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드라마 `마녀식당`서 호연 송지효 “‘츤데레’ 마녀는 신선한 도전… 소처럼 일할래요”
박세연 기자
입력 : 2021.09.07 13:48:11
수정 : 2021.09.07 13:48:35
“‘츤데레’ 마녀, 어떻게 보셨어요?”
티빙 오리지널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를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송지효(40)가 활짝 웃었다.
송지효는 최근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마녀식당으로 오세요>(극본 이영숙, 연출 소재현·이수현, 이하 <마녀식당>)에서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음식을 파는 마녀식당의 사장, 조희라 역을 맡아 시청자를 만났다.
이른바 ‘소울 충전’ 잔혹 판타지 드라마의 중심축이던 송지효는 기존의 냉철한 이미지에 ‘츤데레’ 매력을 더해 그만의 마녀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했다. 화려한 외모에 시크한 분위기를 폴폴 풍기지만 마녀에게도 숨어 있던 사연에 시청자는 극 중 희라의 매력에 퐁당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해보지 않았던 장르에 대한 갈망이 있어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대본을 봤는데 판타지라는 게 너무 좋았고, 제가 그동안 안 해본 새로운 캐릭터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죠.”
<마녀식당>은 장르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 송지효에게도 도전이었다. 특히 소설 원작 속 인물을 TV 화면에서 펄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글로 보는 것과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많이 다르거든요. 그 차이에서 오는 고민이 많아요. 제가 생각한 것과 실제 보이는 것의 온도 차가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아요.”
송지효는 “너무 캐릭터적이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게 어려웠다. 초반에 고민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소설 속 마녀 이미지를 TV 화면에
숨 쉬게 만드는 것 쉽지 않아”
예능으로 보여준 친근한 이미지가 강한 탓에 자칫 극 중 인물과 괴리가 들 수도 있으리란 우려도 없지 않았을 터. 하지만 정작 송지효는 “저에겐 그리 낯설진 않은 모습이었다”며 싱긋 웃었다.
“제가 <런닝맨>을 오래하긴 했지만, 희라가 가지고 있는 차가운 부분이 제게 없는 것은 아니에요. 저도 인간이다보니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싸가지가 없을 때도 있죠. 그런 부분을 부각해서 희라를 연기했어요. 오히려 예능에서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렸죠. 아무래도 시청자들께선 낯설기도 하시겠지만, 실제 저에게도 그런 성격이 없는 건 아니라 저는 그리 낯설진 않았어요.”
그런 송지효가 특히 주목해서 잘 살리고자 했던 부분은 캐릭터를 마녀와 인간의 중간 지점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점. 스스로 “헤매고 있을 때” 감독님의 조언은 큰 힘이 됐다고. “희라는 마녀지만 사람들 사이에 살아온 캐릭터니까 ‘너무 마녀스럽지도, 너무 인간스럽지도 않은 그 어느 중간에 있는 듯 그려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차가워 보이는 가운데서도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작품에 임했어요.”
어쩌면 더 어려웠을(?) 주문이었음에도 송지효는 감독의 조언을 찰떡 같이 이해하고 이를 고스란히 표현해내며 오히려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희라는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 같지만, 공감하지 않은 것 같은? 그런 중간 지점을 표현하고 싶었죠. 가령 어떤 사람의 사연을 듣고, 뭔가 공감을 해서 소울푸드를 만들어야 했는데, 너무 친절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싸가지 없어도 안 되는 거죠. 너무 친절하지 않게 하되, 과하진 않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캐릭터가 놓인 중간지점의 역설을 스스로 발견해낸 뒤, 송지효는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돼 희라의 매력을 더 극대화할 수 있었다. 사실 송지효의 마녀 캐릭터는, 비주얼적으로도 맞춤이었다. 무표정과 러블리를 넘나드는 평소 그의 외적 매력에, 렌즈 착용을 통해 오묘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살렸다. 극 중 소화한 의상도 기존 작품에서 흔히 입어볼 수 없는 화려한 스타일이라 스스로에게도 흥미 요소가 되기도 했다고.
“색감으로 강렬하고 세 보이는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외적인 부분은 스태프들에게 맡기고, 저는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신경 썼죠.”
식당 주인장으로서 소울푸드를 만드는 요리사 역할이라는 점도 송지효로서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었다. 평소 요리 ‘똥손’이라 더 그랬다. “희라는 요리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인물이라 능수능란하게 잘 해야 하는데, 솔직히 제가 진짜 요리를 못해요. 요리보다 청소가 더 좋을 정도인데(웃음). 칼질이나 요리도구 쓰는 것도 서툴러서 요리하는 장면이 어색해보이지 않으려고 신경 많이 썼어요 하하.”
하지만 연출의 힘(?)으로 그럴싸한 장면이 수없이 탄생했다. 이에 대해 송지효는 “프로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잘 인도해줘서 보는 순간순간 제가 한 건지, 대역이 한 건지 헷갈릴 정도로 잘 나온 것 같다”고 너스레 떨었다.
▶예능 이미지 넘어서 ‘배우’로서의 모습 보여준 게 수확
<마녀식당>을 통해 여러 도전 미션을 성공적으로 해낸 송지효. 무엇보다 송지효로서는 10년 넘게 고정 출연 중인 예능 SBS <런닝맨>으로 굳어진 예능 이미지를 초월한,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수확이다.
이미지 변신 평가에 대해선 “체감으로는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면서도 “또 하나를 경험했구나 하는 생각이 크다”는 송지효는 “시청자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돌렸다.
드라마가 전하고자 했던 따뜻한 기운은 송지효에게도 작은 위로가 됐다고. 그는 “<마녀식당>은 사람의 감정과 삶을 다룬, 따뜻한 작품”이라며 “작품을 보면서 나 역시 내 이야기보다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으로 비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8부작으로 끝나 아쉬운 마음은 크다”면서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1년째 <런닝맨>과 달리고 있는 소회도 전했다. 그는 “작품 활동과 예능 병행이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며 “<런닝맨>은 이제 내 삶의 일부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고 말했다. 오랜 예능 출연이 준 득과 실이 있을 법한데, 송지효는 “예능으로 잃은 건 전혀 없고 얻은 게 훨씬 많다”며 반색했다.
“예능을 하기 전엔 주로 어두운 장르들을 해서 그런지 다크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예능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드리는 걸 단축시킨 것 같아요. 덕분에 제가 다른 장르나 다른 캐릭터들을 더 빨리 보여드릴 수 있었죠. 얻은 게 훨씬 많은 것 같아요.”
2001년 모델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20년째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송지효. 영화, 드라마, 예능을 가리지 않고 소처럼 일하는 그녀에게 팬들은 ‘소지효’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40대가 돼 돌아본 자신의 모습에 대해 “열심히 살려 노력했다”는 그는 “더 잘 되고,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좋겠지만 저는 지금도 좋다”며 빙긋 웃었다. 꾸준한 활동 비결은 무엇일까.
“저는 장르를 구분 짓지 않아요. 다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죠.” 스스로 워커홀릭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저는 워커홀릭인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익숙해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그걸 더 즐기고 싶어서 소처럼 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또 그는 “여러 작품에 참여하다 보니 전작에서 보여준 모습과 비슷할 때도 분명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즐겁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즐긴다”며 “앞으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본인 스스로 늘 새로우니, 보는 이들 역시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엔터네이너’ 송지효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도전’을 꼽았다.
“저는, 도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고, 어떤 모습을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음 작품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이야기는 ‘사랑’이라고. “남녀 간의 사랑도 있지만 동물과 가족, 엄마와 딸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려보고 싶어요. (만약 남녀 간의 사랑을 한다면?) 진한 사랑이요 하하. 그리고 꾸미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리얼리즘이 짙은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