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지난 2017년 4월 3일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K뱅크)가 공식 출범했다. 3개월 뒤 제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한국카카오은행)가 개점했다.
‘내 손 안의 24시간 은행’을 표방하며 편리함을 바탕으로 젊은 층을 적극 유치한 덕에 양 은행의 총 고객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두 은행은 자체적인 외형성장 외에도 금융업 혁신을 위한 ‘메기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기존 고객이탈을 우려한 기존 은행들은 모바일 및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각 은행들은 모바일앱은 물론 디지털 서비스를 개편하며 대부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못지않은 편리성에 핀테크 기업들의 기술까지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이전까지 전통 은행들의 디지털 서비스는 허울뿐인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출현이 기존 은행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라고 말했다.
각 은행들의 디지털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다가오는 5월 제3인터넷전문은행이 가세할 예정이다. 적격성 평가에 따라 최대 2곳까지 인가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통해 또 한 번 금융업계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루 평균 이용금액 5조원! “모바일뱅킹 고객 잡아라”
지난해 모바일뱅킹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이 처음으로 5조원을 넘겼다. 2017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중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을 보면 모바일뱅킹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은 5조3435억원으로 전년(4조518억원)보다 31.9% 늘었다. 일평균 이용 건수도 7462만 건으로 1년 전(5866만 건)보다 27.2%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이용률이 대폭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단순송금이나 예·적금뿐만 아니라 은행의 캐시카우(Cash Cow) 중 하나인 인터넷뱅킹을 활용한 대출신청 금액도 크게 늘어났다. 일평균 14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030억원)보다 무려 41.8% 증가한 수치다. 일평균 대출신청 건수도 1만2400건으로 전년(1만200건)보다 21.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뱅킹의 성장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사용연령층은 2030의 젊은 고객층이다. 지난 3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사용자특성’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전체 인터넷전문은행 사용자 가운데 20~30대 비율은 63.4%를 기록했다.
이용자를 소득구간별로 살펴보면 50만원 미만부터 400만~500만원까지, 소득이 증가할수록 인터넷전문은행 사용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은행들 입장에서는 ‘젊은 우량고객’의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올 초 거의 모든 은행장들의 신년사에는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며 서비스 개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키움 ‘안정성’ vs 토스 ‘혁신성’
제3 인터넷은행 어느 쪽이 웃을까?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출사표를 낸 곳은 세 곳이다. 키움증권·하나은행·SK텔레콤이 연합한 ‘키움뱅크’,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토스뱅크’, 아직 주주구성을 협의 중인 ‘애니밴드 스마트은행’이다. 다만 애니밴드 스마트은행은 대부분의 신청서류가 미비해 사실상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양자구도로 굳어진 양상이다. 금융당국은 최대 2개까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계획하고 있지만 적격성 여부에 따라 두 컨소시엄 모두 예비인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두 컨소시엄이 혁신성과 안정성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비교 경쟁보다 각자의 적격성이 중점이 될 전망이다. 예비인가 심사 항목은 대주주적격성과 혁신성, 안정성 등이며 외부평가위원회 평가와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 의결된다. 특히 평가 배점이 큰 혁신성과 안정성 외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관건이다. 예비인가 주요 평가항목에서 혁신성은 전체 1000점 중 350점으로 배점이 가장 크고 안정성은 200점이다. 두 컨소시엄이 각 부문에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전통금융사의 대거참여로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움증권과 KEB하나은행 등 기존 금융사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키움증권(25.63%)과 키움증권의 지주사인 다우키움그룹의 계열사 다우기술(3%), 사람인에이치알(3%)과 KEB하나은행(10.00%), 클라우드 서비스 및 전자상거래 회사인 메가존클라우드(8.0%), 코리아세븐(5%), 바디프랜드(5%), 웰컴저축은행(5%), 프리미어성장전략 M&A2호(5%), SK텔레콤(4%), 하나투어(4%), 롯데멤버스(3%) 등 28개 주주사로 구성됐다. 키움뱅크는 다우키움그룹과 KEB하나은행, SK텔레콤, 세븐일레븐 등 대기업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상대적으로 대주주적격성, 인터넷전문은행업의 안정적인 경영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다.
반면 키움뱅크가 혁신성 부문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우려의 시각이 제기된다.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시중은행도 모바일 서비스 사업을 키우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계가 옅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뱅크의 전략은 ‘은행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일 뿐’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외국자본의 참여가 눈에 띈다. 주주구성은 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60.8%)를 중심으로 한화투자증권(9.9%)과 실리콘밸리 기반 투자사 알토스벤처스(9.0%), 챌린저뱅크 몬조의 투자사 굿워터캐피탈(9.0%), 한국정보인증(4.0%), 베스핀글로벌(4.0%),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2.0%), 리빗캐피탈(1.3%) 8개 주주사로 구성돼 있다. 신한은행이 컨소시엄 참여를 발표했다가 이탈하고 한화투자증권이 가세하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토스뱅크는 기술 혁신성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투자사와 스타트업 기업들이 참여, 금융시장 혁신에 중점을 두는 ‘챌린저 뱅크’를 내세웠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영능력과 부족한 자금운용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의 ‘금융주력자’ 판단여부도 예비인가 성공의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 지분의 60.8%를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이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금융주력자로 인정받았을 경우에만 보유할 수 있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분류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금융사의 지분을 34%까지만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금융주력자로 인정받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바리퍼블리카가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에 따라 전자금융업자인 데다 매출 중 상당 부분이 금융과 연관돼 있다는 게 비바리퍼블리카 측 주장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는 법인을 전자금융업으로 등록했다”며 “전자금융업자는 통계청 산업분류체계에서 금융 및 보험업에 속해 금융주력자로 인정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5월 중에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가 결정되면, 2020년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공식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맏형 K뱅크·카카오뱅크 성적표는 희비
출범 후 2년 만에 경쟁자를 맞이해야하는 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큰 외형성장을 이룬 반면 아직까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1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1045억원 순손실에서 835억원을 줄였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797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838억원 순손실에서 41억원 소폭 줄였다. 가입자를 살펴보면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는 900만 명을 돌파했고 K뱅크는 98만 명에 그치고 있다. 재정상태나 가입자 수만 살펴봐도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의 상황이 더 심각해 보인다.
K뱅크는 최근 자본부족으로 인한 영업중단 여파로 부진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금력 부족으로 ‘직장인K 마이너스 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도 중단한 바 있다. 이자이익의 성장률도 낮다. 특히 예금금리 인상 영향으로 순이자 마진이 전 분기 대비 4bp(누계 기준) 하락한 점이 이자이익 증가율 둔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설상가상 증자를 통한 여신 성장의 전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케이뱅크의 대주주 KT가 금융위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에 있어 증자도 어려운 처지다. 당초 케이뱅크는 지난 4월 25일 592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난항을 겪자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일부 대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K뱅크 측은 “금융당국 심사 후 유상증자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큰 성장을 보인 카카오뱅크는 올해 흑자 전환이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중심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중심으로 변경하면서 담보대출 등 대출 고객이 50~60대에서 30~40대로 변경되는 추세가 배경이다. 이 때문에 30~40대 고객 비중이 높은 카카오뱅크가 점유율을 넓힐 것이라는 예측이다.
DSR 규제 영향이 적은 30~40대의 신용대출, 전세자금 대출이 늘어나면서 카카오뱅크의 호실적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3분기 대출자산이 1조3000억원 증가했는데 비교적 양호한 여신 성장을 기록한 것”이라며 “순이자마진이 상승하는 등 마진 관리에 성공해 올 4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K뱅크와 비교해 성장전망에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카카오뱅크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그동안은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로 인해 산업자본인 카카오가 가질 수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 범위가 최대 10%(의결권 행사 4%)까지로 제한됐지만, 이 규제가 완화돼 최대 34%까지 지분 보유가 가능해졌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M이 2016년 온라인 음원 가격 담합으로 1억원의 벌금형을 받은 데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계열사 공시 누락으로 벌금 1억원 약식명령을 받은 사안이 현재 재판 진행 중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보면 산업자본이 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대주주 심사 범위 규정 등에 대한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결과를 쉽게 속단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국회를 통과한 특례법은 대주주 자격 승인 기준을 그룹 ‘총수’가 아닌 ‘법인’에 뒀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 의장의 재판 또한 카카오 법인에 대한 재판이 아닌 만큼,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무관하다는 시각이 있다. 또 카카오M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안에 대해서도 카카오에 인수되기 이전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시절 벌어진 일인 만큼 이번 심사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는 최대주주 개인의 대주주 자격 요건까지 보는 것이 원칙이라, 카카오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과 함께 더욱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시장지배력 확보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평가 결과 역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