‘무명의 삼성’을 브랜딩한 사례를 소개했다.
“지금은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지만 과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죠. 그래서 삼성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공항에 사용하는 카트에 삼성로고를 붙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삼성로고만 보면 ‘아~ 카트회사’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실패 아니냐고요? 저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간 소통의 기본이 ‘이름 기억하기’인 만큼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지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공개한 박 대표는 과거 마케팅 총괄 담당시절 루이비통이나 샤넬 같은 명품패션브랜드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왜 루이비통이나 샤넬에 열광하는지 주목했습니다. 사람들이 저토록 가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은 그 제품이 가지고 있는 희소성의 가치 ‘부띠끄의 원칙’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때부터 삼성의 브랜드 전략을 세울 때 많이 팔기에 급급했던 시스템에서 질 좋은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게 됐죠.”
자기 자신을 개성있고 신뢰감 높은 브랜드로 만들어야 성공에 다가설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두 번째 성공 노하우인 ‘Open Mind’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박 대표는 처음 해외마케팅 부서에 배치된 뒤 서양 문화를 익히며 외국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싫어하던 관자 요리를 수개월간 먹고 미식축구와 야구에 관한 온갖 정보를 달달 외워 비즈니스 미팅에 나갔다고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그들과 어울리려면 문화를 익혀야 하고 식습관도 바꿔야 했죠. 그때만 해도 느끼한 서양음식을 싫어해서 고생했습니다. 그나마 즐길 수 있는 음식이 조개 관자 요리였는데. 저… 6개월 내내 그것만 먹었습니다.”(웃음)
다문화 사회에 열린 사고와 마음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열린 마음으로 나의 장점에 타인의 장점을 더해 재창조하는 습관을 기를 것을 강조했다.
“인생은 서바이벌입니다. 위기와 기회가 함께 오고 또 그때마다 선택을 해야 하죠.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체력! 즉 실력이 필요합니다. 실력을 쌓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열정(Passion)을 갖고 도전하는 겁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죠. 늘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템과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박 사장은 ‘벽돌폰’이라 불리던 1990년대 삼성 휴대폰을 슬라이드에 띄우며 말을 이어나갔다. ‘90년대의 휴대폰입니다. 대단히 크지요?(웃음)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의 휴대폰은 한 손에 쏙 들어갈 정도로 슬림한 스마트폰이 되었지요. 이러한 변화가 가능해진 이유! 작고 얇아진 배터리 덕분이지요. 이러한 혁신은 하루 이틀 만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 기업들에 비해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배터리 업계 세계1위를 차지한 삼성SDI의 저력의 비결이 탁월한 혁신과 열정에 있었다고 밝힌 그는 마지막으로 성공은 ‘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며 청중에게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잃지 말라고 강조했다.
“뉴스타를 꿈꾸는 새로운 성공공식! 그것은 바로 기존의 성공S에 새로운 성공POP을 더한 S-POP입니다. 기억하기 쉽죠? 이제는 K-POP스타들을 부러워하지 말고 여러분들이 S-POP스타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박상진 대표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9년 삼성전자 초대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맡아 삼성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전자 동남아총괄 부사장으로 신흥시장을 개척한 뒤 삼성의 카메라사업을 총괄한 이후 2010년부터 삼성SDI 사장으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