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 추세에 맞춰 치매·간병보험 상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치매보험은 출시 초기에는 경증치매 진단 시에도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증치매 진단 시 간병비를 지급한다는 점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를 노린 보험 계약자들이 최근 급증하면서 일부 보험사는 상품 개정을 통해 보장 수위를 낮췄다. 치매보험 시장의 경쟁 과열로 지난 3월에는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에 ‘치매보험 상품 운영 시 유의사항 안내’ 공문을 보내 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의 치매보험 가입 꿀팁 4가지
일반인들이 최근 치매보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급격한 치매인구의 증가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2016년 전국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약 74만9000명에 달한다.
65세 이상 인구에서는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로 분류된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2030년에는 치매환자가 136만 명, 2050년에는 30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보험사뿐 아니라 중소형 보험사까지 앞다투어 치매·간병보험을 출시한 것은 이런 이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졌지만 실제 가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치매 정도에 따라 보장 범위가 다르고 보험료도 웬만한 상품의 경우 월 8만~9만원으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입연령과 보장연령 제한이 까다롭기 때문에 가입 시에 신중해야 한다.
치매는 증상 정도에 따라 ‘중증 치매’와 ‘경증 치매’로 나뉜다. 치매 관련 전문의가 실시하는 CDR(Clinical Dementia Rating)척도에 따라 치매를 측정한다. CDR척도는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사회기능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다.
점수구성은 0, 0.5, 1, 2, 3, 4, 5로 되어 있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정도가 심하다. 중증치매는 CDR척도 3~5점, 경증치매는 1~2점에 해당된다. 중증치매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생활이 어렵고 하루 종일 누워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기억이 상실된 상태로 매우 중한 치매상태에 해당된다. 반면 경증치매는 일상적인 생활이 어느 정도는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장기요양등급에 따라서 치매를 판정하기도 한다. 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심신의 기능상태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정도’를 측정한다. 정도에 따라 1~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으로 구분되는데 1등급이 가장 정도가 심하다. 중증치매는 장기요양등급 1~2등급, 경증치매는 3~4등급이 해당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CDR척도가 3~5점인 중증치매환자는 전체의 2.1%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낮다. 즉 중증치매만 보장하는 상품에 가입한 경우에는 실제로 치매가 발생하더라도 보장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상품 내용을 꼼꼼히 살펴서 경층치매도 폭넓게 보장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보장 범위뿐 아니라 치매 진단확정 시 진단비 등 보장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 최근 진단보험금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일반적으로 경증치매 진단보험금은 중증치매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종합하면 첫번째 꿀팁은 경증치매도 보장해주고 높은 진단보험금을 주는 상품을 고르라는 얘기다.
▶최소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 선택
두 번째 꿀팁은 보장연령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치매는 젊었을 때보다는 65세 이상 노년기에 주로 발생한다. 나이가 들수록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질병이고, 특히 80세 이후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중앙치매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환자 가운데 80세 이상이 절반을 넘는 60%를 차지한다.
따라서 치매를 보장받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면 80세 이후도 보장하는 상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장기간이 80세 이하인 경우 정작 80세가 넘어서 치매에 걸리면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되는 상품의 경우 100세를 넘어 110세까지 보장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세 번째 꿀팁은 보험금 대리청구인을 지정하라는 것이다. 치매·간병보험 가입 시에는 ‘지정대리청구인제도’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치매상품은 치매로 진단받은 본인이 스스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험을 가입하고도 보험금 신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마련한 것이 지정대리청구인이다. 이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사, 보험수익자가 모두 동일한 경우에 치매 등으로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없는 사정에 대비해 가족 등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미리 대리청구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리청구인 범위는 보험수익자의 배우자와 3촌 이내의 친족이다. 치매 등으로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지정된 대리청구인이 보험회사가 정하는 방법에 따라 청구서와 사고증명서 등을 제출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마지막 꿀팁은 치매보험은 목돈마련을 위한 보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치매보험은 노년기의 치매 보장을 위한 보장성보험이다. 만약 가입 목적이 목돈 마련 또는 노후 연금 대비라면 적합하지 않다.
간혹 간병보험 등 치매를 보장하는 보험을 목돈마련 또는 은퇴 후 연금목적으로 권유하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을 강조해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므로 가입할 때 유의해야 한다.
특히 보장성보험인 치매보험을 중도 해약할 경우 환급받는 금액이 납입한 보험료보다 매우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중도 해약에는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
▶보험업계 주요 치매보험 상품
치매보험 상품은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생보업계는 치매 걸린 뒤에 생활자금을 지급하는 것에 무게를 둔 반면, 손보업계는 치매 진단 시 거액의 보험금을 주는 것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보 빅 3 가운데에서는 교보생명이 가장 늦은 지난 3월 상품을 출시했다. 치매 진단비와 생활자금까지 지급하는 ‘(무)교보가족든든치매보험’ 상품이다.
교보생명의 치매보험 또한 중증치매 진단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진단보험금뿐 아니라 매월 생활자금을 평생 준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가입금액 1000만원의 1구좌에 가입할 경우 경도치매가 발생하면 300만원, 중등도 치매는 1000만원의 진단보험금을 받는다. 여기에 중증치매는 진단보험금으로 2000만원과 함께 매월 100만원의 생활자금도 평생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특약을 통해 장기간 간병이 필요한 일상생활장해는 물론 루게릭병·파킨슨병·류마티스관절염 등 노인성질환 등에 대한 보장도 추가했다.
보험료는 40세 남성이 90세 만기 기준으로 기본형 상품 1구좌에 가입, 20년간 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무해지환급형은 월 4만3800원, 일반형은 월 5만5500원이다.
중증치매 시 간병비를 지급하는 상품은 지난 1월 한화생명이 처음 선보였다. 한화생명의 ‘간병비 걱정없는 치매보험’은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으로 최대 95세까지 보장한다. 경도치매 진단 시 400만원, 중등도 치매 진단 시 600만원을 보장한다. 특히 중증치매의 경우 진단자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고 매월 간병자금으로 100만원씩 종신토록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화생명이 간병비 종신보장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으면서 이 상품은 출시 두 달 만에 가입건수가 10만 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보장 내용이 너무 과도하다는 감독당국의 지적에 따라 지난 4월 22일 상품을 개정해 출시했다. 새롭게 바뀐 상품은 기존에 비해 진단자금이 소폭 늘어난 반면 중증 간병자금 지급기간이 줄어든 것이 차이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도치매 진단 시 진단자금이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100만원 늘었고, 중등도치매 진단자금은 6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400만원 증가했다. 중증치매의 경우 과거와 동일한 2000만원이다.
또 과거 상품에서는 월 100만원씩 종신토록 지급하던 중증치매 간병자금을 최장 15년간 연차별로 차등 지급한다. 1~2차년에 월 100만원으로 시작해 11~15차년에는 월 150만원으로 증가하는 형태다.
빅 3 생보사 가운데 삼성생명만 유일하게 장기요양상태와 치매를 동시에 보장하는 종합간병보험 형태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치매뿐 아니라 뇌졸중이나 관절염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장기요양상태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보장 폭을 넓힌 것이다.
특히 중증치매 또는 장기요양상태 1~2등급 진단을 받게 되면 보험금을 일시금과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 월지급 보험금은 매월 발생하는 요양비에 사용하고, 연지급 연금은 비싼 간병장비 구입·교체 등에 활용하는 형태다. 간병자금은 10년 한도로 연 200만원, 월 100만원이 지급된다.
50세 남성이 95세 만기를 기준으로 20년 납입할 경우 주보험 가입금액 1000만원 기준으로 월 보험료는 9만400원이다. 30세부터 최대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장기요양상태는 90일 이후, 치매는 1년 이후부터 보장받을 수 있다.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간병비보다는 초기 발병 시 진단금을 넉넉하게 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메리츠화재는 상품 출시 초기에는 경증이상 치매간병비로 최대 3000만원까지 지급했지만 지금은 2000만원으로 낮춘 상황이다. 메리츠의 경우 유병자 고지 의무를 2개의 질문으로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화재의 치매보험인 무해지환급형 건강보험 유병장수 100세 플러스는 30세부터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보험기간은 90세, 95세, 100세 중 선택 가능하다. 일정 기간마다 보험료가 오르는 갱신형 담보 없이 비갱신형 담보로만 이루어져 있어 최대 100세 만기까지 보험료 변동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 상품은 고령층 및 유병자가 가입하는 1종 유병자형과 일반적으로 가입하는 2종 일반심사형으로 구분된다. 1종 유병자형의 경우 간편심사를 통해 ‘3·2·5’ 질문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3·2·5’ 질문사항이란 ▲3개월 내 입원·수술·재검사 의사소견 여부 ▲2년 내 입원·수술 또는 치매 진단·치료·투약 여부 ▲5년 내 암, 협심증, 심근경색, 간경화, 뇌졸중, 투석중인 만성신장질환 진단·입원·수술 여부 등이다.
‘유병장수 100세 플러스’는 삼성화재 최초의 무해지환급형 상품이다. 무해지환급형이란 보험료 납입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해지환급금이 지급되지 않는 대신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때문에 해지환급금이 있는 상품보다 평균 20% 가량 보험료가 저렴하다.
이 상품은 남다른 치매 보장이 강점이다.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치매진단비’ 담보를 통해 경증·중등도·중증 등 단계에 따른 진단금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치매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치매간병 생활자금’ 보장을 통해 대비할 수 있다. 해당 담보 가입 시 보장개시일 이후 치매로 진단이 확정되면 경증은 10년, 중등도는 5년, 중증은 3년간 매년 가입금액을 지급한다. 단 이런 치매 보장은 최대 67세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DB손해보험도 가입 시 고지항목을 치매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 대상 여부, 암 등으로 최소화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유병자와 고령자도 가입할 수 있는 간편고지 간병보험인 ‘착하고간편한간병치매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에 가입 후 상해·질병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1~4등급 수급대상자가 된 경우 등급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 치매도 증상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구분해 정도가 심할수록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치매의 보장 범위도 전체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및 파킨슨병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신한생명의 ‘신한간병비받는건강보험’은 단계별 치매보장과 대상포진, 통풍 등 통증질환까지 한번에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주계약 1000만원 기준으로 치매보장개시일 이후 경도치매 진단시 200만원, 중등도는 500만원을 보장한다. 중증치매로 진단 확정시에는 2000만원을 보장하고 매월 30만원씩 5년간 간병비를 확정 지급한다. 또 대상포진과 통풍에 대한 진단금을 주계약에서 보장하고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한 진단금도 보장한다.
KB손해보험의 ‘The간편한치매간병보험’은 가입 연령이 25세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보험기간은 90세, 95세, 100세 만기 중에서 원하는 기간을 선택할 수 있고 표준형 외에 납입기간 중 해지환급금이 지급되지 않는 대신 보험료가 20~30% 저렴한 무해지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