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속 등기이사 선임.’
지난 3월 15일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일주일 뒤 열린 기아차 주총에서도 정 부회장은 등기이사인 기타 비상무이사로 연임됐다. 10년 연속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재선임을 ‘책임 경영’을 위한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지만, 그 결정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무거운’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3년 기아차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처음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0년에는 현대차 등기이사로도 참여했다. 이 기간 동안 현대차그룹의 쌍두마차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글로벌 톱 브랜드로 성장하며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에 밀려 만년 2위였던 기아차에 ‘디자인 경영’을 도입해 글로벌 브랜드로 탈바꿈시켰고, 현대차 등기이사직에 오른 뒤에는 ‘브랜드 경영’을 통해 현대차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자동차 업체에 불과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을 세계 톱 5의 메이커로 성장시킨 정의선 부회장의 10년을 살펴봤다.
‘디자인 경영’으로 기아차 변신
정의선 부회장은 1999년 현대차 자재본부 이사로 입사했다. 자재본부는 자동차 회사의 가장 기초적인 분야인데 부품과 원자재 분야에서 경영수업을 받도록 하는 것은 현대가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이후 영업, 기획 등을 두루 거친 그는 2002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을 거쳐 2003년 기아차 기획실장 부사장에 오르며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2005년에는 기아차 대표로 승진했다.
기아차 대표이사에 선임된 당시 정의선 사장의 어깨는 무거웠다. 1998년 부도로 쓰러졌던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된 후 흑자로 돌아섰으나 이후, 성장동력이 됐던 국내 RV 시장이 위축됨은 물론, 환율 하락과 현대차에 밀리는 브랜드 파워로 인해 다시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었다.
그래서일까. 영업적자를 기록한 2006년에는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정 부회장이 기아차를 떠나 현대차로 복귀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했다. 적자기업에 등기이사로 있을 경우 그룹의 후계자인 정 부회장의 위상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잔류를 선택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기아차의 회생을 위한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다. 신차 출시나 마케팅을 통한 단기적인 반짝 성과보다는 근본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 경영’과 ‘글로벌 경영’을 동시에 추진한 것이다. 특히 ‘디자인’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현대차와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세계 3대 디자이너로 알려진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유럽까지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해 그를 디자인 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디자인에 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2006년 9월 파리모터쇼에서 디자인 경영 출사표를 던졌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차량 라인업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감각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기아차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때부터 기아차는 피터 슈라이어를 중심으로 독자 디자인 개발에 착수했다. 피터 슈라이어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디자인센터를 총괄하며 특징 없던 기아차의 얼굴에 ‘패밀리룩’이라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08년 6월 ‘직선의 단순화’를 기반으로 기아차의 상징이 된 ‘호랑이 코’ 패밀리룩이 탄생했다.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박스카 쏘울은 대중적인 세단이 아니었음에도 출시 후 4개월 동안 9500대가 판매됐다. 쏘렌토R도 2009년 월평균 4900대가 출고됐다. 새 모델 출시 전 쏘렌토 월평균 판매량인 511대의 10배 가까운 수량이다. 2006년 27만대에 불과했던 국내 판매는 스포티지R과 K5가 출시된 2010년에는 48만5000대로 79%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박스카 쏘울이 공개된 2008년 기아차는 308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R시리즈를 선보인 2009년 1조1445억원으로 이익을 끌어올렸다.
정 부회장의 디자인 경영이 성공한 것은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문화까지 ‘디자인’ 중심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기아차 디자인 슬로건에 잘 배어 있다. 기아차 디자인 슬로건은 영어 DESIGN의 알파벳 S를 호기심을 나타내는 ?(물음표)로, 알파벳 I를 창의적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전구로 표현하며 고객의 생활에 끊임없는 물음을 던져 보다 나은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기아차의 미래 경영철학과 기업문화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을 통해 기아차는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09년 쏘울이 한국차 최초로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은 후 K5와 스포티지R, 모닝 등을 통해 5년 연속 수상했고 iF 디자인상도 4회 수상했다. 그리고 지난해엔 미국의 IDEA에서 프라이드가 수송디자인부문 동상을 수상하며 디자인 기아를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경영’ 통해 성장에 날개 달아
디자인 경영으로 기아차를 환골탈태 시킨 정 부회장은 다시 한 번 체질 개선에 나섰다. ‘글로벌 경영’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기아차는 환율로 인해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었다. 중국 공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차량을 국내에서 생산, 수출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판매량 중 해외 비중이 79%에 달했지만, 전체 생산량 중 91%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환율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의선 부회장은 해외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해외법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기아차 최초의 유럽공장인 슬로바키아 공장과 미국 조지아 공장은 정 부회장의 작품이다. 공장의 설립 계획 단계부터 완공 단계까지 사업 진행사항을 직접 챙기며 진두지휘했다.
특히 투자규모가 총 10억유로에 달하는 유럽공장 프로젝트는 기아차가 글로벌 브랜드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의 기로가 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정 부회장은 사업성 검토부터 시작해 공장 부지 선정, 슬로바키아 정부와의 투자계약서 체결, 공장건설, 부품회사 동반 진출, 투입 차종 개발, 주정부와의 현안문제 해결 등을 모두 도맡아 처리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총 10여 차례 슬로바키아를 방문하며 건설현황을 꼼꼼히 챙기고 부지 매입 등 현안이 생길 때마다 슬로바키아 수상, 경제부 장관, 재무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를 만나서 해결사로 활약했다.
미국 공장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했다. 주정부 지원, 현대차 공장과의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국 조지아로 공장 부지를 선정한 정 부회장은 조지아 주정부와의 투자계약서에 직접 사인했다. 이후 수차례 건설 현장을 방문하며 현안을 세심하게 조율했다.
적자에 시달리던 해외 판매 법인들의 정상화에도 발 벗고 나섰다. 당시 해외 법인들은 장기재고 차량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일부 해외 법인의 경우 자본잠식 상황에 이른 곳도 있을 정도였다.
정 부회장은 먼저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한 밀어내기와 저가 판매를 근절시켜 장기재고를 서서히 줄여나갔다. 단기간의 매출 증대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더 이상 훼손해선 안된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였다. 바뀐 판매체제 위에 디자인 경영을 통해 외관이 확 바뀐 K시리즈가 출시되며 판매는 급증하고 해외법인들의 실적도 탄탄해졌다.
새로운 디자인과 경쟁력 있는 상품성을 갖춘 신차들이 출시되고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기아차의 해외 판매도 크게 늘었다. 특히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유럽 전략차 씨드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렌토R, K5가 현지에서 크게 인기를 끌며 2006년 99만대에 불과했던 기아차의 해외 판매대수는 2011년 처음으로 200만대를 돌파한 205만대를 기록했다.
정 부회장의 체질 개선 전략이 궤도에 오르면서 기아차의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2008년 169.1%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2010년 92.8%를 기록하며 100% 밑으로 떨어졌다. 2008년 4조600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도 2010년에는 6280억원으로 내려갔다. 대신 보유 현금은 증가했다. 2006년에는 6320억원에 불과했던 현금보유액은 2010년 2조2560억원으로 크게 증가해 재무구조가 굳건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매년 조단위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형’인 현대차를 위협하는 ‘아우’로 성장했다.
평택항기아차수출부두
현대차를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어라
만년 2위로 어려움을 겪던 기아차를 젊고 역동적인 메이커로 변신시킨 정 부회장은 2010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금의환향했다. 하지만 현대차에서는 기아차에서보다 더 큰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현대차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업으로 판매도 순조로웠고 경영성과도 계속 상승세였다. 잘 나가는 기업을 한 단계 도약시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정 부회장에게 거는 주변의 기대였다.
정 부회장은 이를 ‘브랜드’에서 찾았다. 해외시장에서 아직은 낮은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내에서도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현대차 부회장으로서 첫 해외 공장 방문지였던 체코 공장 준공식 때도 기자들과 만나 “품질경영과 함께 현대차의 고급화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신경 쓸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정 부회장은 고객들에게 ‘현대차’만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새로운 브랜드 방향성과 슬로건 개발을 적극 독려했다.
이런 정 부회장의 고민은 2011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슬로건’을 발표하며 현대차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현대차는 단지 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회사며, 우리 목표는 가장 많이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가장 사랑받는 자동차 회사이자 고객의 일생에 있어 신뢰받는 동반자”라며 “이를 위해 현대차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 문화를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감성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프리미엄’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이를 ‘가장 현대적인 현대차만의 프리미엄’이란 의미의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을 브랜드 방향성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는 이 같은 브랜드 방향성을 전 세계에 일관되게 전하기 위해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전 세계에 현대차에 대한 일관된 이미지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당신의 빛나는 인생입니다’라는 표현에서처럼 현대차를 ‘고객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함께 하는 차’로 자리매김 시킨다는 전략이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대고객 서비스다. 대표적인 것이 ‘찾아가는 서비스’다. 그때까지는 신차가 출시되면 그 차 정도만 시승해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신청만 하면 365일 어느 곳이든지 카마스터가 직접 차를 고객에게 가져가서 설명해주고 시승하는 ‘365일 찾아가는 시승서비스’를 도입했다.
정비도 마찬가지. 고객이 직접 차를 가지고 서비스센터에 찾아가는 대신 전화를 통해 정비 전후 고객에게 차를 배달하는 ‘홈투홈’ 서비스를 시작했다. 테마 지점도 이런 고민 끝에 나왔다. 딱딱하고 찾아가기 힘든 자동차 전시장에서 여러 이벤트를 벌이는 가고 싶은 지점으로 만든 것이다.
대표적인 곳은 ‘수지 패밀리 테마지점’과 ‘현대차 에스프레스 1호점’이다.
어린이들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수지지점을 로보카 폴리를 활용해 도서 1000여권을 갖춘 키즈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수지 패밀리 테마지점은 온가족이 부담 없이 찾아가 즐길 수 있는 지역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커피빈과 제휴해 운영하는 ‘현대차 에스프레스 1호점’도 커피를 즐기러 온 고객이 자연스럽게 현대차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고객불만을 24시간 이내 100% 해결할 수 있도록 고객센터 내 ‘쿨링존(Cooling Zone)’ 을 도입하고 계약-출고-인도-사후관리 등 각 단계에서 생길 수 있는 불편사항을 사전에 예방하는 ‘4스텝 케어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고객감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직영 서비스센터를 고급화해 정비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으며 과잉정비일 경우 과청구 금액의 최대 300%를 보상해주는 ‘과잉정비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올해는 고객만족 프로그램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쏘나타, 싼타페 등 중대형 인기 차종의 상위모델 가격을 전격적으로 인하한 것. 고급 모델에 적용된 고급 사양들을 경험하고 싶지만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고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차량 선택의 기회 확대와 함께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어 전화 한통으로 고객이 가장 가까운 서비스센터에서 원하는 시간에 정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서비스 예약센터’를 개설하고, 업계 최초로 여성 전용 서비스거점인 ‘블루미’를 오픈했다.
정 부회장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글로벌 전략으로 모터스포츠를 선택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2014년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 본격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독일에 차량 개발 및 팀 운영 등 모터스포츠를 전담하는 ‘현대모터스포츠’ 법인을 설립하고 카레이싱의 전설인 ‘미쉘 난단’을 총 책임자로 하는 레이싱팀을 구성했다. 이 레이싱팀의 활약을 통해 현대차의 우수한 기술력을 알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슈퍼볼과 아카데미 시상식에 광고를 집행하고 미국 타임스퀘어, 영국 피카딜리광장, 홍콩 빅토리아 하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랜드마크에 옥외 광고를 함으로써 현대·기아차의 인지도를 높이는 등 브랜드 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브랜드 경영에 대한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2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현대차는 75억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8계단 상승한 53위에 올랐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아우디를 제치고 7위를 차지했다.
또한 미국 JD파워가 발표한 ‘2012 브랜드 재구매율 조사’에서 현대차가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신차 등록 고객 중 이전 소유 차량을 교체한 고객 7만여명을 대상으로 같은 브랜드의 차량을 선택하는 비율을 조사한 발표다.
현대차는 재구매율 64%를 기록해 지난 조사의 3위(60%)보다 2계단 상승한 1위에 등극하며 미국시장에서 고객 충성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2009년 구매 고객 대상 조사에서는 11위에 그쳤었다.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가 발표한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에서도 승용차 4개 부문, RV부문에서 1위를 휩쓸었다.
또한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서비스 대상에서도 고객 중심의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영 전반에 대한 품질 혁신 활동을 전개한 것이 호평을 받으며 자동차서비스부문에서 종합대상을 받았다.
‘2012 미국 소비자 만족도 지수(ACSI)’에서도 현대차는 자동차 부문 20개 브랜드 중에서 도요타, 폭스바겐, 벤츠와 함께 공동 7위를 기록했다.
특히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95년 이후 17년간 점수가 25% 상승해 같은 기간 모든 업체 중 가장 만족도 개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에는 미국 브랜드 조사업체인 ‘브랜드 키즈’가 미국의 54개 분야 375개 브랜드에 대해 충성도를 조사한 결과 현대차가 자동차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에 올랐다.
PartⅡ 현대가 장손 경영DNA를 잇다
“겸손하고 배려심이 많다.”
“책임감이 강하고 신중하다.”
정의선 부회장을 접한 사람들은 그에 대해 대부분 이런 평가를 내린다. 부하 직원에게 존대를 하고 주변 사람을 먼저 배려하며, 본인의 잘못이 아니어도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정 부회장의 성품은 엄격한 현대가의 가풍에서 비롯됐다. 익히 알려진 대로 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새벽 5시에 온 가족과 아침식사를 하며 하루를 열었다. 손자인 정의선 부회장도 함께였다. 정 부회장은 이러한 성실과 검소가 몸에 배인 분위기 속에서 기업의 오너로, 엄한 상사로, 자상한 선배로 직원들을 대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성장했다.
그래서일까. 정 부회장은 할아버지의 과감한 리더십과 아버지의 신중하고 꾸준한 추진력을 모두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결정을 내리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밀어붙이는 모습이 묵직한 정씨 일가의 경영스타일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후문이다.
신중한 성격에 묵직한 추진력, 그리고 탁월한 국제 감각까지 갖추고 있는 정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알아봤다.
직원 역량 높이고, 필요 인재는 삼고초려
정의선 부회장은 필요한 인재라면 회사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영입해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회사 내부에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핵심역량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인재는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아차 사장 시절, 정 부회장은 기아차를 현대차와 차별화하기 위해서 ‘디자인 경영’을 선택한 후 핵심 인재를 찾아 영입하는 데 직접 앞장섰다. 정 부회장이 낙점한 인물은 바로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 그를 기아차로 영입하기 위해 정 부회장은 독일로 직접 날아가 설득했다. 그리고 그가 디자인에 대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CDO로 앉히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현대차에 입사하도록 채용시스템을 새롭게 바꿨다. 미술관에서 현대차만의 잡페어를 열어 ‘현대차’의 이미지를 ‘가고 싶은 회사’로 느끼게끔 하고 있으며 스펙보다는 열정과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또한 해외 유학생 채용에는 오디션 방식을 도입했다. 지난해 초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최종 면접에는 MIT, 스탠퍼드 같은 명문대 박사 과정의 학생들이 현대차에 입사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또 신흥 자동차 시장을 능동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지역전문가를 선발, 육성하고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에 이어 향후에는 러시아, 체코 등으로 확대해 회사 자체적으로 지역에 대한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정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도전’과 ‘창의적 사고’다. 지난해 6월에 열린 현대·기아차 신입사원 수련대회에서 정 부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실수를 하더라도 도전하는 게 낫다”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통경영’ 젊은 소통으로 리더십 발휘
정 부회장은 직원들과의 소통도 중요시한다. 바쁜 일정 와중에도 직원들과의 번개 미팅을 갖기도 하고 부하 직원의 애경사는 꼭 챙기며 직원들과 스킨십을 갖는다.
지금은 부회장으로서의 바쁜 업무로 인해 힘들어졌지만 부사장 시절에는 직원 상가에서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기획실 직원들과 업무가 끝난 후 소주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속이야기를 풀기도 했다. 기아차 한 직원은 “회식자리에서도 건배를 자주 제의하면서 분위기를 최대한 즐겁게 이끌어 가는 편”이라며 “사원 대리급 직원들의 이야기도 주의 깊게 듣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실무진들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듣기 위해 ‘차세대 위원회’에 참여한다. 각 부분의 과·차장급 실무진으로 구성된 차세대 위원회에서는 자유롭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분위기에서 회사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의견을 교환한다. 정 부회장은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자주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나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지점장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판매왕들과도 매년 자리를 마련해 현대차를 새롭게 고객들에게 보일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한다.
현대차 한 임원은 “정 부회장은 자신이 말하기보다 직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스타일”이라며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한 후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해 지시한다”고 밝혔다. 기아차의 한 직원도 “보고 후 며칠 뒤 다른 아이디어를 메모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며 “지적하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분석적이어서 실무진들이 놀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모터쇼·포럼 통해 글로벌 역량 선보여
정의선 부회장은 해외 모터쇼는 거의 빠짐없이 참석한다. CEO로서 최신 트렌드를 분석하고 현장에서 함께 간 직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등 잠시도 쉬지 않는 강행군을 한다. 점심도 전시관에서 도시락 등으로 해결할 정도다.
또한 회사의 중요한 정책방향을 모터쇼에서 발표한다. 기아차 디자인 경영과 현대차 신 브랜드 경영을 공개한 것도 모터쇼에서였다. 신차도 정 부회장이 직접 소개한다. 정 부회장이 모터쇼를 중시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기술, 트렌드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감각과 자동차에 대한 직관을 키우고 있다. 이와 함께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해 세계 주요 인사들과 교분을 다지고 있다. 2006년엔 다보스포럼에서 선정한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전 세계에 공통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공통언어’ 스포츠 마케팅을 선호한다. 기존 현대차만 진행하던 월드컵 마케팅을 기아차까지 확대시켰고 유로대회 후원도 주도했다. 2008년에 정 부회장은 호주오픈조직위원장과 ‘호주오픈 재계약’에 사인하며 2002년부터 인연을 맺은 호주오픈 후원을 2018년까지 연장시켰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나달’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NBA를 후원하고 있다. 지난 2011년 NBA 올스타전에 ‘K5 덩크대회’를 기획, K5를 전 세계에 노출시키며 톡톡한 홍보효과를 거뒀다.
‘미래통찰’ ‘현재’를 발판으로 ‘미래’를 본다
정 부회장의 관심은 ‘현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미래까지 뻗어있다. ‘자동차와 IT의 융합’은 정 부회장의 오랜 화두다. 10여 년 전부터 다보스포럼 등을 통해 글로벌 인사들과 만나며 ‘IT’라는 시대적 흐름을 읽은 정 부회장은 이후 IT의 흐름 속 자동차 회사의 미래에 대해 전략을 짜고 있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는 신중하다. 조직 특성과 직원들의 저항도를 고려해 오랜 검토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후 실시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업무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유연하고 개방적이란 얘기도 듣는다. 회사의 현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상황에 맞게 단독으로 또는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한다. 국내외 대표 회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2008년에 체결한 MS와의 전략적 제휴도 정 부회장이 주도했다. MS가 차세대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착수하고 현대·기아차가 이를 차량에 적용시키는 제휴로, 2011년 ‘유보’라는 이름으로 ‘쏘렌토’부터 적용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가전 박람회인 미국 CES에 자동차 메이커로는 최초로 단독 부스를 마련해 IT와 결합된 신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로는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다른 글로벌 차 메이커보다 IT의 중요도에 대해 깊이 인식한 것을 알 수 있다.
미래 먹거리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신 사업부를 만들어 텔레매틱스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 ‘모젠’을 거쳐 ‘블루링크’, ‘유보’로 진화한 현대·기아차의 텔레매틱스는 미국과 한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0년에는 유스마케팅이란 신설 조직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미래의 자동차시장을 형성한다’는 목표로 유치원생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와 아이폰앱 ‘벨로스터 레이싱게임’은 이 팀의 작품이다.
현장경영과 품질경영은 기본
정 부회장은 현대가 특유의 현장경영과 아버지의 경영방식인 품질경영을 이어받았다. 정 부회장은 1999년 현대차에 입사해서도 자동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부품구매 분야에서부터 일을 배웠다. 정몽구 회장이 선친인 故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받았던 경영수업 코스를 뒤이어 밟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 부회장은 아버지의 ‘품질경영’을 배우고 더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품질경영’을 제품뿐만 아니라 업무 전반으로 확대시키는 것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업무 품질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더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차원에서 올해 들어 ‘스마트워크(Smart Work)’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문서자산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업무 전반에서 비효율을 없애는 한편 직원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확장된 품질경영이다. 이를 위해 회의문화, 문서작성체계, 결재프로세스 등 업무 전반에 거쳐 일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꾸어나가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처음에는 몸에 안 맞아 불편하겠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더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현장경영’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현장을 잘 알아야 올바른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 받은 것이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 자동차 시장의 위기가 증폭되자 정의선 부회장은 유럽으로 날아가 현지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현지 직원들과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현재 정 부회장에게 넘어 온 과제는 아주 막중하다. 그룹의 태동이 된 현대건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은 숙원이었던 고로사업을 성사시킨 현대제철, 자동차기술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 할아버지가 시작하고 아버지가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현대차그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크나큰 의무가 주어졌다.
경쟁 환경은 더 치열해지고 신기술로 인해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이 새로운 도전 앞에 정 부회장은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들과 ‘차와 사람’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가능성을 활짝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PartⅢ “공격 앞으로” 정의선 앞에 놓인 도전
현대차그룹을 이끌어 나갈 정의선 부회장에게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지각변동’이라고 불릴 만큼 큰 변화를 겪어왔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 판매국으로 떠올랐고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미국 빅3는 GM만이 명목을 유지한 채 나머지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이 치열하게 글로벌 선두를 다투고 있는 가운데 유럽 메이커들은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신기술 개발에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10년은 보여줬다.
이에 따라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선두권 업체들은 고연비, 친환경, 스마트카 분야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과 아직 주목받지 못했던 신흥시장 공략을 통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900만대를 돌파하며 새로운 빅3로 떠오른 도요타, GM, 폭스바겐이 각 시장에서 더욱더 공격적인 판매 확대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중위권 업체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연비 기술 경쟁
업체 간 치열한 연비 기술 경쟁에 주목해야 한다. 주요 메이커들이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경량화 기술 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후발주자임에도 품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판매 5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경쟁사들을 능가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향후 자동차시장을 주도하게 될 고연비, 친환경, 스마트카 개발에서 원천기술, 선행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R&D역량을 강화해야만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다.
현대차가 최근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해 지난 2월 양산 첫차를 생산하는 등 이 분야에서 선두권 업체로 평가되고 있지만 안주해서는 안되는 상황이다.
도요타와 BMW. 양사는 지난 1월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그룹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 연료전지시스템 공동연구 및 개발에 관한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이어 르노 닛산과 다임러, 포드가 2017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로 연료전지차량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또한 대표적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연간 100만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높지 않다. 전기차 부문에서도 아직 시범 운행 단계일 뿐 양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 중 친환경차는 기술개발과 함께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만큼 정부 및 지자체, 관련 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높은 개발 비용으로 인한 가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향후 대중화될 스마트카 기술 개발도 선점해야 한다. 졸음운전 방지 기술, 무인 운전 시스템 등 IT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고 향후 수년 이내에 양산차에 적용돼 실용화될 전망이다.
향후에는 로봇기술, 인공위성기술 등과 결합돼 스스로 이동하는 자동차가 나오고 IT기술을 통해 사람과 도로, 무인자동차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연결되는 스마트 교통시스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술전쟁에서 뒤처지면 지금껏 쌓아 올린 글로벌 위상도 흔들리게 된다. 연구개발 역량을 확충해 원천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상용화하는 것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브랜드 전략 강화로 차별화 이뤄야
글로벌 메이커들과의 판매 경쟁에서도 승기를 잡아야 한다. 특히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처음으로 10%를 돌파하는 등 유럽, 일본 메이커들의 공세로 한국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만족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개발해 내수시장을 지켜야만 글로벌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포스트 브릭스 지역 등 새로운 전략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선진시장 침체, 신흥시장 성장세 둔화 등 기존 시장의 부진은 지속되는 반면 아세안을 비롯한 포스트 브릭스 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일본 업체는 2016년까지 아세안 지역 생산능력을 370만대로 확대해 세계 제2의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포스트 브릭스에 대한 새로운 판매 전략과 시장 맞춤형 전략 차종 개발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아직은 중위권인 현대차,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기아차가 87위에 오르며 최초로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현대차도 전년 대비 8계단 상승한 53위를 기록했다. 브랜드 가치에서도 1위를 차지한 도요타는 303억달러로 75억달러인 현대차의 4배나 된다.
환율 등 외부변수에 대한 내성도 강화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엔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일본 메이커들이 수혜를 입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주요 시장에서 일본 메이커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환율하락은 2000년대 중반 원화 강세기와는 달리 세계 경기 부진상황에서 나타나고 있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부회장도 최근 제네바모터쇼에서 “연비 등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현대·기아차도 더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소감을 밝히고 “환율, 국내 수입차시장 확대 등 위협요인이 많지만 이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 고칠 것은 고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고민을 내비쳤다.
국가대표 기업으로서의 책임감
한국 대표 자동차기업의 경영인으로서 한국자동차산업의 위상을 더욱더 높이고 현대차그룹을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자동차산업 선진국으로 진입하도록 함으로써 경제 성장, 양질의 일자리 창출, 중소 부품업체 동반성장 등 한국 경제의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발전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책임경영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공헌을 보다 확대해 세계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정 부회장이 언론과 대중에 자신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다른 2, 3세 경영진과는 달리 기아차 디자인 경영 등 좋은 성과를 거둬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대중에게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영자는 경영성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신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경영진에 대한 PI가 회사 CI로 연결되는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정 부회장이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