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마약탐지견의 활동과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적발 건수도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전국 9개 세관에서 활약하는 30마리 마약탐지견들의 실적은 103건으로 2009년 50건보다 2배 증가했다. 30% 정도였던 적발율도 2010년에는 약 40%로 향상시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우리나라 마약탐지견의 실적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곳은 인천시 중구 운북동에 위치해 있는 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 내 마약탐지견훈련센터. 이곳에는 모두 12명의 교관이 45마리의 훈련견을 훈련시키고 있다. 그러나 45마리가 모두 탐지견으로 현장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 훈련센터 측은 “훈련견 중 30~40%만 탐지견으로 합격점을 받는다”고 밝혔다.
훈련센터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교관이 한 명 있다. 12명의 교관 중 홍일점인 박정원(29) 교관이다. 훈련센터의 유일한 여성 교관인 박 교관은 아담한 체구에 앳된 얼굴의 소유자였다. 훈련견들이 그의 명령을 잘 따를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훈련견 노을이를 다루는 그의 솜씨를 보자 기우였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박 교관은 “훈련견들이 워낙 사람을 잘 따른다”고 겸손해 했다.
마약탐지견으로 활약하는 견종은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맹인안내견을 연상하면 생김새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안내견과 종은 다르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후각이 뛰어나고 체격이 크며 건강하고 온순하다. 특히 덩치는 크지만 사람과 친화력이 우수하고 사납지 않다. 함부로 짖지도 않는다.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것도 탐지견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공항이나 항만 등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에 배치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셰퍼드 같은 맹견을 탐지견으로 쓰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박정원 교관은 “워낙 친화력이 뛰어나 교관이 바뀌거나 낯모르는 핸들러(탐지요원)에게 가도 금방 적응하고 잘 따른다”며 “처음엔 솔직히 서운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사람과 친화력도 탐지견으로 중요한 덕목
박 교관이 개와 친해진 것은 본인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매우 어린 나이부터였다. 부모님께 들은 얘기로 다섯 살 때라고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대학 다닐 때는 친구들이 키우는 강아지의 증상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강의실로 데리고 와 달라고 할 정도였다.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박 교관은 탐지견훈련교관이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다. 졸업할 즈음 교수님의 권유로 훈련교관이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재수 끝에 합격했다.
“운이 좋았던 거죠. 우리 직업은 특성상 빈자리가 생겨야 충원해요. 처음 응시했을 때는 떨어졌지만 자리가 연이어 생긴 것도 운이 좋았고 두 번 만에 합격한 것도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여성으로서는 처음 교관이 된 것이니까요.”
애완견과 놀 때와 성견들을 훈련시킬 때 마음가짐이 아무래도 다르지 않을까. 박 교관은 전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다만 개들의 행복조건이 다를 뿐입니다. 애완견이 주인과 함께 놀고 재롱을 부릴 때 행복을 느낀다면 훈련견들은 훈련받고 일할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이죠.”
2007년 박 교관이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첫 ‘여성 탐지견훈련교관’이라는 타이틀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 교관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복제견이 탐지견으로 훈련받고 활약하는 것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면서 박 교관은 자연스레 잊혀져갔다.
“한 마디로 개에 밀린 거죠(웃음). 괜찮습니다. 어차피 주인공은 훈련견과 탐지견들이니까요.”
‘투투’와 같은 복제견 출신 탐지견에 대한 우리나라의 훈련 과정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관세기구(WCO)에서 복제견 훈련 과정을 공개해주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요청해 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여성 교관으로서 어려운 점도 있었을 듯하다. 박 교관은 “성격이 강한 개를 다루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우스운 얘기지만 개들도 여자라고 무시할 때가 있다고 한다. 즉 성격이 강한 개들은 여성 교관보다 남성 교관을 훨씬 잘 따른다는 것. “반대로 성격이 온순한 개와는 아주 잘 맞는다”는 것은 여성 교관으로서 장점에 속한다.
현재 박 교관은 더는 홍일점 훈련교관이 아니다. 박 교관의 여자 후배가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관은 애완견을 다룰 때의 팁을 하나 알려줬다. “장난감 같은 것으로 애완견과 싸울 때는 반드시 주인이 이겨야 한다”며 “애처롭고 귀여운 마음으로 강아지에게 져주면 주인을 무시한다”고 말했다. 즉 강아지가 자기가 잘나고 힘이 세 주인을 이긴 줄 알고 주인 말을 안 듣게 된다는 것. 그러므로 애완견과 티격태격할 때는 애처롭다는 생각에 봐주지 말고 매몰차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훈련견을 대할 때와는 반대인 셈이다.
박 교관은 곧 속초로 발령받아 핸들러로 활약할 예정이다. 그동안 탐지견들을 훈련시키던 것에서 벗어나 직접 현장에서 탐지견들과 함께 마약을 찾아내는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글쎄요.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워낙 잘 훈련받은 탐지견들이라 믿을 수밖에 없지요. 우리나라 탐지견들의 수준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