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모 씨(48)는 서울 송파구 전용 110㎡ 아파트를 자가 보유 중이다. 그는 배우자가 10년 전 증여로 취득한 부산 해운대구 59㎡ 아파트 한 채, 지난해 말 부부 공동명의로 매입한 서울 송파구 빌라 한 채를 갖고 있다. 또 서울 성동구 전용 85㎡ 아파트도 투자 목적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저울질 중이다. 그는 정부가 재작년 말부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소득세 종부세 양도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주자 등록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생겼다. 정부가 작년 말부터 보유세 인상과 주택임대사업자 등록혜택 축소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각종 혜택으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2014년 10만여 명이던 주택임대사업자는 4년 만인 2018년 38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이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가 세금 등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임대기간 및 임대료 상한선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임대의무기간을 지킬 수 있다면 여전히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주택임대사업자란
일반적으로 임대사업자란 주택임대사업자를 뜻한다. 민간매입임대주택은 의무임대기간에 따라 8년의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과 4년의 단기민간임대주택으로 나뉜다. 주택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주택을 등록할 수 있다.
주택법을 적용받지 않는 오피스텔도 전용면적 85㎡ 이하인 주거용 오피스텔은 준주택으로 분류돼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상하수도 시설을 갖춘 전용 입식 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 및 목욕시설이 있으면 된다. 주택을 아직 취득하지 않았어도 주택건설사업자이거나 부동산투자회사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다. 또한 주택을 취득하려는 계획이 확정돼있는 사람도 임대사업자가 될 수 있다.
임대주택 등록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택과나 건축과 등에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직접 방문이 어렵다면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임대등록시스템 렌트홈에서도 등록할 수 있다.
여기서 발급되는 사업자 등록증을 첨부해 세무서에 별도 사업자 신청을 해야 한다. 이후 세제별 감면 신청을 통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세 감면 신청은 5월, 양도세 감면 신청은 양도할 때, 종부세 감면은 9월쯤 신청할 수 있다. 재산세는 별도 절차 없이 자동으로 감면 처리된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해도 모든 주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등록 후 세금혜택을 받으려면 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6억원, 수도권 외 지역 3억원 이하라는 공시가격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단기 임대주택에 등록했으면 5년, 준공공 임대주택 등록은 8년 이상 보유하면서 임대를 유지해야 한다. 현재는 단기 임대주택 등록 혜택이 축소돼 사실상 준공공 임대주택에 등록하는 게 유리하다.
▶함부로 못 팔고 임대료 증액 제한
주택임대사업자는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만큼 지켜야 할 의무사항도 많다. 준수하지 않을 경우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임대차계약과 관련해선 임대의무기간 내 매각이 제한되고 임대료 증액률도 제한된다. 다만 다른 등록 사업자에게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거나 경제적 사정으로 임대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양도가 가능하다. 이 경우 양도 신고 의무도 있다. 등록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양수하면서 포괄적으로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 사업자 주민등록지 또는 주택 소재지에 민간임대주택 양도신고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경제적 사정으로 임대를 계속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2년 연속 적자 발생 ▲2년 연속 마이너스 영업현금흐름 발생 ▲최근 12개월간 사업자의 민간임대주택 중 미임대주택이 20% 이상이고 같은 기간 특정 민간임대주택이 계속해 임대되지 않은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민간임대주택의 철거가 예정돼 민간임대사업을 계속하기 곤란한 경우다. 양도주택 소재지에 민간임대주택 양도 허가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변경하는 때에도 신고 의무가 있다. 계약체결·변경 시부터 3개월 안에 사업자 주민등록지 또는 주택 소재지에 임대차계약 신고서와 증빙서류를 내야 한다.
임대료 증액 제한은 연 5% 범위에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임대료 변동률 등을 고려해 이뤄진다. 보증금과 월임대료 전환 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적용하는 비율을 초과해서도 안 된다.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 가입 의무도 있다. 임차인이 해당 민간임대주택에 입주하면 지체 없이 보증서와 보증약관 사본을 임차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 같은 여러가지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국토교통부는 과태료 상한을 현행 1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향으로 올해 상반기 중 민간임대특별법 및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회 심의 중이다. 이에 따르면 임대료 인상 제한 등 임대조건 의무 위반 시 과태료가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한다. 본인 거주 등의 사유로 미임대하거나 임대 의무기간 내 양도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최대 5000만원으로 올린다.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줄어들어
임대사업자는 직접적인 임대소득뿐만 아니라 임대주택과 관련한 여러 세금에 대해 각종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지자체 몫인 취득세와 재산세는 전용면적 85㎡ 이하만 해당된다. 전용 60㎡ 이하라면 취득세를 200만원까지 면제받고 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85% 감면 혜택이 있다. 전용 60~85㎡의 경우도 8년 이상 장기 임대 목적으로 20호 이상 취득한 경우 취득세를 50% 감면받을 수 있다.
재산세는 임대 의무기간과 전용면적 등 2가지 기준에 따라 감면폭이 결정된다. 임대 의무기간이 4년 이상인 단기민간임대주택은 전용 60㎡ 이하면 재산세가 50% 감면, 전용 60~85㎡면 25% 감면된다. 8년 이상 임대해야 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나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은 전용 40㎡ 이하면 재산세를 50만원까지 면제해주고 50만원이 넘으면 85% 감면해준다. 전용 40~60㎡는 재산세가 75% 감면되며 60~85㎡의 경우 50%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작년 9·13 대책과 최근 세법 개정으로 많은 세제 혜택이 일몰된다. 우선 임대소득세 비과세 혜택이 2000만원에서 1333만 원 이하로 줄어든다.
특히 임대사업자 등록의 가장 큰 유인책이었던 양도소득세 혜택이 감소한다. 취득 후 3개월 이내 10년 임대사업 등록 시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해주던 혜택은 올해부터 종료된다. 다만 8년 이상 장기 보유할 경우 70% 정도 공제 혜택이 있다. 전용 85㎡ 이하 임대주택은 양도세를 감면해주던 기준도 수도권은 6억원, 비수도권 3억원인 이하인 주택에만 적용된다.
또 본인 거주 주택 외 다른 소유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경우 그전까지는 거주주택에 대해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횟수 제한 없이 받았지만 앞으로는 최초 거주주택을 양도하는 경우(1회)만 비과세가 허용된다.
종합부동산세도 작년 9·13 대책으로 합산에서 배제됐다. 8년 장기임대 등록한 주택은 종부세 합산에서 빠져 비과세 혜택을 누렸지만 이제 1주택 이상은 모두 합산 과세된다. 물론 작년 9월 13일 이전에 매매한 기존 보유 주택은 종전의 혜택이 유지된다. 9·13 대책 발표 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불한 경우도 예전 규정이 적용된다.
▶그래도 임대사업자 등록할까?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이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소유주에게 유리한 내용은 많다. 일정 요건만 맞아 떨어진다면 충분히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내년 새로 시행되는 분리과세가 대표적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을 보면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주택임대소득 분리과세 시 적용하는 필요 경비율이 70%에서 60%로 축소됐다. 그래도 임대주택 사업자 미등록자는 필요 경비율 50%를 적용받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 줄어든 임대소득세 비과세 기준과 비교해 자신의 소득을 계산하면 어느 정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건강보험료의 경우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세청으로부터 소득금액 정보를 받아 임대소득금에 대해 추가로 부과될 수도 있다. 하지만 2020년 말까지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연 2000만원 이하의 분리과세 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 동안 건강보험료 인상분에 대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8년 임대에는 80%, 4년은 40% 정도다.
재산세도 전용면적에 따라 25~100% 감면이 남아있고, 소득세에서도 단기임대주택은 30%, 공공지원 및 장기임대주택은 75%의 감면이 남아있다. 수도권 및 수도권 외 도시지역은 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외 비도시지역은 전용면적 10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3채 이상 등록만 감면 대상이었던 데서 한 채만 임대주택을 갖고 있어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만일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산 주택이라면 임대사업 등록을 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상당하다. 기존에 주어졌던 세제 혜택을 거의 그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무기간만 지킨다면 여전히 유리
전문가들은 단기 4년 혹은 장기 8년 의무기간만 지킬 수 있다면 아직도 임대사업 등록을 추천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임대사업자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사라질 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주택가격 기준시가 상승 때문에라도 빨리 등록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작년 서울 집값이 급등한 만큼 올해 크게 뛰어오를 새로운 공시지가 기준을 받지 않으려는 측면도 있다.
한국감정원 기준 지난해 11월까지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은 6.18%나 치솟았다. 한 세무전문가는 “지난해 집값 급등기를 거치면서 올해 기준시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므로 올해 초 6억원 이하로 주택임대사업자를 등록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며 “새롭게 혜택을 축소하더라도 소급적용이 안 될 경우가 많아 차라리 혜택이 남아있을 때 등록하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무기간에 묶여 주택을 사고 팔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단점은 있다. 이때는 단기와 장기 의무기간을 잘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에 주택 한 채를 매수했을 때 거주하지 않고 비과세를 받으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 중 거주요건은 배제되므로 장기는 안 되지만 단기 4년 의무임대기간만 채우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