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던 최태원 회장이 갑작스레 구속되면서 SK그룹은 회장 부재 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 자칫 글로벌 성장 전략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SK그룹은 당초 글로벌성장위원회(위원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를 주축으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면서 대주주인 최 회장이 전략적으로 서포트 해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었다.
최 회장 역시 올해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글로벌 현장을 찾아 정·재계 리더들과 만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글로벌 서포터로서의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은 그동안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즈니스로 연결시켜 왔다.
지난해 3월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태국이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수반이나 기업 총수들과 만나 상호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당시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을 방문한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에게 IT와 건설 분야의 사업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또 태국이 반복되는 홍수로 큰 피해를 입는 점을 고려해 SK가 보유한 IT 기술로 조기 재해경보 및 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ABC(Asia Business Council)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잉락 칫나왓 총리를 다시 만나 조기 재해경보 IT시스템 구축사업을 논의했다. 이런 열정은 실질적으로 진전돼 한국수자원공사를 중심으로 SK건설 등 민간건설사가 포함된 수공컨소시엄이 최근 12조4000억원을 투자해 대홍수 이후 홍수 예방을 위한 태국 종합물관리사업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최 회장은 또 지난해 6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MENA & 유라시아 지역 포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를 만나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이전에도 두 차례나 더 에르도안 총리를 만난 바 있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을 면담해 SK그룹이 남동발전, EUAS(터키 국영전력회사) 등과 함께 터키 압신-엘비스탄 지역에서 추진 중인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지속적인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지난 2010년 6월 페루 리마 남쪽 팜파 멜초리타의 LNG 액화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 등을 두 번씩 만나 양측의 협력을 다졌다. SK이노베이션이 2008년 4월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와 합작해 건설한 제3윤활기유 공장도 최 회장이 유노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면담 끝에 합작사 설립 건을 관철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최 회장의 존재감을 잘 아는 그룹 인사들은 기존 사업의 경우는 어떤 식으로든 끌고 가겠지만 이와 연계한 2차, 3차 사업이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