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vs 뱅샐 1등 금융 플랫폼 전쟁… 토스, 결제·송금 기반 서비스로 인터넷은행 도전 뱅크샐러드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소비자 눈길
김강래 기자
입력 : 2019.10.30 11:06:48
수정 : 2019.11.01 16:50:55
금융과 신기술을 결합한 ‘핀테크’는 어느덧 우리나라 국민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 덕분에 ‘금융판 카카오톡’인 수백만 명 이상의 소비자가 사용하는 ‘국민 금융 플랫폼’들이 빠르게 몸집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특히 뱅크샐러드와 토스의 도약이 독보적이다. 토스는 누적 가입자 1500만 명, 월간 활성 사용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뱅크샐러드도 누적 앱 다운로드 수 500만을 기록한 인기 플랫폼이다.
두 회사의 출발선은 달랐다. 뱅크샐러드는 개인의 금융 자산을 한눈에 조회하고 추천 기능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토스는 간편한 송금부터 금융 투자, 결제, 거래 기능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 왔다.
그러나 두 회사는 점차 새로운 기능들을 탑재해 외연을 확대하며 종합 금융 서비스 기업의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일 영역 내 치열한 상호 경쟁도 벌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등 금융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결국에는 카카오톡처럼 하나의 ‘메가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을 대표하는 두 회사 간 ‘총성 없는 플랫폼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결제·송금 기반 ‘토스’ vs 데이터 기반 ‘뱅크샐러드’
뱅크샐러드는 최근 개인 간 거래(P2P) 투자 기능을 신설했다. 조회·관리·추천 기능을 넘어선 금융 투자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는 최근 P2P금융사 어니스트펀드와 손을 잡고 P2P금융 투자 대중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어니스트펀드 P2P투자 상품을 뱅크샐러드 플랫폼을 활용해 판매한다. 뱅크샐러드는 이를 위해 기존 앱상 ‘재테크’ 메뉴 화면에 없었던 ‘투자’ 코너를 신설했다. 두 회사는 선정산채권(SCF), 아파트 담보, 건설자금 투자상품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뱅크샐러드가 P2P금융 투자 서비스를 탑재하자 “토스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토스가 이미 P2P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뱅크샐러드는 어니스트펀드와의 제휴를 계기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금융 상품 서비스를 제공해 금융 플랫폼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측은 “고객의 돈 관리 일환으로 투자 서비스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자산 관리를 단순 조회나 추천 기능을 넘어 투자로 재정의한 셈이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돈 관리’ 습관을 위해서는 자산 증액의 고민도 수반되기에 수익률은 우수하면서 손실과 연체는 낮은 상품 제공의 시스템 확보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예·적금, 펀드 등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군을 넓히며, 개인 맞춤의 상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뱅크샐러드의 무대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토스는 기존에 뱅크샐러드의 강점이었던 조회·관리·추천 기능 강화에 나섰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8월 ‘내게 맞는 대출 찾기’를 공식 출시했다.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상품 금리와 한도를 간편하게 조회·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토스의 내게 맞는 대출 찾기는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이기도 하다. 여러 금융 기관의 상품 금리와 한도를 비교하기 어려운 기존의 대출 영역을 혁신해 소비자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출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출시됐다.
토스는 현재 비교 가능 대상인 저축은행 4곳을 향후 순차적으로 1금융권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 맞춤형 ‘쉬운 보험’ 시장서 각축전
두 회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또 다른 주요 영역은 보험이다. ‘쉬운 보험’을 기치로 내걸며 20·30대를 겨냥한 맞춤형 판매 채널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토스는 최근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토스 플랫폼에 탑재했다. 가입된 보험사에 대한 청구 업무를 토스 앱을 통해 쉽고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복잡한 보험금 청구 과정으로 청구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은 어렵다’는 보편적 인식을 핀테크 서비스로 깨겠다는 것이다.
토스 보험금 간편 서비스를 이용하면 18개 보험사(10월 초 기준)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토스에 연동된 카드 혹은 계좌에서 병원이나 약국 결제 내역을 자동 조회하는 것이 특징이다.
토스 앱에서 보험사별로 정해진 청구서 양식에 맞춰 정보를 입력한 후, 진료비 영수증을 촬영해 첨부하면 접수는 끝난다. 30초 안에 보험금 청구를 마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토스는 올해 초 ‘미니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상 속 위험을 위주로 보장하는 실속형 미니보험 상품을 팔며 쉬운 보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중이다. 삼성화재, 한화생명을 비롯해 글로벌 손해보험기업인 처브그룹(Chubb)의 한국 지점 에이스손해보험, 교보생명이 설립한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4개사의 보험 상품을 토스 앱에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토스의 미니보험은 기존 보험 상품 대비 거품을 뺀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이 실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주요 위험을 위주로 보장한다. 누구나 부담 없이 모바일을 통해 자유롭게 탐색하고 쉽게 가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보험, 정기보험부터 1일 운전자보험, 보이스피싱보험, 반려견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찾아볼 수 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앞으로도 일상에 꼭 필요한 다양한 미니 보험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뱅크샐러드도 ‘스위치 보험’으로 보험시장에 발을 디딘 상태다. 금융위원회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출시했던 뱅크샐러드 스위치 보험 서비스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뱅크샐러드 스위치 보험은 앱 화면에서 터치 한 번으로 전원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이용자가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4월에 발표한 금융위원회의 혁신 금융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뱅크샐러드는 일상보험의 간편한 가입을 위해 해당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로 신청했고 가장 먼저 여행자 보험으로 첫선을 보였다.
특히 뱅크샐러드 스위치 보험은 첫 가입 이후 두 번째 이용부터 3초 만에 보험 가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일명 ‘3초 보험’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7~8월 해외여행 성수기 시즌을 맞아 2회 이상 가입자가 매주 평균 20~30% 증가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여행자 보험은 시작일 뿐이다. 뱅크샐러드 스위치 보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최수희 레이니스트 보험서비스 대표는 “단기 운전 보험, 레저 스포츠 보험, 가전제품 보험 등 평범한 일상에서 보호가 필요할 때 언제든 활용하도록 생활밀착형 보험 상품들을 연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토스카드’로 오프라인 시장 넘보는 토스
한편 토스는 ‘토스카드’를 시작으로 온라인 지배력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4월 출시된 토스카드 누적 발급자는 출시 3개월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결제액은 지난 7월 기준 3200억원을 넘어섰다. 토스카드는 은행 계좌가 연결된 토스머니에 연동해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실물 카드다. 전국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고, 건당 최대 결제 가능 금액은 200만원이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획기적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결제 시 1000원 미만 잔돈저축 기능이나 10% 캐시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편의점 결제에 대해서만 제공되던 10% 캐시백 혜택을 택시, 카페, 마트 등 가맹점으로 확대했다. 또 1회성 ‘100% 캐시백’ 이벤트도 선보였다. 공지 후 1시간 동안 패스트푸드 가맹점에서 결제를 하면 최대 5000원까지 100% 캐시백을 해주는 식이다.
▶‘미래형 고객 기반’이 최대 강점
무엇보다 두 회사의 최대 강점은 이용 고객이 ‘젊다’는 점이다.
뱅크샐러드는 25세부터 44세 사용자 비중이 73.2%에 달한다. 뱅크샐러드 스위치 보험의 경우에도 전체 가입자 중 2030세대가 75%를 차지한다. 토스도 전체 고객 중 30대 이하의 비중이 69.3%다. 40대 이하로 치면 86.9%다.
20대부터 40대 이용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형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성장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주요 고객층의 연령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기존 은행이나 보험사들과는 다른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