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다시 역대 최저인 1.25%로 내려앉았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월 16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1.25%로 조정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7월 0.25%포인트 인하(1.75→1.50%)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인하다.
1.25%는 역대 최저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과거 한은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1.25%로 내린 뒤 유지하다가 2017년 11월 1.50%로 올린 적이 있다. 이번엔 1년 11개월 만에 다시 최저 기준금리로 돌아갔다. 이제 몇 년간 한국도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구감소와 역성장, 디플레 등이 머지않아 닥칠 미래기 때문이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국채 10년 금리가 0%대에 진입한 국가들의 고령화율과 한국의 인구추계를 이용해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도 향후 4년 내 국채 10년금리가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는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과 같은 궤적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2%대 후반에서 2020년대에는 2%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뉴 노멀이 됐다.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가 16조8384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 세계 투자등급 국채 중 약 34%, 전 세계 채권 총액을 기준으로 18%에 달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 무수익 자산인 예금 매력 뚝
경제 성장이 멈춘 제로금리 시대에는 자산 성장도 멈춘다. 예금은 무수익 자산이 된다. 이미 예금 금리는 1%대로 떨어졌다. 근로소득 외에 ‘재테크’를 통해서 돈을 불리기는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제로금리 시대에도 불어나는 자산은 있다. 우리보다 23년 먼저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해 아직도 제로금리에 있는 일본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 재테크를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제로금리 시대의 잘못된 자산배분은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일본이 반면교사가 된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성장하는 자산과 기업들을 찾는 해외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 외환전략의 중요성이 점차 더 강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해외투자를 통해 대외순자산 규모를 선제적으로 늘려둬야 한다. 고령화에 따른 저축총량 감소로 2030년부터는 우리나라도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신 연구원은 “선진국들은 배당, 이자 등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상품수지 적자를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버블 시대에 사뒀던 해외 부동산과 해외 금융자산에서 나온 배당소득이 상품수지 적자를 보충하는 일본이 대표적인 예외다. 그러나 일본의 버블 시대 해외투자는 지금도 그 결실을 얻고 있을지는 몰라도 버블 붕괴 후 일본 가계의 대응은 타이밍을 놓쳤다.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버블을 키우고 버블 붕괴 후엔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쳐 장기 침체를 가져온 것과 같은 실패를 일본 가계도 겪었다. 제로금리에 진입한 시기에도 일본 가계는 예금에만 올인하다 결국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 일본예금 금리가 0.5% 이하로 떨어진 1996년 이후 예금은 22년 모아봤자 20%인 세금을 떼고 나면 원금의 3.9%만 늘어났다. 일본은행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따르면 버블 붕괴 이후 금리가 1% 이하로 떨어진 1996년부터 23년 동안 일본 예금금리는 평균 0.2%였다.
▶주식, 리츠 무시하고 예금에 올인한
일본가계의 잃어버린 20년
그러나 배당수익률이나 리츠 수익률은 이와 달랐다. 자산가격 변화 없이 주식배당과 리츠배당을 그대로 복리재투자했다고 단순 계산해보면 주식배당은 29%, 일본리츠는 107% 늘어난다. 주식배당률이 1996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적으로 연간 1.4%, 제이리츠 배당률은 4.9%였기 때문이다. 제이리츠는 2001년부터 도입됐는데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로 가격이 떨어진 상태여서 높은 배당수익률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베노믹스 후 부동산 가격이 회복된 이후로도 탄탄한 임대수요를 바탕으로 배당률은 그대로 이어갔다.
주식을 보면 1995년 이후 일본에서는 배당수익률이 예금금리를 추월하는 골든크로스 현상이 나타났지만, 일본의 가계자산구성은 오히려 예금 중심으로 돌아가 가계 수익을 올릴 기회를 놓쳤다.
정기예금잔액이 1992년부터 1997년까지 2.7%에서 0.2%로 하락할 동안 오히려 정기예금 규모는 1.5배 증가했다. 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화폐의 구매력은 올라갔고 주식 변동성은 커져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돈이 예금에 잠긴 것이다.
투자자산 운용 시도는 버블 붕괴 후 낙관론이 부상하던 2005년에 이르러서야 주식형 펀드 등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때 월지급식, 리츠 등으로 금융투자를 확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자산 내에서 주식 및 해외자산 비중은 15%를 넘지 못했다. 해외투자 역시 와타나베 부인이 화제가 된 것과 달리 해외자산 직접투자는 가계 전체 금융자산에서 1% 미만이었다는 점에서 일본의 자산운용은 극히 보수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해외자산이 ‘엔케리 트레이드’를 노리고 이자율이 높은 신흥국 채권에 한정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도 안전자산 선호로 예금만 쌓여
최근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은행예금금리(만기 1년)가 2.14%에서 1.61%로 떨어질 때 저축성 예금(말기잔액)은 1189조원에서 1243조원으로 오히려 4.5% 늘어난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간 돈을 지키는 예금 위주의 재테크는 장기적으론 수익을 잃을 수 있다. 고배당주, 리츠, 해외 자산 등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변화시켜야 하는 이유다.
박영호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센터장은 “일본처럼 뚜렷한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가계 자산 구성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인컴형 자산이 안정적으로 중수익을 얻는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인컴형 자산은 고령화로 인해 은퇴 후 노후자금이 필요한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자산소득에 비해 급여소득의 현재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은퇴한 고령자로부터 소득이 있는 청장년 계층으로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는 효과가 있다. 이때 은퇴 생활자들이 은퇴 전과 비슷한 생활수준을 누리기 위해선 자산소득에서 창출되는 인컴을 크게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증시가 이미 떨어진 시기에 배당주 매입은 배당수익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저성장 시대엔 기업들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낮아 고배당 종목은 상대적으로 ROE를 방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예상 배당수익률은 2.5%로 국고채 3년 금리에 비해 두 배가량이 된다. 특히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나 주주친화 정책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효성, 오렌지라이프, 휴켐스, 롯데하이마트, 현대중공업지주, 한국토지신탁, 세아베스틸, 한전KPS, 기업은행 등은 2018년 기준 배당수익률이 5%를 넘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하고있다.
▶배당투자 매력적이나 업종도 살펴야
문제는 단순히 배당만 보고 주식을 매입한다면 주가 하락 때문에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보면 금융이 30%, 자동차가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은행은 저금리 상황에서 예대마진 축소로 업황 부진을 피할 수 없는 업종 중 하나다. 부채부담 확대로 종신 및 연금보험의 시장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여 보험사 역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당주를 고를 때도 저금리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업황을 골라야 한다. 특히 개별 기업 리스크도 파악해야 한다. 오렌지라이프 같은 경우엔 배당수익률이 주가 하락에 따라 6%를 넘어가지만 합병에 따른 신한금융지주 주식과의 교환비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있는 편이다. 또한 기업의 영업 이익이 줄면 배당이 늘기 힘들다. 지난해 S-oil의 배당쇼크가 이를 방증한다. 차입금 부담과 유가급락으로 순이익 규모가 크게 줄은 데다 배당성향마저 55%에서 34%로 하락하면서 배당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다만 업황이 잠시 부진하지만 경기순환에 영향을 받아 다시 주가가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 배당주에는 주가와 배당을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다. 이상민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반도체의 업황이 개선된다면 주가 상승을 노려볼 수도 있고, 이익이 여기서 더 감익만 되지 않더라도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가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7년 동안 배당이 꺾인 적이 없던 포스코 역시 마찬가지다. 배당이 실적의 함수인 점을 감안하면 2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는 실적개선주 중에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찾아도 된다. 현대차, 기아차, KT&G, 웅진코웨이, 현대글로비스, 한국금융지주, 메리츠종금 증권 등이 그 종목들이다.
절세를 위해서라면 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수 있다. ARIRANG고배당이나 KOSEF고배당주와 같은 경우는 지수 편입 기업들에서 배당금이 나오면 4월 말까지 순자산가치(NAV)에 이를 점진적으로 주가에 반영하다가 5월 초 분배금으로 지급한다. 분배금으로 받을 경우에는 배당소득세 15.4%(지방소득세 포함)를 내야하며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으면 누진세율이 적용돼 최고 46.2%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만약 분배금 지급 직전인 4월 말에 ETF를 매도하게 되면 분배금이 포함된 높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다. ETF 가격 변화분에 대해선 세금을 안 내도 되기 때문에 세금 없이 분배금만큼의 가격상승분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공모리츠 및 부동산펀드는
세제 혜택 기대할 수 있어
리츠는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각광받는 자산으로 꼽힌다. 저조한 예금수익률에 비해서 배당 매력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며 리츠 회사는 레버리지를 쓰는 데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익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배당금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케이탑리츠를 비롯해 올해 상장 리츠 대부분이 금리 하락에 따라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리츠는 절세 혜택까지 주어질 것으로 예상돼 더욱 투자 매력이 커졌다. 정부가 지난달 11일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활성화 방안’을 통해 공모 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을 예고했는데, 분리과세를 통해서 수익률이 많게는 2%포인트 이상 올라가는 효과가 있어 배당에 대한 세후 수익률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공모리츠 및 부동산펀드에 대해 5000만원 한도로 일정 기간(약 3년)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 분리과세(세율 9%) 혜택이 주어진다. 지금은 리츠에서 받는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14%의 이자 및 배당소득세가 부과되고 2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선 최고세율 42%의 누진과세가 부과되는데 세부담이 크게 경감된 것이다. 케이탑리츠,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 등의 상장리츠와 맵스리얼티 등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리츠나 부동산펀드는 올 초부터 자금 쏠림으로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르거나 초우량 물건이 소진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신한알파리츠는 가격 상승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연 3%대로 떨어졌다. 부동산펀드 역시 이미 쓸 만한 물건들은 다 딜이 이뤄진 상황이라 신규로 나오는 상품들은 과거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자산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품들도 있다.
강남지역 한 PB는 “리츠와 부동산펀드들처럼 저금리 시대의 끝물로 나오는 상품들은 이미 가격이 오른 상태라 리스크가 있는 투자라고 봐야 한다”며 “인컴만 생각하면 괜찮아 보이지만 나중에 자산 회수나 엑시트할 때가 오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로 금리 시대에는 장기투자가 더욱 중요해진다. 잦은 거래나 펀드 교체는 수수료를 발생시켜 수익률을 더욱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여전히 주식 거래세는 0.25%이며 펀드들의 선취 수수료는 1%다. 이미 제로금리로 금융자산의 수익이 낮아진 상황에서 수수료가 그나마 있는 수익률마저도 까먹을 수 있어서다. 일본의 사와카미 펀드는 2003년부터 2013년간 81% 누적수익률을 거뒀는데 같은 기간 토픽스지수 상승률 46%보다 크게 높은 성과다. 농부가 씨를 뿌리고 추수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으로 장기간의 가치투자가 빛을 발했기 때문에 이와 같이 시장을 크게 이기는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다. 향후 인터넷은행,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산배분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도 수수료 절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