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효도 계약을 지키지 않은 아들에게 증여한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을 놓고 가족모임에서 효도계약서를 쓰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나라에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재산 상속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녀들에게 분쟁 없이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에 대해 살펴보자.
일반 상속의 경우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다. 남겨 주는 재산으로 인해 오히려 가족 간의 분쟁이 발생하거나, 상속 시점에 본인이 치매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자녀 중 장애인이 있는 경우 사후에 자녀생활비를 믿고 맡길 사람도 마땅치 않다. 상속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사전증여를 생각하는 시니어도 있다.
한 가지씩 짚어보자. 증여의 가장 큰 단점은 미리 배분해 줄 경우,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효도를 조건으로 증여한 주택을 돌려받기 위해 아버지가 아들을 상대로 대법원까지 3차례 소송을 수행한 뼈아픈 사례는 증여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사후 법정상속이 되도록 내버려 두면 상속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자녀의 경제사정을 고려한 상속이라고 할 수 없다. 본인이 치매에 걸리면 재산관리능력이 없어지므로, 이를 대비하여 관리를 대신해 줄 믿을 만한 사람을 미리 지정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그 역할을 잘해주면 그만큼 아름다운 결말은 없을 것이다. 실상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치매에 걸린 상황에서 주변인들이 재산을 편취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가족 구성원 중 일부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경제적 곤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례를 다수 보게 되는데, 최소한 경제적 곤궁으로부터 벗어나 안정적인 생활을 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든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이란 자신의 재산을 금융회사에 재산관리 및 유산상속승계 처리를 목적으로 맡기는 것으로, 처음에는 본인이 재산을 관리하고, 사후에는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신탁 재산의 수익권을 승계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본인과 가족을 위한 든든한 ‘재무적 후견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오영표 변호사(신영증권 에셋얼로케이션본부)가 고객들과 유언대용신탁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 허가를 받은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데, 종합적인 자산관리 경험이 충분한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식, 펀드, 부동산 등 모든 재산에 대한 종합적인 재산관리 서비스와 본인과 가족들의 생애주기에 맞게 재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언대용신탁의 수익자를 큰아들로 지정했더라도 큰아들의 태도가 좋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작은 아들로 변경할 수 있으므로, 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여전히 보유하면서 상속을 설계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증여의 효과를 누리면서 증여 재산을 쉽게 돌려받을 수 없다는 증여의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또한 특약을 통해 다양한 위험 상황에서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치매 위험에 대비해 특별부양 재산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특약을 체결한다면 재산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본인을 위해 진심으로 재산관리를 하여 줄 수 있는 지인을 임의후견인으로 지정하여 더욱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를 만들 수 있다. 임의후견인이 신탁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신탁회사의 통제기능도 하나의 강점으로 볼 수 있다.
상속인 중 장애인이 있다면 정기적인 생활비를 지급하는 ‘홀로서기 생활자금’을 특별부양서비스의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다. 신탁재산은 장애인을 위해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장애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이렇듯 유언대용신탁은 기존 법정상속제도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가족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함으로써 가족의 리더로서 남은 과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자.