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올해 심하게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7.9%)에 비해 하락한 7.7%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7.5%로 더 떨어지면서 중국 경제 경착륙 전망이 확산됐다. 이에 맞춰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7.8~8.0%선에서 7.4~7.6%선으로 앞다퉈가며 하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7.5%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7.4%까지 내려갔던 성장률이 4분기에 반등하자 중국 경제가 조만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대세를 이루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 여기에 더해 지방정부 부채와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문제로 중국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면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마치 시간문제인 것처럼 떠벌리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다시 반전되고 있다. 7월과 8월 두 달 연속으로 수출과 산업생산, 투자 등 여러 경제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이제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언제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냐는 듯 다시 전망치 상향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 정도 가지면 좋을까.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민간 연구기관인 중국 국민경제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판강(樊綱) 소장은 우선 중국 경제를 부정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서구 경제 전문가들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판 소장은 “서구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부정적 측면을 과장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들이 주장하듯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 소장은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서구 언론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 위기론이 팽배했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그런 주장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냐”며 “그들이 중국 경제의 본질적 요소에 대해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올해 7.5%, 내년에는 8% 정도는 무난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도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7%대 이상 성장률 달성이 충분 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대 교수직을 함께 맡고 있는 판 소장은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로 중국 정부의 주요 경제·금융정책 수립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석학 중 한 명이다. 중국 최고 싱크탱크로 통하는 사회과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1995년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에 뽑혔고, 2005년 국제문제 전문잡지인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100대 지식인’에도 들었다.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판 소장은 서구 전문가들이 위험을 과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지방정부 부채와 ‘그림자 금융’ 문제를 꼽았다.
그는 “지방정부 부채는 대부분 철도와 지하철, 도로 등 장기적으로 활용되는 인프라 스트럭처 건설에 쓰였기 때문에 자금이 소멸된 것이 아니라 미래 수익을 발생시킨다”며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7~8%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림자 금융 오히려 긍정적
판 소장은 은행권 밖에서 이뤄지는 대출을 뜻하는 그림자 금융에 대해서도 “기존의 획일화된 은행 대출 시스템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에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림자 금융 덕분에 금융자원 배분 방식이 다양해지고,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예금자 위험이 분산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판 소장은 “일부 무분별한 대규모 그림자 금융 투자자는 위험에 처할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개인 투자자의 위험은 낮다”며 “금융 당국이 충분히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경제를 평가할 때 단골로 지적되는 경제 통계 부실 문제에 대해서도 “지방정부 통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앙정부가 지방 통계를 그대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에서 발표하는 통계의 신뢰도는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판 소장은 “중앙정부에서 주로 활용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 세관당국, 소비 관련 통계는 상당히 정확하다”며 “지방에서 올라오는 데이터에 대해서도 중앙정부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검증하고 있기 때문에 오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단계에서 성장동력 부족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중진국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판 소장은 “기업의 기술력 부족과 과잉생산 구조가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력 부족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가운데 개인의 소득만 높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저개발 국가들에는 비용 경쟁력에서 떨어지고, 선진국에 비해서는 첨단기술력에서 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으로 생산능력을 키웠다가 부실에 빠진 태양광 산업에서처럼 다수 업종에서 과잉생산 체제가 고착화된 것도 넘어서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진국 함정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만 중국에서 글로벌 브랜드 기업이 탄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판 소장은 “중국 기업의 역사는 길어야 20~30년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 기업이 탄생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은 아직까지 선진 기술을 배우고 모방하는 단계”라며 “앞으로도 20년 정도는 더 있어야 글로벌 브랜드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판 소장은 “다만 일부 기업들이 이미 글로벌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만큼 전망은 밝다”고 덧붙였다.
판 소장은 경제 개혁의 시험대라고 할 수 있는 국유기업 개혁의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현재 국유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개혁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며 “중앙 국유기업보다는 실적이 부진하고 부채가 많은 지방정부 산하 국유기업부터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 해소도 성장이 해결책
판 소장은 소득 불균형과 지역 간 발전 격차로 나타나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성장 이외에 답이 없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중국 전체 노동력의 70%가 농업 종사자 혹은 농민공인데 농민공 소득은 도시 중산층의 절반에 그치고, 농민 소득은 농민공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이들의 소득을 올려주지 않으면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판 소장은 “그러자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며 “의료와 교육, 연금 등을 통한 소득 재분배만으로는 빈부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판 소장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통화가치 급락 등 위기 조짐이 나타났지만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재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는 선진국들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며 “금융과 산업을 주도하는 선진국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일부 신흥국 위기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적완화 축소 영향 적어
특히 중국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도 경제적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 자금시장은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글로벌 자금시장의 충격이 중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제한된다”며 “미국의 양적완화가 본격적으로 축소되더라도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자본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 작업도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동산 거품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2005~2007년과 2009~2010년은 연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30~40%에 달해 진정한 부동산 거품의 시기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전국 평균 가격 상승률이 기껏해야 연간 4~5% 정도이기 때문에 거품에 대한 조정이 끝나고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단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