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 서울’과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9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나란히 개막했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키아프 서울(4~8일)에는 국내 갤러리 132곳을 비롯해 총 22국 206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전체 참가 갤러리 중 3분의 1 이상이 해외 갤러리다. 메인 섹션인 ‘갤러리 섹션’에는 165개 갤러리가 부스를 차렸다.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는 2022년 아시아 처음으로 서울에 진출하면서 한국 미술 시장이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올해 3회째인 프리즈 서울(4~7일)에는 지난해 120여 곳보다 소폭 감소한 국내외 110여 화랑이 참여한다.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머핀, 타데우스 로팍 등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총출동한다. 국내 갤러리로는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등이 부스를 냈다. 지난해 키아프 서울엔 8만명이, 프리즈 서울에는 7만명이 찾아 미술 시장을 뜨겁게 달군바 있다.
한국 미술시장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을 만났다.
황달성 회장은 1세대 화랑인으로 통한다. 1992년부터 금산갤러리를 운영해오고 있다. 고려대 지질학과 졸업 후 교사로 일하다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 한국화랑협회 국제이사 및 홍보이사로 활동했고,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는 한국화랑협회장을 맡아 국내 미술계 발전에 힘쓰고 있다.
Q. 먼저 23회째를 맞은 ‘키아프 서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키아프는 2002년 한국 최초의 국제아트페어로 시작했어요. 당시 일본의 아트페어에 참석해보니, 지진대비 장치나 공간 문제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을 발견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공항과 컨벤션 센터가 좋아서, 충분히 국제 아트페어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계에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국 화랑협회 주도로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베이징이나 상하이, 홍콩, 타이페이 등 아트페어가 성장하면서 우리 행사가 밀리고 있더라고요. 답보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프리즈와의 동시 행사를 결정했고, 전 세계의 주목도가 커졌습니다. 자연 마켓도 성장했지요. 감개가 무량합니다.
올해 키아프는 전시 공간이 넓어졌다. 기존 1층 A·B홀과 그랜드볼룸에 더해 2층 더플라츠까지 사용한다. 젊은 건축가 장유진과 협업해 동선과 부스 배치를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식음료(F&B) 라운지와 휴식 공간을 넓혔다. 또 특별전 ‘키아프 온사이트(onSITE)’를 통해 대형 설치미술과 퍼포먼스,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을 총망라한다. 또 ‘키아프 VIP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해 디지털 접근성을 높였다.
총 165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갤러리 섹션에서는 김환기, 박서보, 전광영, 김창열 등 한국 미술 거장들의 작품과 권오상, 우국원, 도윤희 등 최근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견 작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해외 갤러리 가운데서는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미국 뉴욕의 순다람 타고르 갤러리는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의 케니 뉴옌의 섬유 작품 ‘Eruption Series No.9’(2024) 등과 물이 튀기는 순간의 역동성을 표현한 정루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일본 갤러리 스탠딩 파인 역시 ‘Composion en rouge touareg serie n.3’(2019) 등 아프리카 전통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압둘라예 코나테의 역동적인 섬유 작품을 출품한다. 또 스페인 알바란 부르다 갤러리는 덴마크 아티스트 그룹 슈퍼플렉스의 설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운다. 일본 스노 컨템퍼러리는 디지털 아티스트 데이비드 스텐벡의 시네마 4D 소프트웨어로 초현실적인 사진 작품을 내놓는다. 솔로 섹션에서는 14개 갤러리가 참여해 한 명의 작가에게 집중한 부스를 꾸린다. 레겐스부르크의 갤러리 이사벨 레스마이스터는 페인트와 아크릴을 결합해 현실과 어린 시절의 기억 사이를 오가는 니코 사와츠키의 작업을 조명한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대규모 클래식 콘서트 ‘키아프 프리미어 콘서트’를 기획, 음악 분야로까지 예술의 영역을 확장한다.
Q. 키아프가 아시아의 프리미어 아트 플랫폼으로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예술과 사회를 의미 있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트페어 시장을 둘러싸고 도시 간 경쟁도 치열합니다.
A.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미술시장 역시 어렵습니다. 다른 아시아 아트페어(싱가폴 ART SG, 타이페이 당다이, 일본 도쿄 겐다이 등)를 살펴볼 때, 올해 규모를 확장한 아트페어는 키아프가 유일할 겁니다. 국내 갤러리들의 빠른 적응력, 넓은 문화 향유 계층, 국가의 정책적 지원 등이 지금 한국의 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는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한국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키아프 성장세에 매년 7월에 열리던 일본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가 내년엔 9월에 개최한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키아프도 해외로 진출, 내년에 시카고 엑스포와 함께 아트페어를 펼칠 예정입니다.
프리즈 서울의 확장세에 대해 황 회장은 “키아프는 프리즈와 선의의 경쟁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한 지붕 두 가족의 키아프와 프리즈의 물밑 경쟁은 치열하다. 황 회장은 “현재로선 계획된 5년 내에 결벌은 없다”면서 “다만 독자적으로도 자신 있다. 키아프가 열리는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매력적이고 참여 갤러리와 컬렉터들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고 자신했다.
Q.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을 좋다고 판단하시는 지요.
A. 먼저 다수의 전문가들이 좋다고 판단을 내려야겠죠. 평론가들이 처음 판정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들이 작가론이나 학문적인 평가를 내려야하죠. 여기에 미술 컬렉터들이 작품을 보고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미술 작품은 내가 좋아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투자가치가 있다고 해서, 필요에 의해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위험할 수도 있죠. 미술을 지나치게 투자 가치와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전문가들이 권하는 작품 중에서 내 마음이 움직이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