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뱅드매일(Les Vins De Maeil).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레바논, 이스라엘, 남아공화국 등지의 와인리스트를 보유한 와인전문수입업체다.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매일와인주식회사. 유제품 제조판매업체 매일유업의 자회사인 이곳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출근시간은 있어도 퇴근시간은 없다’, ‘월화수목금금금이 업계 톱에 오르는 길이다’ 등 사내 분위기는 그야말로 사기충천(士氣衝天)이다. 그 중심에서 적재적소에 맹장을 부리는 이는 2007년 부임한 성백환 대표이사다.
1975년 매일유업에 입사한 성 대표는 관리이사, 상무, 전무를 거쳐 경영지원본부장으로 고 김복용 선대회장을 보좌했다. 그런 그가 4년 전 와인업계에 발을 디뎠을 때 업계에선 ‘파격’보다 ‘그저 그런’ 시선이 팽배했다. 와인사업은 ‘모르고 덤비면 백전백패’ ‘기적은 없다’란 공식이 실재했기 때문이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무엇보다 사장이 아무것도 모른다란 말을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공부했습니다. 직접 현장에 뛰어다녔고 와인전문기관에서 전문가 자격(WSET Internatio- nal Higher Certificate)을 취득했습니다. 조금씩 시장이 보이고 맛이 느껴지더군요.”
와인 문화는 곧 대화의 문화
성 대표의 도전은 서서히 빛을 발한다. 2007년 부임 첫해 매출액은 51억원. 이듬해엔 9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상승곡선은 계속된다. 2009년 112억원. 2010년 130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 업계 1위’를 경영목표로 정했다.
“대기업의 매출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이 모든 게 직원들 덕입니다. 모두들 그저 직장에 다닌다가 아니라 와인과 결혼했다는 마인드로 일에 전념하고 있어요. 금융위기 여파가 여전했던 2010년에도 10%의 성장을 낼 수 있었던 가장 고마운 원동력입니다.”
레뱅드매일의 대표이사로 부임하며 성 대표가 선행한 일은 두 가지. 우선 질 좋은 와인을 확보해 저렴하게 판매했다. 칠레산 ‘산타헬레나’, 이탈리아산 ‘두에그라디’, ‘발레벨보 모스까또 다스티’, ‘요리오’, 미국산 ‘델리카또’ 등이 그렇게 수입됐다. 둘째, 인재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씨앗이 황무지에 싹을 틔우더니 주렁주렁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와인문화 전파 또한 성 대표가 게을리 하지 않는 부분. 술잔을 돌리고 권하는 한국의 술문화가 사교와 대화의 문화로 전화돼야 한다는 게 성대표의 지론 중 하나다.
“저 또한 와인을 알기 전엔 비즈니스 현장에서 두주불사였어요(웃음). 하지만 술은 과하면 안 되는 음식입니다. 와인은 권하지 않는 술이죠. 와인 한잔에 서너 시간 대화가 이어집니다. 적당하면 약이 되는 술이 곧 와인이지요.”
와인 초보자를 위해 성 대표가 추천하는 와인은 비싸지 않은 저가 와인. 매일 1만원대 와인을 한잔씩 마신다는 그는 “저가에서 고가로 서서히 입맛을 길들이는 게 와인의 즐거움”이라며 “실제로 가장 잘 팔리는 와인은 연간 18만병이 소비되는 이탈리아산 두에그라디”라고 소개했다.
“뭐든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 순 없거든요. 흔히 전 세계 와인이 1만여 종이라고 하는데, 평생 마셔도 다 맛볼 수 없습니다. 와인의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이지요. 저도 매일 1만원대 와인을 맛보는데 맛이 아주 좋아요. 한국인과 궁합이 맞는 와인이요? 글쎄요. 칠레 와인이 가깝지 않을까요. 가격도 저렴하고 우리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거든요(웃음).”
레뱅드매일의 추천 와인산타 헬레나 버라이어탈 까르메네르(Santa Helena Varietals Carmenere)
잘 익은 붉은 과일과 스파이시한 아로마향이 섬세하게 어우러졌다. 칠레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 까르메네르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풍부한 과즙 맛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시켰다.
종류 레드와인 생산자 칠레, 산타 헬레나 포도품종 까르메네르 알콜 13.5%
요리오(Jorio, Montepulciano d’Abruzzo DOC)
부드럽고 다채로운 과일향을 지녔다. 서양 자두, 감초의 아로마와 농축된 맛의 구조가 훌륭하다. 각종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종류 레드와인 생산자 이탈리아 아브루쪼, 우마니 론끼 포도품종 몬테풀치아노 알콜 13.5%
[안재형 기자 ssalo@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