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골목길에 위치한 2층짜리 상가겸용주택을 20년째 보유중인 50대 A 씨는 처분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자녀들의 결혼과 자신의 은퇴시기에 맞춰 5년 후쯤 상가건물을 처분할 계획이었지만 세무사와 상담결과 최근 발표된 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양도소득세가 기존보다 3~4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2층에 거주하며 1층 상가의 임대수익을 얻어온 상가겸용주택을 처분하고 임대수익을 늘릴 수 있는 수도권 꼬마빌딩으로 갈아타려던 A 씨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으로 늘어날 세금부담 때문에 매도시기를 앞당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3층짜리 상가겸용주택을 보유중인 60대 B 씨는 2~3층을 주택으로, 1층을 상가로 이용하고 있다. 해당 상가겸용주택의 상가면적과 주택면적은 거의 1대1로 동일했다. 납세의무를 성실히 지켜오던 B 씨는 2년 전 세무사 상담을 통해 1~2층 사이 주택용 창고를 하나 설치해 상가면적보다 주택면적을 조금이라도 넓히면 전체를 주택으로 인정받아 절세할 수 있다는 팁을 받았다. 그렇게 2년 여간 세금을 아껴왔던 그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이러한 ‘규제 틈새’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2~3층짜리 상가겸용 주택이 상당수 몰려있는 서울 일대와 경기도 분당시 일대 건물주들의 세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전체 건물 연면적 중 주택 부분이 상가부분보다 조금이라도 넓으면 전체를 주택으로 간주해 제공됐던 1가구 1주택자 양도가액 비과세(최대 9억원) 혜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9억원 초과액에 대해 주어진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10년 보유 시 80%) 혜택 비율도 상가의 경우 30%로 줄어 세부담이 대폭 늘었다.
이러한 상가겸용주택은 대로변도로에서 조금만 골목길에 들어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형태다. 강남구 청담동, 논현동 등 강남권뿐만 아니라 신촌, 연남동 등 강북권 일대에도 상가겸용주택 밀집지가 상당수 존재한다. 또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경기도 고양시 일산 일대나 성남시 분당구 및 판교 일대에도 이런 상가겸용주택이 군락을 이룬 지역도 많다. 분당구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한 구획은 그 구획 내 전체 건물이 이러한 상가겸용주택으로 이뤄져있다”며 “경기도 택지개발을 통해 이러한 상가겸용주택으로만 조성된 곳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과 상가 계단으로 연결 과세 피했던 절세도 막아
이러한 건물은 대개 건물 1층을 커피숍이나 옷가게, 음식점으로 상가점포로 운용하고 2층이나 3층을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만들어 직접 살거나 세를 주는 식으로 많이 이용된다. 특히 현행법 규정상 건물 내 주택부분 연면적이 상가부분 연면적보다 크기만 하면 전부를 주택으로 간주해주기 때문에 이는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꼼수 절세규정’으로 활용돼 왔다. 예를 들어 상가부분과 주택부분이 거의 1대1의 비율로 설계된 상가겸용주택이라면 주택부분으로 분류될 수 있는 계단이나 옥탑을 만들어 건물 전체를 주택으로 간주 받으면서 비과세 혜택을 누리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이러한 절세 전략이 원천봉쇄되면서 세부담이 확 늘어나게 됐다.
실제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세무사)을 통해 양도소득세 변화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주택분(연면적 51%)과 상가분(연면적 49%)이 거의 유사한 상가겸용주택(취득액 5억원, 양도가액 20억원 가정)의 양도소득세는 기존 4658만원에서 개정 후 2억332만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 전 전체를 주택으로 간주해 매겨진 세금이 개정 이후 주택분과 상가분을 분리해 과세되면서 세부담이 급증했다. 개정 후 세금을 살펴보면 주택분 양도소득세는 87만원에 불과하지만 상가분 양도소득세가 2억245만원으로 늘면서 실질 수익률이 확연히 떨어졌다. 15억원의 양도차익이 생겼을 때 개정 전에는 5000만원도 안냈지만 이제는 수익의 13%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서울 강남에 상가주택을 보유한 한 집주인은 “오랫동안 내집처럼 살면서 월세수입으로 생활해온 입장에서 급격한 과세부담 증가는 생활 자체를 위협한다”며 “나이가 많아 이제 건물을 처분하고 아들집 근처로 이사가려 했으나 이번 세금 규정 개편으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보편적으로 가장 많은 형태인 3층짜리 상가겸용주택(1층 상가, 2~3층 주택) 역시 세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위와 동일하게 5억원에 취득해 20억원에 양도했다고 가정할 경우 개정 전 세금은 위와 동일하게 4658만원이지만 개정 후에는 1억2295만원으로 약 3배 늘어난다. 세부담이 큰 상가세금(1억956만원)은 기존보다 줄었지만 그만큼 주택분 세금(1339만원)이 증가했다.
이처럼 그동안 과세당국이 눈감아줬던 규제틈새가 이번 개정으로 인해 채워지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러한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상가겸용주택의 상당수가 과세 폭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강남구 청담동의 한 건물주는 “해당 부분은 과세당국이 사실상 용인해준 절세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까지 규제한다는 점은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한두 개가 아니고 수십 명이 피해를 입을 수 있을 텐데 형평성에 맞게 단계적 시행이나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과 상가를 구분해 주택 부분만 1가구 1주택 비과세와 8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는 만큼 굉장히 절세 혜택이 컸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역시 크게 세금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규제틈새였던 해당 과세 부분이 정리되면서 양도세 부담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소유자들이 이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규정인 만큼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소유 건물을 정리하든지 이를 감안해 건물을 운영하는 묘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 혼란이 클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 달리 2년간의 충분한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오진 않을 것이란 예상도 우세하다. 우 팀장은 “매년 세법개정을 통해 법의 미비점이 보완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부분”이라며 “그만큼 이러한 절세방안이 많이 쓰인다는 의미로 소유자는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세부담이 얼마나 커지는지 등을 미리 예측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가겸용주택에 대한 과세기준 변화가 가장 눈에 띄는 가운데 부동산과 관련된 세법 개정은 ▲1가구 1주택 수도권 도시지역 주택 비과세 토지면적 축소(5배→3배) ▲소형주택(85㎡, 6억원 이하) 임대사업자 세액감면율 축소 ▲연간 임대소득 600만원 이상 또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지분 30% 초과 보유 시 주택 수에 가산 ▲주택청약종합저축 및 공모리츠 현물출자 과세특례 적용기한 3년 연장 등으로 볼 수 있다.
▶강남·분당 등 2층 건물들
세부담 3~4배 급증해 ‘충격’
우선 현행법상 1주택에 딸린 주택정착면적의 5배(도시 밖 10배) 이내 부수토지에 대해서만 1가구 1주택 비과세 특례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여기에서 5배를 3배로 수정해 부수토지의 범위를 축소시켰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본격 시행 예정이다. 다만 수도권 도시지역으로 한정하고 수도권 밖의 지역은 현행 5배를 그대로 유지키로 해 수도권 규제 의지를 보여줬다.
정부는 85㎡ 이하 소형주택(6억원 이하)의 임대사업자 소득세와 법인세 세액감면 축소 일몰도 3년 연장했다. 이로 인해 소형주택을 4년·8년간 임대하면 소득세·법인세 세액감면율이 30%·75%에서 각각 20%·50%로 줄어든다.
만약 2주택 소유자가 이 중 한 개 주택에서 거주하며 나머지 한 개 주택을 보증금 1억원에 월 500만원을 받고 임대사업을 운영할 경우 세액은 4년 임대 시 20%, 8년 임대 시 100% 인상된다. 3주택자 역시 그 증액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다. 즉 주택임대소득에 과세할 때 2주택 이상 소유는 월세를 임대소득으로 과세하고 3주택 이상은 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도 임대소득으로 과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이 주택임대소득을 과세할 때 공유주택의 경우 최대지분자의 소유주택 수만 기산하던 것에서 소수지분자도 ▲해당 주택임대소득 연 600만원 이상 ▲기준시가 9억원 초과주택의 공유지분을 30% 초과하면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 동일주택을 부부가 소유한 경우 지분이 더 큰 사람의 소유주택으로 계산하고, 지분이 같다면 합의에 따라 결정한다. 보유주택 수는 월세·전세 과세 범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다주택자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3주택자가 월세 100만원을 받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기준시가 12억원에 10억원 전세를 낀 주택에 대해 소수 지분인 35%를 보유하고 있다면 종전까지는 2주택자로 보고 월세 소득만 과세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인해 주택 수 산정방식을 바꾸면 3주택자가 되고 월세액은 물론 10억원 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이와 아울러 부동산과 함께 양도하는 이축권(개발제한구역 내 주택이 공익사업 시행으로 철거되는 경우 허가를 받아 해체·이동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적용해 과세할 예정이다. 이축권과 관련해 그동안 기타소득으로 필요경비 60%를 공제받았으나 양도소득세와 합산하게 됨에 따라 이축권은 사실 적격 증빙 경비가 없는 만큼 세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외에도 비거주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및 특례 배제 항목에 조합원 입주권이 포함된다. 실거래가 9억원을 넘기는 고가 조합원입주권도 고가주택과 마찬가지로 양도소득금액 계산 시 1세대 1주택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우병탁 팀장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고가 상가주택 보유자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핀셋’ 과세 정책”이라며 “조합원 입주권을 비과세 배제 항목으로 명확히 한 것은 납세자가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을 정리해 주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대형 규제가 나오진 않았지만 특히 올해부터 전문가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순액법, 누적법 등 통계를 이용해 세부담을 포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예산은 기업의 지원보다는 일자리 안정 기금, 근로장려금 등 정부 지원을 이용한 경제 활력 제고로 가다보니 걷잡을 수 없이 슈퍼예산이 되고 있다”며 “그동안 경기가 하향했어도 대기업·고소득층 위주로 세율 인상과 비과세·감면 축소 등으로 늘려온 세금을 이제는 국민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논현동 상가주택
▶유예기간 2년 동안 준비해야
재외국민이나 외국인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내년부터 재외국민이나 외국인(시민권자)이 한국에서 부동산을 처분한 후 소득이 발생했음에도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해외로 출국하는 경우 소유권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재외국민 및 외국인이 토지나 건물 등을 양도하는 경우 소유권 이전 등기 시 ‘부동산양도신고확인서’를 등기관서장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양도세 신고를 했다는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소유권 이전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행법은 부동산을 처분하면 양도소득에 대한 양도세를 양도일 2개월 이내에 신고 및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재외국민 및 외국인의 경우 부동산을 처분한 후, 양도세를 신고하지 않고 한국에서 출국해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그동안 논란이 있었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은 보완책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규정은 내년 7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세금이 전반적으로 타이트해진 경향이 있지만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이 보완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요소도 있다”며 “수요자들은 이번에 변화되는 규정을 잘 살펴보고 그에 따른 대책을 면밀히 준비해야 과세 폭탄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