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부동산대책에 이어 지난 9월 5일 후속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강남재건축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3구 지역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청약조정대상지역이라는 3중 규제에 묶였다.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내년 부활시키겠다고 못 박았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이 10월 말부터 완화될 예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강남재건축 가격은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거래가 힘들 뿐 아니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강남지역 재건축 사업 전체가 일시에 멈추게 되면 공급부족 현상이 나오고 결국 강남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은 강남재건축 투자의 위기일까, 아니면 기회일까?
▶내년 시행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올해 강남 재건축 조합들의 관심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건축환수제) 회피 여부였다. 정부는 지난 8·2부동산대책 발표에서 이 제도의 내년 부활을 명시했다. 이 제도는 재건축 사업 종료 시 조합원 이익이 1인당 3000만원이 넘는 경우 초과이익 규모에 따라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거둬가는 제도다. 내년 1월 1일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재건축 조합에 적용될 예정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강남재건축 조합들은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사업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개포주공1·4단지, 청담삼익 등은 올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전후로 가격이 들썩했다. 강남재건축에서도 대어 단지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공동사업시행 방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시도하고 있다. 공동사업시행은 조합과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가 함께 사업을 시행하는 것으로 사업 기간을 3~4개월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편 강남3구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막기 위한 행동도 일어나고 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지난 6월 환수제 유예를 2020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강남구 병)은 지난 8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환수제 부활을 막기 위해 유예법안 지지, 반대집회, 서명운동 등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 관계상 내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은 막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반포 일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정부는 지난 9월 5일 분양가 상승률, 청약 경쟁률, 거래량 등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완화해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집값 상승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은 분양가 상한을 둬 규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상한제는 입법 예고를 거쳐 10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일반 분양주택은 시행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주택부터,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시행 이후 최초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주택부터 적용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이들 가격의 적정성을 심의해 분양가를 책정한다. 그러나 택지 가산비와 건축 가산비는 계산하는 방법에 따라 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 단지 고급화가 어려워져 강남재건축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강남재건축에 적용될 경우 분양가 올리기 경쟁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조합들이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 진행을 미룰 경우, 강남 지역 주택 공급량 감소에 따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2005년 3.3㎡당 1400만원이었던 평균 분양가는 2007년 1800만원, 2008년에는 2000만원으로 올랐다. 건설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분양을 미루면서, 공급물량 감소가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리얼투데이의 분석이다.
신반포센트럴자이 공사 현장
▶“상한제 피하자” 후분양제 논의 급물살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 분양의 과실을 ‘로또 청약’ 당첨자들이 가져가면서, 최근 강남재건축 업계에서는 후분양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후분양제는 일정 정도의 공정이 이뤄진 다음 입주자를 모집하는 분양방식이다. 국내에 일반화된 선분양제는 착공 전 수분양자와 계약하는데,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이보다 분양시기가 2년가량 늦춰진다. 조합이 분양을 통해 얻는 수익이 줄어드느니, 분양시점을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이후로 미루려는 것이다.
최근 GS건설과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후분양제 실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후분양을 하면 건설사가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조달해야 하는 만큼 시공사에는 부담이다. 그러나 강남지역의 사업성 높은 단지에서는 공동시행을 통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9월 초 신반포 15차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은 조합 이익을 극대화하는 ‘골든타임 후분양제’를 제안해 높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말로 예상됐던 신반포 15차 재건축 분양은 2021년께로 3년가량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후분양제 대표 사례로는 금융위기로 주택경기가 악화됐던 2008년 6월 GS건설이 분양한 ‘반포자이’(반포주공3단지 재건축) 500여 가구가 꼽힌다. 대우건설도 2015년 4월 ‘아현역푸르지오’(북아현 1-2구역)를 후분양으로 공급했는데, 이는 북아현뉴타운에 공급이 몰리는 시점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후분양제도 리스크가 존재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은 계약 뒤 입주까지 기간이 1년도 안 돼 집값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수분양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금융위기 때 사례처럼 주택거래가 얼어붙으면 기존 보유한 집이 팔리지 않거나 대출이 안 돼 계약 포기자들이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정식 시행 전임에도 9월 강남에서는 분양가가 시장 예상보다 ‘로또 청약’ 분양이 줄줄이 이어졌다. 첫 단지는 신반포센트럴자이(신반포6차 재건축)로 평균분양가는 3.3㎡당 4250만원으로 책정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인근에서 분양한 신반포자이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8월 18억4600만원에 거래됐다. 단순 비교하면 전용 84㎡ 기준 3억~4억원대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 단지는 1순위 당해지역 청약접수에서 평균 168 대 1의 진기록을 세웠다.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가 그 뒤를 이었다. 이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기준 3.3㎡당 평균 4160만원에 분양가가 정해졌다. 전용 59㎡가 10억710만~11억2900만원, 전용 112㎡가 16억8300만~18억9600만원 수준인데, 이는 주변 시세에 비해 1억~2억원 저렴하다. 지난해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는 전용 59㎡ 분양권이 지난 7월 12억400만원에 거래됐고,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전용 106㎡도 20억2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중대형 위주의 분양임에도 불구하고 1순위 당해지역 청약접수에 평균 40.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82-3 일원에 짓는 주상복합 ‘서초센트럴아이파크’도 3.3㎡당 평균 3220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에서 2014년 11월 분양한 힐스테이트서리풀의 최근 시세는 3.3㎡당 4250만원 수준으로 서초센트럴아이파크 분양가와 단순 비교해도 전용 80㎡ 기준 2억5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이와 같이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가 나오는 것은 HUG가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HUG는 주변 분양가의 110%를 초과하는 강남 재건축 사업장의 분양보증을 거부하는 ‘분양가 상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조합 입장에서 HUG의 분양가 규제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겠지만, 청약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로또’나 다름없다”면서도 “지난해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가 ‘서민 로또’라면, 9월 분양한 강남재건축 단지들은 대출 규제로 인해 실투자금이 7억원 이상 마련된 부유층만 시도해 볼 수 있는 ‘금수저 로또’인 셈”이라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조정 예상되지만
중장기론 투자가치 있어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강남 재건축 시장의 일시적인 조정은 피할 수 없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다시 상승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단기적으로 정부의 규제가 많아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의 층수규제 완화 등 특별 이슈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강남재건축은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부동산 가격이 10년을 주기로 오르고 내림을 반복한다는 ‘10년 주기설’을 감안해도 강남재건축은 앞으로 2~3년 하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5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보면 강남재건축은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당장이 아닌 1년 이상 시장을 살필 것을 주문했다. 그는 “현 정부 안에서 부동산 시장 방향성을 보고 재건축에 진입해도 늦지 않다”면서 “현 정부의 정책, 금리, 경기 변수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부동산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전월세 상한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정책은 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강남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고종완 원장은 “강남재건축 분양단지는 최근까지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비쌌는데, 요즘에는 신반포센트럴자이 등 시세와 같거나 낮은 분양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분양권 시장은 하방경직성이 있어서 신규단지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다고 기존 분양권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에 청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