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끄는 보험사 헬스케어 앱… 기술 결합한 ‘인슈테크’ 붐 타고 너도나도 출시, 기본적인 건강체크는 물론 포인트·할인혜택
이승훈 기자
입력 : 2019.10.30 14:27:54
수정 : 2019.11.03 08:15:51
# 직장인 최 모 씨(39)는 요즘 걷기를 통해 포인트 모으는 재미에 쏙 빠져있다. 삼성화재 건강보험에 가입했는데 하루 동안 걷는 걸음 수에 따라 보험료도 할인받고 포인트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걸음 목표를 달성해 받는 포인트로는 삼성화재 포인트몰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 또 매월 정해진 걸음 수를 넘으면 최대 15%의 보험료 할인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 씨는 과거에는 차를 타고 다녔던 곳도 일부러 걸어 다니며 생활 속 운동을 실천 중이다.
보험과 기술이 결합한 ‘인슈테크(Insu-Tech)’ 붐을 타고 보험사들이 앞다투어 다양한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고 있다. 보험 계약자가 앱을 통해 기본적인 건강을 체크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포인트와 할인혜택 등을 통해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자가 건강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니 좋고, 소비자들은 내 몸의 건강을 챙기면서 다른 혜택도 받을 수 있으니 상부상조인 셈이다. 자사 보험 계약자가 아니여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도 있다. 대부분의 앱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은 앱을 통해 걸음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보험사가 걸음 수를 비롯한 활동량을 측정해 적절한 보상과 보험료 할인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동기부여를 위해서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끼리 경쟁을 시키기도 한다. 일정 걸음 수를 넘어선 사람끼리 추첨을 통해 색다른 경품을 주는 곳도 있다.
지난 5월부터 보험사들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건강측정 기기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예를 들어 치아보험을 판매할 때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있는 전동칫솔을 주거나, 건강보험 가입 시 걸음 수와 혈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주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 이러한 것들이 불가능했는데, 금융감독당국이 이 같은 보험사 서비스를 ‘금융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지정하고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AIA 바이탈리티 가입자 1년 새 걸어서 지구~달 사이 500번 왕복
▶걸어서 지구 1만 바퀴 ‘AIA 바이탈리티’
헬스케어 앱 중에서는 SK텔레콤과의 협업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AIA생명의 ‘AIA 바이탈리티(Vitality)’가 있다.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이 서비스는 행동경제학 원리를 이용해 회원의 건강한 행동 변화에 보상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건강한 습관을 형성시켜주는 모티베이션 프로그램이다. 바이탈리티 앱을 통해 고객 스스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 포인트를 받게 된다. 축적된 포인트로는 보험금 할인이나 음료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AIA 바이탈리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험사 디스커버리가 1997년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8개국에 진출해 있다. 700만 명이 사용하고 매월 20만 명이 신규로 서비스에 가입한다. 중국·일본을 제외한 한국 포함 아시아 시장에서는 AIA그룹이 독점권을 갖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워드 혜택은 주간 미션을 달성하면 매주 원하는 혜택을 골라 받을 수 있다. 통신비 할인이나 커피 무료 쿠폰, 음원 듣기 서비스 등이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되는 주간 미션은 하루 걷는 걸음과 심박수에 따라 일정한 포인트를 준다. 하루 7500걸음 이상을 걸을 경우 50포인트, 1만2500걸음 이상의 경우 10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또 최대 심박수의 60%를 30분간 유지할 경우 50포인트, 최대 심박수의 70%를 30분간 유지할 경우는 100포인트, 최대 심박수의 60%를 60분간 유지할 경우에도 10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심박수 포인트는 웨어러블 기기나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야 획득할 수 있다.
최초 목표 포인트는 250포인트로 설정된다. 하루 7500걸음 이상을 5일만 걸으면 받을 수 있다. 목표 포인트는 매주 월요일 자정을 기점으로 조금씩 올라간다. 미션을 계속 성공하면 더 높은 목표를, 미션을 계속 실패하면 조금 낮은 목표를 주는 방식이다.
한화생명 ‘헬로(HELLO)’
▶걸음수 달성하면 보험료 10% 할인
AIA생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AIA 바이탈리티를 적용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파일럿 형태로 나온 것이 지난해 4월 선보인 ‘바이탈리티 걸작 암보험’이다. 이는 업계 최초 건강증진형 상품이다. 바이탈리티 앱을 통해 걸음 수를 측정, 계약일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1만 바이탈리티 포인트를 달성한 경우 14회차 이후 납입 보험료부터 월보험료의 10%를 할인해주는 형태다.
지난해 9월 출시된 ‘100세시대 걸작건강보험’에도 바이탈리티가 적용됐다. 이 상품은 바이탈리티 등급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되는 건강보험이다. 제2 보험연도 이후부터 직전 보험연도에 적용된 보험료 할인율에 당해 보험연도의 보험료 할인 등급에 따른 가감할인율을 반영해 산출한 할인율을 적용한다.
지난해 11월에 선보인 ‘스마트 세이브 걸작 종신보험’은 고객들의 건강증진 활동에 따른 보험료 할인 혜택과 장기유지계약 할인, 저해지환급형 선택 등 3가지 옵션을 통해 납입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보장 혜택은 강화한 신개념 종신보험 상품이다.
AIA 바이탈리티는 지난 9월 출시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앱 전체 가입자의 누적 걸음 수를 모두 합하면 지구 둘레(약 4만㎞)를 1만 바퀴, 지구와 달 사이(약 38만3000㎞)를 500회 이상 왕복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AIA바이탈리티 가입자 수는 지난 8월 말 기준 133만 명에 달한다. 가입자 연령대는 30대가 29%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7%로 그 다음을 기록했다. 20대와 50대 60대 이상이 각각 22%, 15%, 7%로 그 뒤를 이었다. AIA생명 바이탈리티 관계자는 “30대와 40대가 앱 사용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건강관리와 생활비용 절감이라는 부분에 가장 민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헬스스위치’
▶건강 데이터 기반 콘텐츠 제공 ‘헬로’
한화생명이 지난 9월 출시한 건강관리 서비스 앱인 ‘헬로(HELLO)’는 ‘개인건강정보(Personal Health Record)’를 기반으로 한다. ‘헬로(HELLO)’는 건강을 뜻하는 영어단어 ‘헬스(Health)’와 기록을 의미하는 ‘로그(Log)’를 합친 표현이다. 고객이 자신의 건강정보를 쉽게 관리하고 이해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헬로’는 사용자의 건강검진정보와 일상생활에서의 건강정보(활동량·영양·수면 등)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건강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을 하면 과거 10년치 건강검진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동시에 건강 수준을 나이로 환산한 ‘생체나이’를 분석해 제공한다. 눈길을 끄는 기능은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고객을 위한 인공지능(AI) 카메라를 활용한 식단·영양 분석이다. 사용자가 본인이 먹는 음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이것이 어떤 음식인지, 영양소와 칼로리는 어떤지 자동으로 AI가 분석해 알려준다.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있다면 너무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에 있는 다른 건강관리 앱과의 연동을 통해 활동량과 수면 등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저장, 분석하여 차트로 한 눈에 확인할 수도 있다. 수분섭취와 혈당, 체중 등의 건강정보를 입력하면 자신의 건강 히스토리 관리도 가능하다. 여기에 건강항목별로 나의 목표를 설정하면 기간별 평균, 목표달성률, 다른 사용자 그룹과의 비교 데이터 등의 리포트를 주간·월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헬로’는 단순히 데이터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동기 부여 서비스도 마련했다. 목표 달성을 응원하는 자동 메시지 송출은 물론, 건강 미션을 달성하면 모바일 쿠폰 등 다양한 리워드도 제공한다. 고객의 관심사에 맞춘 유용한 의학·건강 정보도 볼 수 있다.
인터넷 전용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도 고객의 걸음 수에 따라 ‘씨드포인트’를 제공하는 건강 리워드 프로그램인 ‘헬스스위치’를 지난 3월 시작했다. ‘헬스스위치’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고객 참여형 플랫폼인 ‘360°플래닛’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다. ‘360°플래닛’은 교보라이프플래닛 상품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헬스스위치’는 기존에 고객이 사용하고 있는 걸음걸이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걸음 수를 체크한다. 일정 걸음 수를 채우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씨드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헬스스위치’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도 유지하고, 적립한 씨드포인트로 보험료 결제 등에 다양하게 사용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5만 보(35㎞)를 걸으면 1000포인트 지급, 하루 최대 1만 보, 월 최대 20만 보(140㎞) 까지 인정해준다. 누적 20만 보(140㎞)이상일 경우에는 4000포인트와 함께 랜덤박스가 제공된다. 랜덤박스를 통해서는 스타벅스 쿠폰이나 파리바게뜨 상품권 등 다양한 경품을 받을 수 있다.
▶최대 15% 포인트 돌려주는
삼성화재 애니핏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다양한 형태의 헬스케어 서비스와 보험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 10월 출시한 질병·상해 보장 건강보험상품인 ‘마이헬스 파트너’는 자사 건강증진 서비스 ‘애니핏(Anyfit)’과 연계해 걸음목표 달성 시 보장보험료의 최대 15%를 삼성화재 애니포인트로 돌려준다. 만 15세부터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최대 100세까지 보장 받을 수 있다.
‘마이헬스 파트너’는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진단·수술·입원부터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배상책임까지 하나의 상품으로 보장하는 맞춤형 컨설팅 보험이다. 이 상품에는 질병후유장해와 질병입통원수술비 보장이 신설됐다. 질병후유장해 담보는 질병으로 3% 이상 장해 발생 시 신체부위별 장해지급률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 질병입통원수술비는 질병으로 인한 입원 또는 통원 수술을 보장하며, 특히 대장내시경 중 용종을 제거해도 수술비가 지급된다.
특이한 부분은 애니핏을 통해 매월 15일 이상 걸음걸이 1만 보 달성 시 다음 달 보장보험료의 15%를 애니포인트로 받을 수 있는 점이다. 8000보 달성할 경우 10%, 6000보만 달성해도 5%의 포인트를 받는다. 다만 해당 서비스는 계약 후 3년간 제공된다. 적립된 포인트는 삼성화재 애니포인트몰에서 각종 물품과 서비스 구입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개인용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과 장기보장성보험의 보험료 결제에도 사용할 수 있어 그만큼 보험료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삼성화재는 기존에 판매 중인 건강보험 ‘태평삼대 플러스’와 ‘천만안심’도 애니핏 걸음목표 달성 시 보장보험료의 일부를 애니포인트로 받을 수 있도록 개정했다.
현대해상도 ‘하이헬스챌린지’라는 이름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올해 초 선보였다. 월납 보험료 3만원 이상을 내는 건강보험 신규 계약자가 대상이다.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들은 글로벌 건강관리 전문기업 눔(Noom)의 건강 전문가 ‘하이헬스코치’가 1대 1로 배정되어 앱 상담창을 통해 건강 관련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등 건강관리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서비스 가입 후 건강관리를 위한 간단한 미션(걷기, 건강 활동 기록하기, 콘텐츠 읽기)을 달성할 경우 가입 후 1년 동안 매주 최대 1100리워드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 포인트는 앱 내 포인트몰에서 커피, 영화상품권 등의 모바일 쿠폰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현대해상은 최근에 앱 내에 ‘기부하기’ 기능도 신설했다.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과 건강한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개발된 서비스다. 하이헬스챌린지 사용자는 앱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의 사연을 살펴보고 기부처를 선택해 자신이 보유한 포인트로 기부할 수 있다.
▶해외도 활발한 헬스케어 서비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스카 헬스보험은 보험가입자를 대상으로 전자기기 개발업체인 미스핏(Misfit)과 제휴해서 만든 밴드, 브로치, 버클 형태의 웨어러블 운동기기를 제공한다. 매일 운동량 목표를 달성할 경우 하루 1달러의 보상을 제공한다. 연간 한도는 240달러다.
금전적 보상 외에 오스카 헬스보험은 원격 건강진단 서비스도 제공한다.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개인의 운동량을 바탕으로 건강 상태를 분석한 뒤 이 결과를 토대로 전화·화상을 통한 의사 상담 무료 건강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국의 핑안보험도 지난 2015년부터 굿닥터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개인별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건강 상담을 받고 병원 예약과 의약품 구입까지 가능하다. 또 전국 각지에 작은 부스 형태의 ‘1분 진료소’를 설치해 의료상담과 진료, 의약품 지급까지 부스 내에서 해결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