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의 최대 대어로 꼽히던 홈플러스 리츠는 무산되기는 했지만 리츠 상품에 대한 관심에 불을 다시 한 번 지폈다. 지난해 신한알파리츠의 흥행으로 안정적인 배당을 얻을 수 있는 리츠 상품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번 홈플러스 리츠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투자 대상 1순위였다. 그러나 홈플러스 리츠는 7% 배당수익률을 기다린 개인들에겐 고수익 상품이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온라인 쇼핑몰의 경쟁으로 대형 오프라인 마트의 성장성에 한계가 노출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고배당보다는 고위험에 주목한 것이다. 공모규모 1조7000억원의 부담도 컸다. 이미 상장된 한국의 리츠 상품 총합 1조1000억원보다 더 큰 규모를 소화하기 위해선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환심을 사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수요예측 결과를 보고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들자 홈플러스 측은 아예 상장을 철회한 것이다.
아직은 협소한 한국 리츠 시장에 홈플러스리츠라는 대어가 나타나면 시장의 규모가 한 단계 퀀텀 점프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번 상장 무산으로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다양한 리츠 투자를 위해선 해외 리츠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보다 주식 시장의 규모가 작은 나라들도 리츠 시장 규모는 크기 때문에 훨씬 선택의 폭이 높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의 상장리츠 규모는 2017년 말 기준 121조7700억원으로 세계 규모 두 번째(7.2%)다. 싱가포르는 32조1300억원(1.9%)으로 세계 7위, 홍콩은 28조7513억원(1.7%)으로 세계 8위다.
리츠는 부동산 공동구매를 통해 매달 일정한 배당금을 챙길 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피스나 리테일몰 등에 투자하는 시중의 부동산 펀드와 다른 점은 상장이 된다는 것이다. 최소 금액이 500만원인 부동산 펀드와는 달리 10만원 미만의 소액으로도 간접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리츠 펀드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오피스, 주택, 상업시설, 호텔 등 다양한 부동산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리츠 기업들은 물건 매매 및 임대료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하기 때문에 배당수익률도 높다.
또한 상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유동화나 거래가 쉽고 실시간으로 가격 변동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들도 리츠를 사들이고 있다. 높아진 몸값으로 인해 다소 낮아진 배당수익률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일본, 싱가포르로 리츠 투자 대상국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금리 하락 추세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리츠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리츠는 레버리지형 자산이다. 부동산 경기가 유지되기만 한다면 조달비용 하락은 리츠 기업들에게 긍정적이다. 증시가 고점에 다가올수록 하방 위험은 적고 배당은 높은 리츠의 투자 매력에 눈을 돌려야 한다.
▶리츠 기업 종목 직접 매수하거나 ETF 사야
글로벌 리츠의 주요 투자 방법은 리츠 기업의 종목을 직접 매수하거나 해외증시에 상장된 ETF를 매수하는 방법, 국내 펀드를 통한 투자 이 세 가지가 있다. 투자 위험도로 따지면 단일 리츠 기업 종목 직접 매수가 가장 주가의 변동에 크게 노출되는 만큼 리스크가 큰 편이다. 해외에 상장된 ETF나 국내 펀드는 우량 리츠들을 묶어놓은 것이니만큼 분산투자로 위험은 줄어들 수 있다.
해외 상장 리츠 ETF는 환율 변동에 노출된다는 면에서 국내 펀드에 비하면 환위험이 있다. 국내에 설정된 펀드 대부분은 환헤지를 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다만 달러화 보유 비중을 늘려야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미국 시장에 상장된 리츠 ETF를 노리는 것도 괜찮다.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리츠를 선택할 때는 배당수익률, 꾸준한 운영현금흐름, 과거 경영 이력을 잘 살피고 차입금이나 이자비용이 과다한 리츠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리츠 종목 직접 매입으로 안정적 월배당 노릴 만
미국 리츠 회사 중 대표적인 곳은 리얼티 인컴 코포레이션(Realty Income Corporation)이다. 매달 배당이 나오는 회사인데 배당수익률이 3.8% 정도다. 지난해엔 배당수익률이 5%대인 회사였으나 연간 주가상승률이 50%에 달하면서 배당수익률이 다소 낮아졌다. 작년 4월 50달러대였던 주가는 4월에 70달러 선을 넘어선 가격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가 보유한 5700여 개의 부동산 자산에서 매달 임대 소득이 들어오기 때문에 안정성과 성장성을 고루 갖췄다. 5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회사인데 그 기간 동안 584회 연속으로 월배당을 줄 정도로 경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현금 창출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1994년 상장한 이래 100번이나 배당액을 늘렸다.
매달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리츠는 미국의 물류 창고 중심의 산업용 리츠인 스태그 인더스트리얼(STAG Industrial)도 있다. 오메가 헬스케어(Omega Healthcare) 역시 월배당이 나오는 리츠다. 미국의 헬스케어 리츠 중 시총이 4위이며 현재 37달러 선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구 연구원은 “오메가 헬스케어는 현재 시가배당률은 7%인데 실적이 저조해 주가가 저렴한 상황이기 때문에 저점 매수를 생각하는 역발상 투자자들이 관심있게 볼 만하다”며 “미국의 아웃렛에 투자하는 테인저 팩토리 아웃렛(Tanger Factory Outlets) 역시 올 들어 주가가 저조해 저점 매수에 적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리츠는 올해 들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유입으로 가격이 다소 높아진 면이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리츠로 눈을 돌리는 것도 괜찮다.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 역시 다달이 배당을 하거나 시가 배당률이 높은 리츠 기업들이 많다. 캐나다의 아메리칸 호텔(American Hotel, 티커명 HOT UN TO)은 시가배당률이 7%이며 월배당을 하는 리츠 회사다. 캐나다의 H&R부동산투자신탁(H&R Real Estate Investment Trust) 역시 월배당을 하는 회사인데 최근 반년 만에 20% 가까이 가격이 오르면서 시가배당률은 5% 후반대로 낮아졌다.
▶해외상장 리츠 ETF는 시장 인덱스보다 주가 상승률 더 높아
다른 방법은 해외에 상장된 ETF를 매수하는 방법이다. S&P500 지수 누적수익률은 연초부터 4월 초까지 15% 정도인데 리츠인덱스(FTSE NAReits)는 같은 기간 17% 가량 상승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볼 때 금리와 리츠인덱스가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올해는 금리 하락에 따른 유동성 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리츠인덱스가 좋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며 “증시가 고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당분간 리츠를 비롯한 고배당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리츠 ETF는 뱅가드 리츠ETF(Vanguard Real Estate Index Fund ETF Shares; 티커명 VNQ)와 슈왑미국리츠ETF(Schwab U.S. REIT ETF; 티커명 SCHH)가 있다.
뱅가드 리츠 ETF는 설정액으로는 344억달러로 글로벌 리츠 중 최대 규모다. 분배금 수익률은 4% 남짓이지만 최근 주가 상승률까지 감안한 연간 수익률은 18%에 달한다. 주요 편입종목은 뱅가드 리얼에스테이트 인덱스를 11%로 들고 있고 그 외 아메리카나 타워, 사이몬 프라퍼티, 크라운캐슬 등의 리츠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슈왑미국리츠ETF 역시 설정액이 53억달러인 시장 규모 2위의 리츠 ETF다. 찰스슈왑 자산운용의 ETF로 연 0.07%의 저렴한 보수가 장점이다. 올 들어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분배율은 2% 후반대로 낮아졌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외에도 미국 외 리츠들을 담은 글로벌 리츠들도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뱅가드 글로벌리츠(Vanguard Global ex-U.S. Real Estate Index Fund ETF Shares; 티커명 VNQI)는 홍콩과 독일에 상장된 리츠 회사들을 주요 보유 종목으로 담고 있다. SPDR 다우존스 국제부동산ETF(SPDR Dow Jones International Real Estate ETF;티커명 RWX)는 홍콩과 호주의 리츠 회사들을 주요 보유 종목으로 한다.
▶국내 리츠 펀드는 주로 일본, 호주, 홍콩에 투자
국내 펀드를 통해 리츠를 투자한다면 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투자하기 쉽다. 특히 일본 리츠의 경우는 한화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 국내의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역량을 결집해 리츠 펀드를 출시해 오랫동안 운용해왔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담당 운용역이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 상승률이 높은 리츠 기업들을 적시에 편입하고 교체하기 때문이다.
일본 리츠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은 다소 낮은 편이지만 내년 동경올림픽 등 여러 호재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펀더멘털은 여전히 튼튼해 투자매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리츠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은 현재 4.1% 수준으로 영국(3.5%)보다는 높지만 미국(4.5%)이나 호주(5.1%)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채금리와의 격차를 보면 미국이나 호주보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일본은 여전히 국채 금리가 제로 금리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프리미엄 측면에서 보면 다른 자산에 비해 매력적이다.
버블 붕괴의 상징인 일본 부동산을 생각하면 일본 리츠가 왜 성과가 좋은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최근엔 완만한 하락세를 계속 보이고 있다. 아베 노믹스의 효과로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반등하기 시작하고 기업들의 실적과 활동이 살아나면서 임대수익률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동경 지역 내 모든 섹터의 부동산은 두 자릿수 상승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일본 리츠의 경우에는 환헤지 프리미엄도 감안해야 한다. 환헤지 프리미엄이란 환변동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헤지를 할 때 국채 이자율이 높은 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이다. 일본의 경우는 아직 우리나라보다 국채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 수준으로는 1~1.5%의 환헤지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일본 리츠에 투자할 경우는 배당수익률 4%에 환헤지 프리미엄 1%는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보강된다. 물론 주가의 향방에 따라 다소 수익률의 부침이 있을 수는 있지만 기관 투자가들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리츠 상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선호하고 있어 주가가 개별 종목처럼 급하게 빠질 가능성은 낮다.
아시아태평양 일대의 리츠를 골고루 담은 펀드로는 한화아시아리츠 펀드가 있다. 일본, 호주, 홍콩, 싱가포르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유나무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호주 리츠는 오피스, 물류 창고를 중심으로 견조한 펀더멘털과 지속되고 있는 실적 개선세가 주가 상승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며 “홍콩 리츠도 리테일 섹터를 중심으로 안정적 임대료 수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시간 거래를 원한다면 싱가포르 리츠를 국내에 상장시킨 KINDEX싱가포르리츠 ETF 투자를 염두에 둘 수 있다. 한국투자운용신탁이 KINDEX미국다우존스리츠ETF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글로벌리츠 ETF다. 모닝스타싱가포르리츠수익률포커스(Morningstar Singapore REIT Yield Focus)를 인덱스로 한다. 배당수준이 높고 재무적 안정성 및 건전성 수준을 충족한 종목으로 구성된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싱가포르 오피스 가격이 반등한 데다 싱가포르 통화인 싱가포르달러까지 소폭 강세를 나타내며 최근 수익률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