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백신 보급의 가속화와 함께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며 정상화에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지난 2분기부터 진행된 경제 정상화 국면으로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상향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 기저효과로 인한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와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인 주가 지수는 수차례 최고점을 경신한 바 있다. 하반기 역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6월 셋째 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는 당초 예상보다 매파(긴축)적이었던 FOMC 결과에도 소폭 조정에 그친 데다, 7월부터 진행되는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앞두고 리오프닝 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15~16일(현지시간) 개최된 FOMC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가 기존보다 앞당겨진 점도표(Dot Plot)가 나오고,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조치까지 이뤄졌다. 현행 0~0.25%인 정책금리와 매월 1200달러의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했으나 향후 정책금리 변화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예상을 나타내는 점도표는 당초 2023년까지 정책금리 인상이 없다는 데에서 2023년까지 두 차례 인상한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또 시중은행들이 의무적 지급준비금(지준)을 초과해 중앙은행에 적립하는 초과지준에 대한 금리(IOER)와 금융기업들이 연준이 보유한 국채를 담보로 돈을 맡길 때 주는 역레포 금리를 각각 5bp 인상하는 등 긴축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코스피 지수는 지난 6월 18일 개인의 매수세를 바탕으로 강보합을 기록했다.
▶수출 둔화 예상 업종별 기상도 달라
한국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수출은 하반기에 크게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시장조사 전문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2021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 하반기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3%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 상반기 1월부터 5월 20일까지 수출이 22.5% 증가한 것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또한 응답 기업의 과반인 55.2%가 올해 하반기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 이동통신기기를 합한 전기전자 업종과 자동차·자동차 부품, 바이오헬스, 석유화학·석유제품 등은 수출 감소를 전망한 기업이 증가를 전망한 기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철강, 일반기계·선박 업종은 수출 증가를 전망한 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주요 이유로는 ▲코로나19 지속으로 인한 세계 교역 위축(44.4%) ▲수출 대상국의 경제 상황 악화(16.2%) ▲원화 강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악화(7.4%) 등을 꼽았다.
반면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완화 및 세계 경제 반등에 따른 교역 활성화(51.3%) ▲수출 대상국의 경제 상황 개선(19.8%) ▲원화 약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강화(9.6%) 등을 원인으로 지목해 기업 간 코로나19에 대한 상황 인식이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수출 환경의 위험 요인으로 코로나19 지속(42.9%), 원자재 가격 변동(23.3%),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10.3%), 한일관계와 미중 무역분쟁 등 외교 현안(8.9%), 보호무역주의 확대(7.5%) 등을 지목했다.
▶리오프닝 ‘여행주’ ‘경기민감주’ 기대감
친환경·인프라 분야 강세도 지속될 것
전문가들은 하반기 증시에서는 항공·서비스 등 ‘리오픈(Re-Open)’ 관련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는 ‘항공업’이 거론된다. 지난 5월 미국 공항을 이용한 여행객 수는 일평균 154만 명을 돌파하며 2019년 대비 64% 수준까지 회복한 상황이다. 이번 여름휴가 시즌에는 백신을 맞은 이후 여름휴가를 떠나려는 수요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방역당국은 61개국에 대한 여행 권고안을 완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도 가장 낮은 수준인 1단계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정부의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본격 추진 발표도 여행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하반기 실적 개선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래블 버블이란 코로나19 방역 안전국가들끼리 하늘길을 열어 14일간의 자가 격리 없이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말한다. 비눗방울(Bubble) 안에 들어앉은 것처럼 외부 위험요소는 차단한 채 안전 권역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해 붙여진 표현이다.
지난 6월 9일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단체여행에 한해 방역 우수 국가에 대한 격리 없는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 후보 국가는 태국(푸껫), 몰디브, 두바이 등 아시아 일부 지역과 하와이, 멕시코(칸쿤), 괌, 사이판, 터키, 프랑스, 스위스 등 미주·유럽 일부 지역이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역대급 회복기를 맞는 여행업계에서 자금난과 불황을 견뎌낸 대형사 중 항공사로부터 원활히 공급을 받아올 수 있는 곳이 유리할 것”이라며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의 해외여행객 급감을 경험했던 대형사들은 위기 발생 시 민첩한 대응이 가능한 안전한 회사로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지난 6월 14일 기준 23%다. 시장에선 7월 말 500만 명 이상의 여행 가능 인구를 확보하고 연말까지 최소 3000만 명이 접종 완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출국자 수는 300만~400만 명, 내년은 1200만~1400만 명으로 점진적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돼 올 하반기부터 여행 업종의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투자업계는 예상했다. 여행업과 함께 호텔신라, 호텔롯데, 신세계 등 면세점업의 수혜도 예상된다. 이연소비와 보복소비가 더해지면 출국자 수 증가로 공항 면세점 및 인터넷 면세점 이용자 또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쯤부터 출국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후 입국자도 늘어날 수 있어 면세 매출 성장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여기에 면세점 큰손인 중국 보따리상과 일반 관광객까지 더해지면 장기적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외에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카지노 역시 중국과의 트래블 버블로 국내를 찾는 여행객의 수를 회복한다면 직접적이고 폭발력 있는 수혜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와 파라다이스, GKL(그랜드코리아레저) 등 국내 외국인 카지노 산업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항공주는 국내 개별 호재도 있지만 미국에서도 항공주 강세가 이어져 미국 증시와 연동됐다고 볼 수 있다”며 “국제선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항공뿐만 아니라 레저, 여행, 음료 등 그동안 수요가 억눌렸던 경기민감 업종에 대한 수혜도 예상된다. 리오프닝에 따라 레스토랑과 영화관 등의 이용객 수가 늘어나면 음료 소비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이와 관련 하반기 유망 ETF로 ▲친환경 관련 탄소배출권과 구리 ▲인프라 관련 장비·운송, 원자력, 순환경제 분야와 함께 ▲경제 정상화 관련 여행, 레저·엔터, 소매 업종 관련을 추천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친환경 투자는 올 들어 더욱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파리기후협약이 발효되면서 주요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6월 말 EU집행위원회의 배출 규제 관련 법률 개정 발표가 예정돼 있기도 하다.
정부가 ‘트래블 버블을 추진한다고 계획을 밝힌 지난 6월 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의 아메리칸에어라인 카운터에서 개별 여행객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업 생산활동 증가 속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로는 전력 생산량이 부족해 화석연료를 소비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연초 이후 50% 이상 상승했다”며 “탄소배출권 선물은 관련 수혜 종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 들어가는 원자재인 구리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원자재 가격 급등은 경기 순환적 요인이 크지만 구리는 설비 확대와 맞물려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원자력을 청정에너지 전력원으로 포함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원자력 원자재인 우라늄 ETF 역시 주목받고 있다. 도로, 철도 등 운송 부분의 인프라에 가장 많은 지출이 이뤄지고 폐기물 관리 등 친환경 지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해외여행, 오락, 숙소, 카지노 등 코로나19 이전 대비 소비가 급감한 소비재 업종의 업황 회복도 전망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 순차적 집단면역 이후 이연 수요, 추세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은 신산업 수혜를 받는 구리 등 일부 산업재에서만 차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업종 내에서도 펀더멘털, 밸류에이션 등 요인에 기반한 종목을 선별하는 ETF도 투자 대안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테이퍼링 국면에는 고배당주가 효자
2016년부터 부진을 거듭했던 주식 시장의 배당주가 올해는 양호한 성과를 기록 중인 가운데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 연구원은 “배당주는 안정적 이익을 바탕으로 배당이 보장된다면 일반 기업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할 수 있지만 배당성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에선 배당주 주가도 함께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선진국 고배당 지수의 상대강도가 2009년부터 우하향한 이유는 배당수익률 감소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한국 배당주도 유사하게 코스피 고배당 지수는 2016년부터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지만 2013~2015년에는 코스피200 대비 10%p 이상의 초과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면서 “당시 고배당주의 DPS 증가율은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는데, 배당성장뿐만 아니라 주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미 코스피 고배당주로 구성된 코스피 고배당50지수는 연초 대비 28.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코스피(13.8% YTD, 총수익률)를 큰 폭으로 앞섰음에도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유명 섹터로는 배당수익률 개선 폭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 철강, 에너지, 증권, 화학 섹터를 꼽았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까지 배당 컨센서스 상향 조정이 지속되면서 배당주 성과를 양호한 모습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예상되는 만큼 배당주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는 연초 대비 30% 상향 조정됐지만 DPS는 10% 상향에 불과해 현재 상장 기업의 배당수익률은 0.7%p 상향 조정될 여력이 남아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익 개선이 확실시되는 업종 중 예상 배당성향이 과거 평균 배당성향을 하회하는 업종은 향후 배당 정책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2021년 순이익 컨센서스와 과거 5년 평균 배당성향을 이용해 예상 배당수익률을 계산하고 현재 배당수익률 컨센서스와의 차이로 배당수익률 개선 여력이 높은 업종, 특히 배당수익률 개선 여력이 1% 이상인 업종은 자동차, 철강, 에너지, 증권, 화학 업종을 꼽았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고배당주의 섹터 구성과 주요 구성 종목들을 보면 팬데믹 이후 정상화 흐름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리오프닝 및 소비 관련주가 많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이달 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과 다음 달 초 고용지표 발표를 전후해 다시 물가상승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단기적 관점에서 시장 상황을 감안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FOMC 결과 시장금리 하향 안정세는 최근 기업이익 개선 전망과 함께 고배당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고배당주 특성상 시장 대비 가격 메리트가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