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얼굴에 비장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손에 든 스마트폰을 설명할 땐 눈빛이 번뜩였다. 2010년 11월29일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 마련된 신제품 발표회 무대에 선 피터 쵸우(Peter Chou) HTC 대표는 투박하지만 강단 있는 어조로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이어 HD’의 장점을 설명했다.
국내에선 삼성, LG, 애플 등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지만 HTC는 세계 안드로이드폰 시장점유율 1위의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대만에 본사를 두고 2010년 상반기에만 5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총 매출액을 가뿐히 넘어섰다. 피터 쵸우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생산한지 3년 반 만에 전 세계 유력 통신사와 합작할 만큼 국제적 인지도가 성장했다. 오로지 기술력으로 승부한 결과다”며 근거 있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낮은 인지도에 대해선 “2009년부터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30% 이상 성장했다. HTC에겐 큰 기회다. KT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든든하다”고 에둘러 말했다. 사실 국내 디지털 전문가들은 HTC가 KT와 손잡고 신제품(디자이어 HD)을 출시한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2008년 ‘터치듀얼’을 시작으로 ‘터치 다이아몬드’, ‘디자이어’, ‘HD2’ 등 주력 제품을 줄곧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한 터라 새로운 파트너십에 시선이 집중됐다. 일각에선 기존 파트너인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 판매에 주력하며 HTC 디자이어의 판매량이 4개월 간 약 3만대에 그친 게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피터 쵸우 대표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SK텔레콤과의 관계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며 KT와의 미래를 강조했다.
HTC 디자이어 HD
광저우 아시안 게임 당시 대만에서의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HTC의 한국 시장 마케팅에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야기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별다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HTC는 최고의 혁신과 사용자 경험을 서비스 할 수 있는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전진할 뿐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어떤 제품인가.
디자이어 HD를 쓰고 있다. 1년에 반은 세계 여러 곳으로 출장을 다니는 데 4~5년 전부터 노트북 대신 휴대폰에 의지하고 있다. e메일, 모바일,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등 뭐하나 부족한 게 없다.
1997년 회사를 설립했는데 당시 휴대폰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때는 많은 회사가 PC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는데, 가까운 미래에는 무선 인터넷, IT 등이 결합된 작은 디바이스가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언제 어디서건 손끝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가 지금의 HTC를 일궜다.
SKT 대신 KT와 손잡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 그런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KT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이 더 성공적으로 발전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대만에서 삼성의 갤러시S가 디자인 면에서 떨어진다고 얘기했다. 자사 제품이 우월하다고 했는데 삼성 스마트폰을 평가한다면.
아까도 말했듯이 우린 우리 제품에 초점을 맞출 뿐 타사 제품과의 비교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시장은 굉장히 크다. 그래서 직접 밀치며 경쟁할 필요가 없다. 이 시장의 전쟁은 평화롭게 진행할 수 있다. 삼성은 좋은 회사고 존경하고 있다. 하지만 HTC도 굉장히 좋은 회사다(웃음).
글로벌 시장에서는 확고한 위치를 다졌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국 시장의 차이점이라면.
한국은 다른 곳보다 앞서가는 시장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소비자들은 능력이 뛰어난 유저다. 우리에겐 더없이 완벽한 시장이다. 그런 이유로 계속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경험, 디자인, 파트너십 등을 통해서 혁신적인 구상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2015년까지 전 세계 휴대폰 가입자는 65억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20억명 이상이 4G 가입자가 될 것이다. 그 성장의 견인은 스마트폰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Peter Chou HTC 대표이사 1997년 설립 당시부터 HTC와 함께 한 경영자다. 대만국립해양대학(National Taiwan Ocean University)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국립정치대학(National Chengchi University)의 Executive MBA 프로그램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최고 경영자(Advanced Management) 프로그램 과정을 수료했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