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등 정부 주요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쇠락 조짐을 보이던 과천시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낡은 주공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이 속속 진행되면서 집값이 상승세인 데다 11년 만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과천 부동산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과천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일부 재건축 단지는 일반분양가로 3.3㎡당 평균 3000만원까지 고려중이라 ‘과천 분양가=3000만원’ 시대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5월 일반분양을 하는 과천 7-2단지 공사현장
▶분양가 3.3㎡당 3000만원 시대 예고
과천시는 2008년, 2007년에 각각 재건축을 끝낸 과천주공 3단지와 11단지를 제외한 과천주공 1~12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7-2단지(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로, 5월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같은 달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최고 25층, 9개동에 전용 59~118㎡, 543가구로 이 가운데 143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분양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3.3㎡당 분양가로 2700만~2800만원까지 거론된다.
과천역 초역세권 단지인 데다 단지 바로 옆에 청계초, 과천고, 중앙공원을 갖춘 이점 등에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조봉희 7-2단지 조합장은 “3.3㎡당 평균 분양가는 2700만~2800만원 선, 최근 주택수요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소형은 2800만원이 넘는 수준으로 책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동인 삼성물산 분양소장은 “과천주공 3·11단지가 재건축되긴 했지만 분양 가구수가 20가구 미만에 그쳐 과천에서 공식절차를 거친 일반분양 물량은 1985년 이후 7-2단지가 사실상 처음이라 새 아파트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1단지도 재건축 발걸음이 빨라졌다. 1단지는 지난 3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에 들어갔다. 7월 말까지 이주를 마치고 이르면 12월 일반분양에 돌입한다. 전용면적 46~82㎡, 1039가구로 구성된 5층짜리 저층 단지인 이곳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28층, 전용 59~189㎡, 1567가구로 다시 태어난다.
1단지는 관리처분총회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를 2970만원으로 책정했다. 5가구 미만으로 지어질 예정인 펜트하우스(꼭대기 층)의 3.3㎡당 분양가는 3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동인 과천주공 1단지 조합장은 “1단지는 과천역과 매우 가까운 초역세권인 데다 과천중, 과천외고 등 명문학교와 인접한 대단지여서 3.3㎡당 평균 분양가를 3000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과천이 강남 접근성이 좋고 쾌적해 살기 좋은 지역이어서 분양가를 높여도 분양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7-2단지 재건축 사업이 빨라지는 모습에 자극받은 7-1단지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
관리처분총회 때 논의했던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2400만원 선이었지만 조합 측은 3000만원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과천 재건축 단지 중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는 유일한 단지로 설계해 초역세권인 점 등 장점이 많다고 판단해서다. 시공은 대우건설이 맡았다.
7-1단지는 통상적인 재건축 단지와 달리 재건축 사업비 절감이 탁월한 단지로 꼽힌다. 윤규갑 7-1 조합장은 “7-1단지는 정비업체를 따로 쓰지 않고 주민들 힘으로 정비작업을 진행한 데다 다른 재건축 단지는 총회를 한 번 열 때 비용으로 통상 2억원 이상 쓰지만 7-1단지는 1억원 선에서 다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 사업성을 높였다는 얘기다.
재건축을 반대하던 단지 내 상가 주인들로 재건축 사업에 난항을 겪던 6단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조합이 상가 소유주들의 요구사항을 대거 수용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다시 살아났다. 상반기 내 과천시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목표를 세우고 한 걸음씩 진전하고 있다.
1983년에 지어진 5층짜리 낡은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전용 59~135㎡, 1302가구로 구성된 고층아파트로 탈바꿈한다.
6단지의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2700만원대로 거론되고 있지만 인상될 여지도 없지 않다. 실제로 조합 측은 분양가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과천시에 따르면 4·5단지와 8~10단지도 지난해 재건축 사업의 출발단계인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건축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10단지는 안전진단 다음 단계인 정비계획을 수립 중이다. 4·5단지는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용역업체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과천=준강남’ 명성 되찾나
한때 과천은 강남을 대체하는 신흥 주거지역으로 부상하며 ‘준강남’으로 불렸다. 3.3㎡당 평균 아파트값이 2006년 말 3800만원까지 치솟을 만큼 인기가 좋았다. 그러던 게 금융위기·부동산 침체·정부청사 이전 등 악재가 겹치며 가격이 급락해 2012년 3.3㎡당 2500만원 밑으로 급락했다.
이후 과천주공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3㎡당 평균 과천 아파트값은 2645만원(지난 4월 15일 기준)까지 올랐다.
이는 판교신도시(2323만원), 용산구(2292만원), 송파구(2256만원), 위례신도시(1905만원) 평균 아파트값보다 높은 가격이다.
전문가들도 과천 부동산시장을 대체로 긍정적이게 평가한다. 박합수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과천은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고 외곽순환도로와의 연계성 등 도로환경도 우수한 데다 전국에서 주거만족도가 높은 지역 중 상위권에 꼽힐 만큼 주거환경도 쾌적하고 좋다”고 말했다. 주요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과천은 준강남으로서의 영향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일반분양가가 합리적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과천 갈현동에 지식정보타운이 개발되면서 과천주공단지들보다 분양가가 훨씬 저렴한 주택이 대거 공급될 예정인 데다 3.3㎡당 일반분양가가 3000만원을 넘어서면 과천으로 진입하려던 수요자들이 개포주공 재건축 단지나 사당에서 방배로 가는 라인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