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 건물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두가 부동산으로 ‘따박따박’ 안정적인 월세를 얻는 것을 꿈꾼다. 건물주는 못되더라도 작은 상가 한 칸이라도 분양 받아서 한 달에 몇십만원이라도 벌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금리가 갈수록 낮아지는 시대 상가투자의 안정적인 수입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은 세전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이 확연하게 차이나는 상품 중 하나다. 상가나 오피스텔 투자에는 일단 취득세와 재산세가 붙는다. 본인이 실제 거주하는 주택이야 집을 살 때 취득세 1.1~3.5%에 일 년에 두 번 재산세 내는 걸로 끝나지만 상가투자는 다르다. 먼저 취득세는 4.6%로 주거용과 비교하면 최대 4배다. 오피스텔 역시 취득세는 주거용 아파트보다 세율이 높다. 여기에 임대소득은 종합소득세에 포함된다.
별다른 연금소득이 없는 은퇴생활자라면 상관이 없지만, 근로소득이 4600만원만 넘어도 추가적인 임대소득에 대해 24%의 세율이 적용된다. 만약 8800만원이 넘으면 35%다.
세금과는 별도로 매수시에 중개수수료율도 주거용보다 2배가량 높다. 여기에 또다시 주거용보다 더 높을 수 있는 재산세는 별도다. 시가표준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70%)을 적용한 금액에 0.25%가 건물분에 붙는 재산세고 토지에 대한 재산세는 별도로 붙는다. 그렇기 때문에 연 수익률 5%가 나오는 상가라고 하더라도 세금과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체감하는 수익률은 절반가량 줄어들 수도 있다.
여기에다 공실 문제는 더욱 머리 아픈 문제다. 주택이라면 가격을 낮추어 세입자를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겠지만 상가를 분양받거나 샀는데도 임차인을 바로 못 구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멀쩡하게 월세를 잘 놓던 상가에서도 임차인이 폐업을 한 다음 후속 임차인을 못 구해서 애를 먹는 일이 발생한다.
특히 최근처럼 안정적인 임차인이라고 생각했던 은행 등이 점포를 줄이는 추세며 다른 리테일 상점 역시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임대료를 낮춰도 오랫동안 비어있는 상가를 수시로 볼 수 있다. 임대소득이 아예 안 들어오는 와중에서도 관리비는 꼬박꼬박 나가고 대출이자는 내야한다. 자영업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온라인유통이 대세가 되면서 상가 투자의 공실은 핵심 상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상권 분석을 철저히 하고 쉬지 않고 발품을 팔아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문제가 공실이다.
▶공실, 재산세 걱정 없는 리츠 투자
이점에서 ‘리츠’라는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리츠’는 부동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를 말하며 일반 부동산펀드와의 차이는 상장이 되어 있어 언제든 쉽게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리츠에 투자하면 상업용이나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료 수익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구조다. 법인세 면제에서 대부분의 리츠는 순이익의 90%를 배당하고 있다.
리츠의 장점은 상가 투자의 단점들을 보완해준다는 것이다. 리츠는 세전 수익률이 세후 수익률과 그리 차이나지 않는다. 리츠에는 취등록세나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없다. 배당에 대해 이자및배당소득세가 발생하기는 하는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면 과세율은 15.4%다.
공실 면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리츠는 이미 임대인이 들어와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상가, 오피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물론 업황 변화가 클 때는 임대수익률이 출렁거릴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리츠가 단일 오피스가 아닌 여러 개의 오피스나 상가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 분산 투자와 다변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개인들이 대출로 레버리지까지 끌어들여 상가 하나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리츠는 1만원짜리 한 주만 사면 대형마트 여러 개에 같이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저금리에서 정기적인 인컴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안정성이 리츠의 매력이다.
가격 상승 역시 리츠 투자의 이점 중 하나다. 최근 임대수익률이 2~3%로 낮아진 강남 오피스를 제외하고는 상가의 가격이 높아지는 경우는 크게 찾기 힘들다. 실물경제 악화로 공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츠는 다르다. 반드시 건물가치나 인프라의 가치가 상승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얻으려는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 덕분에 리츠 수요는 많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 종목들은 대부분 20~30% 상승했다. 물론 리츠 회사의 운용 능력에 따라서 부동산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매입 또는 매각을 통해 추가적인 리츠 주가 상승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리츠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거래가 쉽다는 것이다. 중개소에 내놓고 몇 달씩 기다려야 매수자가 나오는 상가나 오피스텔과 달리 리츠는 언제든 주식시장에서 매수, 매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거래에 따른 비용도 거래세 0.25%를 제외하면 크게 들지 않는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공모 상장리츠 활성화’ 방안과 함께 공모·상장리츠에 대한 지속적인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리츠 투자를 어떻게 하면 될까. 일단 글로벌 리츠는 다양성이 장점이다. 미국 시장만 해도 수백 개의 리츠가 상장되어 있으며 데이터센터, 쇼핑몰, 오피스, 병원, 주거용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대상이 있다.
TIGER미국MSCI리츠라고, 미국 부동산투신탁의 대표적인 벤치마크 지수 ‘MSCI US 리츠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도 있다. 그러나 미국 리츠의 가장 큰 단점은 낮은 배당률이다.
물론 담는 자산에 따라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리츠도 있기는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만한 리츠는 최근 주가 상승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다. 미국 리츠 ETF 중 가장 시총이 크다고 알려진 뱅가드의 리츠 ETF인 ‘Vanguard Real Estate Index Fund ETF Shares (VNQ)’는 최근 들어 배당수익률이 3.5%로 낮아졌다. 올 초 주당 72달러인 주가가 미국증시 상승에 힘입어 90달러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배당을 포기한다면 국내 리츠가 오히려 배당수익률면에서는 낫다. 국내 리츠는 대부분 연배당이나 반기 배당을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시장의 부진으로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5%를 넘고 있다. 매매 역시 간편하다.
추가 자산 편입에 따른 확장성도 커지고 있어 밸류에이션 매력도 크다. 국내 상장된 리츠 중에선 2011~2016년 상장된 에이리츠나 케이탑리츠, 모두투어리츠는 다소 주가가 들쭉날쭉하지만 2018년 상장된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는 시가 총액도 300억원을 넘어 섰고 연초부터 계속 주가가 우상향하고 있다.
리츠의 범위로 보기는 애매하지만 국내에서 대표적인 부동산 배당형 상품인 맥쿼리인프라는 시가총액이 4조3000억원 수준이다.
▶정책 지원 효과로 리츠 시장 전망 밝아
주요 리츠들을 결합한 ETF도 상장돼 있다. 지난 7월 상장된 ‘TIGER부동산인프라고배당 ETF’는 인프라, 리츠, 고배당주를 담은 ETF다. 맥쿼리인프라 16·맵스리얼티 16·이리츠코크렙 15%, 신한알파리츠 13.3% 등이 대표적인 구성종목이다. 고배당주인 웅진코웨이, 효성, 휴켐스, SK이노베이션 등도 총 40% 편입되어 있다. 그러나 올해 안에 NH리츠, 롯데리츠 등이 상장되면 고배당주의 편입비율은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TIGER부동산인프라 ETF는 개인투자자들이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 계좌에 편입할 수 있어 퇴직연금으로도 리츠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IRP에 담긴 금융 상품들은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매년 이자·배당소득세를 면제받는 대신 장래 연금으로 수령할 때에 저율(3.3~ 5.5%)의 연금소득세를 받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최근 리츠 활성화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정부를 볼 때 국내 리츠에 대한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 리츠 배당에 대한 분리과세나 차등세율 적용, 상장리츠의 사모펀드 투자 등이 리츠 활성화에 필요한 규제 완화책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리츠 도입은 늦었지만 시장 유동성을 간접투자상품으로 분산하려는 정부 의자와 기업들의 자산 유동화 의지가 맞물려 다수의 공모 리츠 상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정부가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에 대해선 재산세 분리과세를 유지하고 사모 상품에 대해선 혜택을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총 68조원에 이르는 국내 사모리츠의 공모 전환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해 수요예측 부진으로 홈플러스의 리츠 상장은 좌절됐지만 하반기에는 롯데쇼핑이 리츠 상장을 계획하고 있고 신세계 역시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어 리츠 투자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리츠의 총 자산은 1조6000억원으로 추산돼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상장 리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15조원 규모였던 리츠시장은 현재 44조원 규모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서울 일대 전경
▶운용보수 인하 효과로
맥쿼리인프라 주가 순항 중
맥쿼리인프라는 연초 대비 30% 오른 주가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자산성과로 분배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운용보수를 기존의 125bp에서 85bp로 인하한 효과가 올해 4월 1일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2분기 운용수수료는 전년대비 10억원이 감소하고 하반기에도 2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4분기에는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과의 분쟁으로 관련 비용이 늘었는데 이 요소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11개 도로자산의 평균 통행수입은 5.8% 늘어났고 광주 제2순환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도 통행수입이 전년대비 7~9% 증가했다”며 “도로자산 운용 호조는 2020년 1분기 배당수익의 증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며 최근 5개 자산의 세무소송 승소로 운용자산의 안정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주가로 보면 올해 배당수익률은 6%라 은행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투자매력이 충분한 셈이다.
다만 펀드 청산시기에 대한 유의는 필요하다. 맥쿼리인프라는 현재 주가는 1만1150원선이지만 추가 자산을 매입하지 않고 2042년 펀드 만기가 오면 주당 3000원만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맥쿼리인프라는 기초자산에서 받는 배당금과 이자 및 원금까지 연 2회 잘라서 주는 구조기 때문에 2042년 펀드 만기가 오고 신규 투자를 못하면 주가가 이론적으로는 3000원에 수렴하게 된다”며 “지금은 배당 기대로 주가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상관없는데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사람이라면 펀드청산시 주가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대해 맥쿼리인프라 관계자는 “기존 자산들의 계약이 연장 가능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때문에 2042년에 완전히 사업이 청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배당금 상승으로 주목받는 이리츠코크렙
이리츠코크렙은 뉴코아 야탑점과 2001아울렛 분당점 등을 활용한 상장 리츠다. 작년 하반기 주당 배당금을 원래 계획인 173원보다 높은 175원을 지급한 데 이어 이번에도 기존 계획인 169원보다 높은 175원을 지급하며 액면가 기준 배당수익률 7%를 만족시켰다.
판교 크래프톤 타워와 용산 더 프라임 빌딩 리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한알파리츠도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알파리츠의 올해 영업수익을 457억원, 배당가능한 수익을 측정하는 척도인 운영자금을 131억원으로 전망했다. 배세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판교와 용산은 각각 임대율 99%, 9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라며 “임차인과 평균 2.5~3% 연 임대료 상승계약을 체결해 향후 3년간 운영자금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기(2019년 4월~2019년 9월)의 주당 배당금은 138원(FFO대비 배당성향 101.5%)으로 추정된다. 리츠는 상장 초기 배당 가능한 수익을 소폭 초과해서 배당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배당금은 앞으로 3년간 연간 5.6%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 임대차 계약으로 영업수익이 2.6% 증가하는 데 반해 비용 증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프라·리츠 종목은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는 시기에도 배당 매력으로 주가를 지지하는 힘이 강하다. 이리츠코크렙의 경우 6월에 6300원의 고점을 찍은 후 코스피가 2000선이 무너지는 시기에도 주가는 여전히 8월 중순 6100원선을 지키고 있다. 맥쿼리인프라 역시 5월 말 1만2000원을 찍은 후 단기 급등에 따른 후유증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최근 다시 1만1600원선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