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시장 긴급점검…강남 재건축 먹구름 vs 강북 도심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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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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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3 16:47:14
수정 : 2017.02.24 09:57:03
2017년 정유년 부동산 시장은 불안한 첫 발을 내딛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유례없는 호황을 자랑하던 아파트 시장은 ‘11·3부동산 대책, 대출 금리 리스크, 대내외적인 정국 불안’이라는 세 가지 냉각 요소 속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 2015년 말부터 조정기가 시작된 지방과 다르게 서울 투자 열기를 휩쓸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일대는 이제 서울 아파트 가격을 끄집어 내리고 있다. 시장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예상이 쏟아지자 투자자들은 조바심을 내는 모양새다.
하지만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 이전보다 더 낮은 가격에 원하는 집을 살 기회는 넓어지는 셈이다. 얼어붙었다는 시장이라도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다.
▶강남·서초·송파·강동·양천
재건축시장 한파 매수문의 뚝
# “좋은 값에 팔아주겠다는 건 거짓말이죠. 선뜻 집이나 분양권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전·월세 같은 임대 매물 중개나 신경 쓰고 있습니다.” (서초구 잠원동 B공인 관계자)
#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일대 재건축 단지 일반 분양권 웃돈이 1억원을 넘는 건 기본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이제는 절반으로 떨어졌어요. 민망해서 ‘오를 테니까 기다려보자’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어요.” (강남구 개포동 C공인 관계자)
# “12~2월이 계절적 비수기인 걸 감안해도 분위기가 안 좋아요. 작년 하반기에는 주말에 10팀이 찾아와서 집을 보고 가고 3~4가구씩 팔리면서 가격이 올랐죠. 기대감이 끌어당긴 가격 상승이었습니다. 올해는 한 달 내내 투자하겠다는 문의가 없었습니다. 예년에도 이러지는 않았어요.” (서울 양천구 목동 A공인 관계자)
서울 주요 재건축 시장에는 먹구름과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3.3㎡당 분양가 4000만원 시대, 고분양가 추세에도 ‘억대 웃돈’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덕에 ‘재건축 시장에 해 질 날 없다’는 말이 오가던 상황은 국토교통부의 11·3부동산 대책을 기점으로 자취를 감췄다.
최근 3년 새 ‘재건축의 메카’로 급부상한 서초 반포·잠원 일대는 긴장감이 감돈다. 규모 면에서 송파헬리오시티의 뒤를 잇는 메머드급 단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던 잠원동 ‘신반포 4지구’(신반포8~11차,17차)가 대표적이다. 신반포8차의 경우 작년 10월 말 8억8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전용면적 53㎡형이 올해 1월 말 8억4000만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신반포4지구는 총 23개동 2640가구를 4000~5000여 가구 규모로 짓는다는 내용의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재건축 투자 열기를 지핀 강남 개포지구에서도 최근 시세가 수천만원씩 내려앉았다. 개포 주공1단지 전용면적 36㎡의 경우 11·3대책 이전인 10월 말 9억 5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급매물이 줄줄이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이 1억원가량 내려앉아 지난 1월에는 8억5000만원 선을 기록했다. 인근 C공인 대표는 “매수 수요자들이 관망세 속에 급매물만 사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급매물은 나오는 대로 팔려서 더 이상 가격이 떨어질지는 의문이지만 고점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재건축 기대감이 돌던 신현대·구현대 등 일대도 투자 목적의 매수 문의는 뜸하다. 이른바 신현대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형은 지난해 1~10월 평균 7000만원가량이 뛰면서 10월 말 18억3000만원 선이었지만 1월 말에는 1000만원가량 내렸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작년 초 50층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소식이 전해진 후 매물별로 2억~3억원씩 뛰었던 분위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며 “수요가 뜸하지만 워낙 매물 자체가 적기 때문에 가격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은마 아파트를 비롯한 대치동 일대 재건축 단지는 올 들어 1월 한 달 내내 투자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송파구에서는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주공 5단지 역시 작년 10월 말 이후 평균 8000만원가량 내려앉았다. 14억6000만원이던 전용면적 76㎡형의 현재 매매 호가는 13억8000만원 선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총 30개 동에 3930가구 규모의 대형 단지로 서울 지하철 2·8호선 잠실역 초역세권 입지인 데다 영동대로 개발을 비롯한 문정 법조단지·종합운동장 컨벤션센터 개발 등의 호재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곳이다.
재건축 투자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공급면적 138㎡ 아파트 무상 제공· 4억원 환급’ 예정 소식이 들리면서 매매 가격이 급등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전용면적 76㎡형을 기준으로 1년 전인 2016년 1월 당시 11억8000만원이던 매매 시세는 5월 12억7000만원이었던 것이 한 달 만인 6월에는 13억3000만으로 뛰었다. 국토부의 11·3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10월말에는 14억6000만원으로 1월 말~10월 말 동안 평균 2억8000여 만원이 올랐던 곳이다.
잠실동 D공인 관계자는 “11·3대책 이후 일부 언론에서 로열동·층 최고가 매물과 급매물 최저가 매물을 비교하면서 2억 이상 가격이 깎였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도 “다만 지금같은 분위기에는 ‘최고 50층 건립안’을 담은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가격은 더 하락세를 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투자 열기가 몰리면서 국토부가 강남3구와 함께 ‘조정지역’으로 묶은 강남 4구 강동구 역시 가격이 불안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고덕주공5단지 전용면적 65㎡형은 지난해 10월 말 6억4000만원이던 것이 현재 5억9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둔촌주공 3단지도 같은 기간 9억1000만원 선이던 전용면적 102㎡형이 최근 8억9000만원 선이다.
이외에 강남3구와 함께 ‘교육4구’로 불리는 양천구 역시 투자 수요가 빠지면서 매매 가격이 내려갔다. 목동 신시가지 3단지 전용면적 65㎡형의 경우 작년 10월 말 7억7000만원 선으로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7억6000만원으로 시세가 하향 조정됐다. 인근 E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1월 6억6000만원 선이던 것이 1억1000만원 가량 올랐는데 투자 문의가 끊기면서 가격 거품이 빠지는 느낌”이라며 “신시가지 일대는 빨라야 2018년 이후로 재건축 논의가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2015~2016년의 재건축 투자 열기 속에 당장 재건축이 되는 것 마냥 매수 수요자들이 몰려들면서 가격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분양권 시장 거래절벽…
전매제한 풀려도 한산
재건축 단지가 고전하면서 분양권 시장도 거래 절벽에 다다랐다. 11·3부동산 대책이 전매제한과 청약요건 강화를 매개로 분양권 시장을 겨냥한 만큼 대책 발표 이전에 분양한 단지들은 ‘풍선효과’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가 돌았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루체하임’의 경우 지난해 말 전매제한이 풀린 이후 1월까지 분양권 매매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전용면적 59·84㎡형에 5000만~7000만원 정도의 웃돈 호가가 붙어있지만 사겠다는 문의가 없는 상황이다. ‘래미안블래스티지’ 전용면적 59㎡형 분양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의 경우 분양권 소유자들이 장기적으로 시세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아예 가격을 깎느니 팔지 않겠다고 하는 반면 매수자들은 급매물 아니면 안 산다는 입장이다 보니 거래가 일시정지된 상황”이라며 “아무도 안 사는데 당장은 웃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단지 3층 이하 저층 매물 중에는 웃돈이 1000만원인 물건도 등장했다. 당첨되기만 하면 분양권에 1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을 거라던 투자자들의 예상과 다르게 지난해 2분기 이후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강남·서초·송파 일대에서는 올 들어 웃돈 호가도 내려가고 있다. 개포지구 래미안블래스티지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분양가는 13억~14억원 선이었지만 분양권 시세는 13억5000만~14억6000만원 선으로 웃돈은 4000만~8000만원 선이다.
서초에서는 마이너스 웃돈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오간다. ‘반포써밋푸르지오’의 경우 가장 수요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59㎡형의 분양권이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59㎡형(17층)은 10억31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분양가(기준층 5층 이상 기준)는 10억4000만~10억6000만원 선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풀린 2분기 당시 거래가인 10억5000만원(15층)보다도 낮아진 가격이다.
지난 2015년 11월 말 분양 당시 강남권 아파트 역대 최고 평균 분양가(3.3㎡당 4240만원)로 시장에 나왔던 반포동 ‘반포래미안 아이파크’(서초 한양 재건축)의 경우 분양권 웃돈은 2000만~3000만원 선에 불과하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강남·서초 재건축 분양권 시장은 사람들이 웃돈 수익을 5000만~1억원으로 보고 들어오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신반포자이 역시 웃돈이 5000만원 선을 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송파구의 경우 ‘송파헬리오시티’가 웃돈 5000만원 이상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거래는 뜸한 상황이다.
▶중소형 일반아파트 실수요 많아 강보합
대단지 입주한 종로 마포 성동 거래활발
강남권에서도 이미 입주한 일반아파트의 가격은 오르고 있다. 실수요가 많은 전용면적 85㎡형 이하 중소형아파트들의 몸값은 ‘강보합세’라는 것이 공인중개 업계의 말이다. 서초 반포동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형은 입주 이래 가장 높은 시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말(16억5000만원 선)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15억8000만원 선)에 비해 평균 7000만원가량이 올랐다. 작년 10월 말에 비해서도 3000만원가량 오른 상황이다. 송파구에서도 전용면적 84㎡형 잠실동 리센츠가 올해 1월 말 11억5000만원으로 작년 10월에 비해 1000만원이 오르면서 이전 최고 가격인 2010년 1월(10억1000만원)을 가뿐히 넘어선 상황이다.
반포동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실수요자 외에도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매수 문의를 하는 식”이라며 “재건축의 경우 초과이익환수제를 비롯해 정부 대출 규제 등이 겹쳐있는 반면 기존에 입주한 아파트들은 이전에도 꾸준히 시세 상승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강남권과 다르게 강북권 시장은 2000가구급 이상 대형 단지 입주가 이어지면서 거래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종로구에서는 이달 2월 입주하는 교남동 ‘경희궁 자이’(총 2533가구) 아파트의 시세가 입주 이전인 1월 3.3㎡당 3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강북권에서는 처음이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전용면적 84㎡형 아파트 로열동·층은 11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몸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던 지난해 말 경희궁 자이는 강북권에서는 처음으로 전용면적 84㎡형의 시세가(10억5000만원 선) 10억원을 넘었다. 지난 2014년 당시 분양가(7억8000만원)에 비하면 2억5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대단지 입주에도 불구하고 인근 아파트 매매 호가는 오히려 올랐다.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전용면적 124㎡형은 올해 들어 호가가 2000만~3000만원 높아졌다.
강북 도심으로 통하는 ‘직주근접’ 지역인 마포·서대문 아파트 시장도 비슷하다. 작년 12월 15일 입주한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총 1910가구)은 7억원 선이던 전용면적 84㎡형의 호가가 현재는 8억원 이상으로 나오기도 한다. 인근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면적 59㎡형 매매 가격은 7억 1000만원 선으로 지난 10월 말보다 오히려 3000만원가량 올라섰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년 비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30대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이 ‘전용 60㎡ 이하·역세권·입주 5년 이하’인 아파트를 찾으면서 임대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매매 물건 역시 급매물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인오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7호 (2017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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